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8년 10월호 특집 기사]

 

구조개편 효율화에만 집중되는 등 지역 불균형 문제 논의 부족
면 단위 상수도 보급 40.7% 불과…미급수 인구도 370만명 달해

수도사업의 구조개편 혹은 「물산업지원법」과 관련한 논의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도사업의 구조개편과 관련해 당면한 과제는 △수도산업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수도사업의 광역적 재편 △수도사업 운영의 효율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논의는 주로 수도사업 운영의 효율화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지역 간 불균형 해소나 수도사업의 광역화의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수도사업의 운영 효율화는 사업구조의 개편과 지역 간 불균형 등의 문제를 떼어놓고 그 성공을 논의하기가 곤란하다.

수도사업의 운영 효율화에서 주로 효율 향상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내용들은 대도시의 수도사업보다는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수도사업의 비효율성이나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힘든 소규모의 분산형 사업구조 등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사업의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는 이런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빠진 채 민영화나 민간위탁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 제언에서는 수도사업의 구조개편과 관련해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역 간 불균형 격차 심각

수도사업의 지역 간 불균형의 구체적인 지표로는 상수도 보급률의 격차와 수도요금의 격차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법」에서는 광역상수도, 지방상수도 및 마을상수도를 일반수도로 분류하고 있다.

▲ 상수도 보급률을 지역별로 보면 7개 특·광역시가 99.1%, 시 지역이 97.5%, 읍 지역이 82.8%, 면 단위 농어촌 지역은 40.7%이다. 특히 읍·면 지역은 58.8%에 불과하며, 마을상수도까지 포함할 경우 64.0%에 이른다. 사진은 춘천시 신북면에 설치된 마을상수도.

또 주민이 공동으로 설칟관리하는 급수인구 100명 미만 또는 1일 공급량 20㎥ 미만인 급수시설 중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하는 급수시설을‘소규모 급수시설’, 100명 이상을 수용하는 기숙사·사택·요양소, 그 밖의 시설에서 사용되는 자가용의 수도와 수도사업에 제공되는 수도 외의 수도로서 100명 이상 5천 명 이내의 급수인구(학교·교회 등의 유동인구를 포함한다)에 대해 원수나 정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전용상수도’로 정의하고 일반수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현재 2006년 말 상수도 보급률을 지역별로 보면 7개 특·광역시가 99.1%, 시 지역이 97.5%, 읍 지역이 82.8%, 면 단위 농어촌 지역이 40.7%로 나타나 있다. 즉, 읍·면 지역의 경우 상수도 보급률은 58.8%이며, 마을상수도까지 포함할 경우 64.0%에 불과한 것이다.

마을상수도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미급수 인구는 전체인구의 7.4%인 370만 명 정도이며, 이 중 87%인 320만 명이 읍·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미급수지역의 인구는 우물이나 소규모 급수시설 등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UN 등 국제적인 기준에서 말하는 먹는 물에 대한 접근할 수 있는 인구의 관점에서 보면, 전용 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의 서비스를 받는 인구도 포함시킬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안전한 식수에 접근 가능한 인구의 비율은 공식적인 상수도 보급률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상수도 보급률이 91%로 대부분의 도시에 상수도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수도 보급률을 높이는 것이 꼭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주민이 넓은 지역에 흩어져서 거주하거나, 급수인구가 소규모인 독립된 지역의 경우 소규모 급수시설이나 전용상수도로 유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가 있다.

따라서 상수도 보급률만 놓고 지역 간 불균형을 논하기보다는 오히려 수돗물의 안전성과 수돗물 공급의 안전성의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수돗물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수돗물의 수질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돗물 원수에 대한 수질검사는 광역상수도나 지방상수도의 경우 검사항목이 많고, 검사주기가 짧은데 비해서 마을상수도나 전용상수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하천수를 원수로 사용하는 경우, 광역상수도나 지방상수도는 31개 항목에 대해서 매월 혹은 분기별로 상수원수의 수질을 검사하는데 비해, 마을상수도와 전용상수도는 15개 항목에 대해서 반기별로 혹은 2년에 한 번씩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별 요금 최대 3.78배 차이

그동안 상수도 보급률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전개돼 왔으며,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적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상수도 보급률만을 놓고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의 심각성을 논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수도요금의 지역 간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서울시의 경우 수돗물 1㎥당 수도요금이 577원, 경기도 과천시는 345.5원, 경기도 성남시는 455원인데 비해서 강원도 정선군의 경우는 1천276.8원, 경기도 가평군의 경우는 1천071.1원으로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요금이 가장 낮은 경상북도 청송군(338.7원)에 비해 가장 높은 강원도 정선군(1천276.8원)의 요금은 3.78배에 달한다.

