농어촌 마을상수도 47%가 노후 시설
저소득지역 급수시설·수돗물 공급 대책 마련 절실
생활보호대상자 수돗물 ‘최소비용 면제제도’ 도입 시급

 

 

▲ 장재연 교수

오염된 물로 인해 사망하는 어린이가 한해 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F)은 세계 언론을 통해 1분마다 6명이 수인성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 세계 24억 명이 위생적인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 물 문제,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이 지면을 빌어 인류의 매우 중대한 문제 중의 하나인 물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2006년 하반기 평균 상수도 보급률은 91.3%이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 상수도 보급률은 41.4%에 그치고 있다. 전체인구의 9%에 달하는 430만 명은 수돗물을 아예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수도 보급이 되지 않은 지역에 해당하는 주민들은 국내 인구의 약 5%로 약230만 명이며, 그들은 마을상수도나 개인 관정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관리부실과 노후화로 인해 원수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

또한 현재 상수도 오염 문제는 미생물 오염, 질산성질소 등의 고전적 오염 외에도 방사능 물질 오염 등 새로운 오염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신뢰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평등하게 분배돼야 하는 공공재 수돗물이 지역적?경제적인 차이에 따라 균등히 공급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를 살펴보면, 유럽과 일본은 도시지역과 비 도시지역 모두 상수도 보급률이 100%에 달해 완전히 보장되고 있다. 반면 세계의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은 도시지역 상수도 보급률 19%, 비 도시지역 11%로,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도시지역 97%, 비 도시지역 71%로, 비 도시지역은 아시아에서도 중간수준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장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 당 2.62명으로, OECD 주요 국가 25개국 중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마을상수도 문제는 오랫동안 고착화돼 왔다. 중앙정부에서는 마을상수도가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라는 이유로 관련예산을 지원하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 부족해서 이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아예 무관심했으며, 또한 주민들은 개선 또는 민원화의 의지가 부족했다.

「수도법」에서 ‘마을상수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이 정하는 수도시설에 의해 급수인구 100인 이상 2천500명 이내에서 정수를 공급하는 수도시설을 말한다. 1994년 「농어촌정비법」에는 농어촌에 필요한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용수시설로 정의돼 있다.

면 지역의 농어촌 자연마을은 상수도 공급이 어렵고, 기존의 우물, 샘, 간이상수도 등은 수질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심층지하수의 개발로 깨끗한 용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마을상수도는 총 2만2천725개소 가운데 설치 년도가 25년 이상 된 시설이 전체 시설의 47%에 달하고 있다.

정수처리가 미비해 단순한 물 저장시설로만 쓰이는 곳도 2만1천678개소로 집계됐다. 2004년 시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강원도 내 마을상수도 52개소의 마을상수도 수질검사 결과 절반 이상이 소독이 안 된 상태거나 또는 비전문적 소독으로 먹는 물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마을상수도 문제는 오랫동안 고착화돼 왔다. 중앙정부에서는 마을상수도가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라는 이유로 관련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 부족해서 이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아예 무관심했으며, 또한 주민들은 개선 또는 민원화의 의지가 부족했다.

수돗물 시민회의는 마을상수도 개선을 위해 2004년 2월, 경남 창녕군 장마면 신구리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2004년 4월 ‘간이상수도의 문제점과 개선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마을상수도 개선을 위한 사회품앗이운동을 제안해 2005년 5월 ‘수돗물시민회의’가 창립됐다.

또한 중소규모 수도시설 관리 및 제도개선을 위한 합동 T/F팀을 환경부에 제안, 구성하기도 했다. 이후 마을상수도 수질검사항목 확대, 수도사업자의 책임강화 및 관심유지, 건설비의 국고지원, 적합한 시설의 개발과 일반수도로 연결, 전문적인 유지관리업의 제도화 등과 같은 구체적인 마을상수도 개선 방안들을 제안해왔다.