이러한 수도요금의 지역 간 격차의 크기는 각 지역의 수도사업의 여건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전반적으로 대도시로 갈수록 요금이 낮고, 낙후한 농어촌이나 산간지역일수록 수도요금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별 가정용 수도요금을 전국 평균과 비교해 보면, 특별·광역시인 서울시와 인천시, 대구시, 광주시, 대전시 등은 전국 평균에 비해 수도요금이 낮은 반면 도 지역의 경우 경기도와 경상북도,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국평균보다 수도요금이 높게 집계됐다.

수돗물의 생산원가를 비교해보면 이러한 격차는 더 분명해지는데 도(道) 지역의 경우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전국평균 생산원가보다 1㎥당 생산원가가 높은데 비해 특별·광역시의 경우 부산과 울산을 제외하고는 생산원가가 전국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지역 간 요금격차의 불균형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규모의 경제와 관련된 것이다. 즉,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대도시 지역의 경우 넓은 지역에 소비자가 산재해 있는 농어촌 지역에 비해 사업 효율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관망시설에 대한 투자와 유지관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사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돗물 생산원가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강원도 평창군의 경우 강원도 총 면적의 8.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인구밀도가 1㎢당 31명으로 매우 낮아서 전체 인구가 4만 4천여 명에 불과하다.

또 군 내 정수장의 수가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수인 6개나 되지만 상수도 보급률은 67.6%에 불과하다. 더욱이 산간지역이 많아서, 별도의 가압과 감압시설이 다수 필요하며 이러한 시설의 건설과 유지관리 비용은 수돗물의 생산원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 우리나라 수도시설의 유지관리비 중에서 원수 및 정수의 구입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10년 전 22.3%이었던 것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7년 말에는 38.2%에 달했다.

두 번째로는 원수와 정수의 구입비가 수돗물의 생산원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취수에 따른 원수대를 지불하지 않고 취수하는 경우와 댐 원수대를 지불하는 경우, 광역상수도로부터 원수와 침전수를 공급받는 경우, 정수를 수입하여 공급하는 경우 등에 따라 수돗물의 생산원가가 다르게 나타난다.

하천에서 원수를 취수하더라도 기득수리권에 따라서 원수대금을 지불하는 경우와 지불하지 않는 경우로 구분되기 때문에 그 차이에 따라 수돗물의 원가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광역상수도로부터 침전수를 공급받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수도요금에서 원수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정수를 공급받는 경우는 수도요금이 전국평균보다 낮다.

 

원수·정수 구입비중 매우 높아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원수대금 체계는 외국에 비해 매우 복잡하다. 먼저 기득수리권의 보장 여부에 따라 취수비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외국의 취수부담금의 경우는 기득수리권에 관계없이 수원의 관리와 수질개선을 위한 비용으로 모든 취수에 대해서 부과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해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의 경우 취수부담금과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으나 부과대상이나 목적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최근 원수대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수자원공사의 갈등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원수요금 부과체계의 복잡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이러한 원수요금이나 취수부담금과 관련된 문제는 원수의 취수에 대하여 합리적인 요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서 수원의 관리를 위한 비용과 물 공급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데 사용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수도시설의 유지관리비 중에서 원수 및 정수의 구입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10년 전 22.3%이었던 것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7년 말에는 38.2%에 달했다. 이는 그동안 광역상수도의 보급이 확대된 측면도 반영하고 있지만, 전체 수도요금에서 원수와 정수의 구입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와 전북, 충남의 경우 상수도 유지관리비 중에서 원·정수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인천시의 경우 전체 상수도 예산의 30.9%가 원·정수 구입비로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수치들은 여러 가지 함의가 있지만,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방상수도의 사업의 성과가 원수대 혹은 광역상수도 요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사업 광역적 재편 제안

수도사업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제안이 몇 가지 제기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160개 이상으로 분산돼 있는 수도사업을 광역적으로 재편하여 권역별로 동일요금을 적용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댐 원수대와 광역상수도의 요금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지방상수도의 경우도 광역화해 전국 동일 요금 혹은 권역별 동일 요금을 적용하자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 수도사업의 광역화는 지방자치단체끼리의 자발적 협약 등에 의해 상향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 있으나, 이 경우 광역화는 매우 부분적이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간의 요금과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진은 2007년 6월 15일 열린 경북 고령군 광역상수도 수수시설 설치공사 기공식 장면.