수돗물 시민회의는 특히 간이상수도 개선을 위한 사회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앞장서왔다. 이 프로그램은 취약지역의 간이상수도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사회운동이자 사회단체, 전문가, 상수도전문기관, 기업, 정부가 함께 하는 운동으로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정책에서 투자우선 순위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참여로 시업 사범도 실시하고 있다. 앞서 수돗물시민회의 주관, 스타벅스의 지원으로 여주 강천리 마을상수도 개량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 농어촌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마을상수도 시설은 관리부실과 노후화로 인해 원수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매우 높으며, 또한 현재 상수도 오염이 미생물 오염, 질산성질소 등의 고전적 오염 외에도 방사능 물질 오염 등 새로운 오염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1조원 투입 7천746개소 개량 추진

지난해 소규모 수도시설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마을상수도 개선 대책’을 환경부, 농림부 가 공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주요내용은 전체 소규모 수도시설 중 7천746개소를 개량하고, 6천473개소를 지방상수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 담겨져 있다.

또한 비 급수지역 및 노후 소규모 수도시설지역 농업생활용수 2천135개소를 신규 설치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12년까지 총 1조1천861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아 사업을 통해 장기노후시설에 개량 우선순위를 적용하고, 취수 및 정수시설, 배수 및 소독시설, 관로를 개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민간자본 투자유치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소규모 수도시설 운영·관리계획 수립 시 수질검사 계획, 종합관리 시스템 구축계획, 민간위탁 계획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마을상수도의 개발과 관리 부서를 일원화하고, 마을 상수도 시설 개선 사업의 계획 수립 시 예산낭비, 관련 사업자의 이익나누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 추진 이후에는 사업결과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평가위원회를 마련, 신규설치나 개량사업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할 방침이다. 또한 민간위탁을 고려해 마을상수도 민간위탁 기관의 인증 절차 혹은 위탁내용의 타당성 검증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방상수도 급수지역을 전환하면 가정급수관 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월 수도요금이 부담스러운 계층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저소득 지역, 수도대책 마련 시급

저소득층에 대한 수도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수돗물 최소 요구량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성 유지를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해야 할 최소한의 수돗물양은 확보돼야 하며, 생존에 필요한 물을 영리추구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소한 생활보호대상자,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돗물 최소 요구량의 비용 면제 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이는 지방상수도 급수 전환지역에만 해당될 것이 아니라 일반 원리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가정급수관 설치비용의 면제가 도입돼야 하며, 이 모든 것이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수질검사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검사항목과 검사주기는 확대시켜 나가고, 이후 취약항목의 집중 검사로써 검사비용의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 전문관리를 위해 위탁관리를 실시하고, 위탁관리업체를 육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수돗물가격을 일원화해야 한다. 경제여건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수돗물 값이 비싼 실정이며, 균형발전과 인권존중의 문제를 감안했을 때, 수돗물 원가 개념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이전까지는 지자체 단위의 생산단가에 근거한 원가산출을 적용했다.

설치, 운영, 처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은 비싼 요금으로도 유지가 힘들다. 인구집중에 따른 원가저감요인이 불가피하긴 하다. 그러나 댐의 위치와 건설비용 국고투입으로 인한 대도시 수돗물의 생산원가 저하 요인은 균형발전 차원의 지원의 근거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합리적 운영·대안 제시 필요

수돗물 가격이 일원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돗물 가격을 일정사용량(기본권에 해당하는 수돗물 최소 요구량)까지는 균일한 소비자 가격으로 맞춰져야 한다. 형평성에 맞게 합리적 누진제로 운영되는 것 또한 고려해 볼 수 있다.

▲ 경제여건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수돗물 값이 비싼 실정이며, 균형발전과 인권존중의 문제를 감안했을 때, 수돗물 원가 개념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돗물 가격 현실화 부담을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가격의 차등적인 비현실화 문제는 운영의 합리화 문제보다는 주로 시설투자비용의 차이나 규모의 경제에서 기인한다. 이것을 조율하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자료의 정기적이고 투명한 공개, 수도 가격의 합리적인 결정, 사업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담당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구, 국민과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감시시스템이 필요하다. 수돗물 공급처인 수자원공사의 수익의 합리적 사용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합의 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 정부는 수도사업의 광역화와 전문화 등 사업의 경영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물산업육성방안으로 수도사업의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현재의 수도법 내에서 형평성 제고를 위한 대책마련을 하는 것에 우선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물산업육성방안은 저소득지역, 저소득계층의 수돗물 공급에 대한 정부지원의 근거를 약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우리는 저소득 지역의 수돗물 공급과 수질향상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더욱 알아나가야 한다. 또한 물산업육성이 수돗물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안제시도 반드시 마련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