먼저 이 방안이 현실화되려면 수도사업의 광역화가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서, 유역별로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통합해 하나의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 유역 내 혹은 권역별 동일요금의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제주도의 경우가 이러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광역화는 지금 국내 현실에서는 단기간에 성사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상당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동의 없이 추진이 어려운데 광역적 통합으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특히 특별·광역시들이 이를 선뜻 수용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대도시의 수도사업과 광역상수도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제시된 바 있으나, 이 역시 현실적으로 실현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수도사업의 광역화는 지방자치단체끼리의 자발적 협약 등에 의해 상향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 있으나, 이 경우 광역화는 매우 부분적이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간의 요금과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역수리권, 갈등 소지 높아

다음으로 수도사업의 광역화는 그 자체로 미급수 지역에 대한 대책까지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수도사업이 광역화되더라도 미급수 지역과 소외계층을 위한 재원을, 시책들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계속 남아있게 되고 만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두 번째 흐름은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한 수리권의 보장요구이다. 수도요금에서 원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안 중의 하나로 지역의 수리권을 보장해 댐 원수대나 광역상수도 요금의 납부를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춘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물 값 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팔당호 주변 경기도 7개 시·군(양평·가평·용인·광주·남양주·이천·여주)은 ‘팔당용수 사용료 면제’ 및 수질 관리 일원화를 위한 ‘물 값 연동제’를 요구하며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물 값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경기도와 이들 시·군은 “상수원구역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묶여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데다 수질 개선사업을 위해 2010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상황 중에 수공은 상수원 수질 개선 비용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연간 35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수공 측에 물 값 연동제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수리권의 주장은 현재는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공동대응의 차원에서 지자체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지만, 실상은 더 큰 지역 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지역수리권을 보장할 경우 상·하류 지역의 지자체간 수리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이며, 물의 합리적인 배분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유역수리권 관점 개선 바람직

최근 국제적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고, 기후변화로 인해 물 이용의 안정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지역수리권이나 선점권 등에 기초한 수리권보다는 공수제도나 유역수리권의 관점에서 물 이용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연안권(강변이론)을 적용해 왔던 미국의 동부지역에서조차 최근에는 이러한 일방적 수리권 보장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따라서 현재의 수리권제도를 개선하되 지역 수리권의 관점보다는 유역수리권 차원에서 개선을 해나가야 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수도사업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관련된 논의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점의 하나는 수도사업의 경우를 제외하고 지방상수도 사업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대도시 수도사업의 경우 이러한 지방상수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거나 아니면 외부위탁의 방식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대도시와 농어촌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인 노력이 결부될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수도사업을 애물단지로 여겨 떠넘기듯이 위탁시킬 경우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수도사업의 광역화, 혹은 위탁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도시설의 통합과 위탁과정에 대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점검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개편방안 신중한 접근 필요

수도사업은 산업이기 이전에 국민의 기본적 생존권으로서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 분야이다. 최근 수도사업의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사업의 효율성이나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수도요금을 설정할 때 항상 고려하는 것이 비용회수와 더불어 소비자의 지불능력이다.

최근 라틴아메리카 등 개도국에서의 수도 민영화의 실패는 이러한 수도사업의 보편적 서비스로의 특성을 무시하고, 민간기업의 비용회수나 수익창출만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수도사업에서의 민간참여가 정착돼 있는 이유는 사업의 효율성과 국민의 부담능력을 고려한 요금정책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비스에서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민간참여를 통한 사업 효율성의 향상이나 요금현실화만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요금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것은 그동안 대도시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낮은 요금의 수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수원의 보호와 수질의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 상류 지역의 지자체와 주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규제 비용 등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 부담을 하천환경과 주변의 지자체와 주민 등이 부담함으로써 수환경이 악화됐고, 일방적인 규제에 대한 반발로 물 값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돼오고 있다. 수도사업의 지역 간 불균형의 사회적 비용을 합리적인 물 이용의 질서와 요금체계를 통해 충당하도록 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진국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취수부담금제나 유역관리기금은 이에 대한 좋은 참고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중앙정부 혹은 유역차원의 재원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유역의 하천관리와 수질개선, 낙후 지역에 대한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현재 물이용부담금과 댐 원수대, 광역상수도 요금, 하천점용료, 지하수의 취수부담금 등에 복잡하게 분산돼 있는 부담금과 요금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개편해야 한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개편해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4대강특별법」에 의한 물이용부담금을 유역관리기금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고, 댐 원수대를 취수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방식이든 현재보다는 유역관리기금의 확보와 운용에서 지방자치단체 참여와 역할이 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