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수 교수

지난 2006년 7월 남한강 구간에서 계획홍수위(145m)를 0.1m만 남겨놓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홍수 때 북한강 유역은 평화의 댐, 화천댐, 춘천댐, 소양강댐, 의암댐, 청평댐까지 6개댐이 홍수피해를 단계적으로 줄여준다.

그러나 남한강 유역은 북한강 유역에 비해 수역이 2∼3배 넓어 상대적으로 홍수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충주댐(저수량 27억5천만 톤) 하나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계획빈도를 초과하는 대규모의 홍수가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치수대책은 주로 하도 내에서만 홍수를 관리하는 구조적 방법들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댐과 제방위주의 대책은 기상이변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극한 홍수재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역 내 저류공간을 활용한 유역의 홍수분담이 필요하나, 현재 유역차원의 홍수량 저류기능은 지극한 미흡한 상태다. 유역의 저류 기능을 최대한 확대하되, 초과 홍수량 분담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바람직하게 홍수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서 준설, 천변저류지 등이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치수효과, 문제점 등을 공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도정비(준설), 보, 천변저류지, 댐의 준설효과를 살펴봤다. 연구에 쓰인 계산모형에는 절점 지배방정식, 하도형 수로 지배방정식이 사용됐다.

수중보나 천변저류지에서 하도와 저류지 사이의 흐름은 월류형 수로 지배방정식을 이용했다. 수치해법은 프라이스만(Preissmann)의 4점 음해법을 사용했고, 차분해해서 나오는 뉴턴랩슨(Newton Raphson)은 지수방정식으로, 계산알고리즘은 매트릭스 로딩 앤 솔루션(Matrix Loading And Solution)을 사용했다.

첫째, 남한강 구간을 대상으로 한 하상준설 효과 계산모형의 모식도에서 상류단 경계조건은 충주조정지댐, 청평댐의 방류량으로 설정하고, 하류단 경계조건을 팔당댐 수위로 정했다. 이외 섬강, 청미천, 양화천, 복하천, 흑천, 경안천 유입지천을 대상으로 2006년 7월 홍수에 대해서 계산했다.

하상준설 전후의 수위차를 비교해 본 결과, 하상준설 후 홍수위를 2m 낮출 수 있었다. 준설에 따른 치수효과(홍수위 저하)는 상류로 갈수록 현저한 반면 배수영향을 받는 하류구간에서는 준설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하구에서 배수가 안되면 하구의 배수구간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배수영향 구간에서는 댐 방류 증대, 하구의 배수갑문 증대사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상의 준설에 따른 수질적인 측면을 상류와 하류로 나눠 살펴보면, 하류 측에 준설할 경우에는 퇴적토를 없애주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상류 측에 준설할 경우에는 생태계의 교란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또한 홍수 때가 아닌 평수기에는 하천수위, 지하수위가 저하된다는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위와 같이 하상을 준설하면, 수면이 내려가게 된다. 평수기 수위저하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보를 놓을 수 있다. 2006년 가을부터 2007년 봄에 댐의 평균적인 방류량, 유입량, 취수량을 가지고 분석한 결과, 보(堡)를 설치하면 본래의 수위에 다시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중보를 놓았을 경우, 홍수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보기 위해 팔당댐부터 월곶까지 왕숙천, 탄천, 중랑천, 안양천 사이에 잠실수중보, 신공수중보를 놓고 네트워크를 구성해보았다.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 하상과 보를 준설함으로써 수위를 회복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하류에서는 가능했다. 그러나 상류는 수질을 회복하는 구간이 짧을 뿐더러 확보되는 수자원도 매우 적었다.

▲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계획빈도를 초과하는 대규모의 홍수가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치수대책은 주로 하도 내에서만 홍수를 관리하는 구조적 방법들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수자원 전문가들은 보에 물을 받아 놓기 때문에 홍수가 나면 수위가 가중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보에 물을 받아놨다고 수위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수위 상승은 통수능력이 저하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 수중보를 설치하면, 수량이 풍부해 수질이 좋아진다는 논리 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수질은 ‘단위 시간당 오염유입량/유량’으로 산정되며, 수질을 좋게하려면 유역에서 하천으로 들어오는 오염원을 줄이거나 유량을 늘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를 놓게 되면, 홍수 때 상류의 홍수위가 상승하지만 가동보를 설치해서 통수를 확보함으로써 수위상승을 완화할 수 있다. 보 설치의 효과를 먼저 이수측면에서 살펴보면, 수자원확보라는 의미에서 하류에 설치할수록 확보되는 수량이 크고, 반면 상류에서는 확보되는 수량이 적다.

환경·생태측면에서는 물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변생태계가 복원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보 위쪽과 아래쪽을 단절시키기 때문에 생태계를 단절시킨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상준설과 보를 도입할 경우 친수공간 제공 측면에서 수상관광, 레저 등의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자원확보가 어려운 상류에 하천을 공원화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천변저류지의 치수효과 분석절차는 100년 빈도 설계 홍수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우선 천변저류지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하천 부정류 흐름계산을 수행, 하천 부정류 흐름계산 결과로부터 천변저류지 계획지점 최대수위를 산정했다. 천변저류지는 치수효과의 산정결과가 매우 불확실하다. 설계홍수와 조도계수라는 것은 확률강우량, 면적감소계수, 강우의 시공간 분포, 유출모형 등에 따라 산정과정이 불확실 할 뿐더러 임의적인 계산이 많기 때문이다.

넷째, 댐은 환경적인 면에서 빈약하나 반대로 치수효과는 확실하다. 댐 유무에 따라 치수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를 연구하기 위해 충주댐 지점의 계획홍수량을 임의로 정해보았다.

이상으로 홍수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하천정비 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제방 설계방법이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다는 데에 있다.

기존의 제방설계의 관행은 설계강우와 유출모형으로부터 설계홍수 유출량을 산정하고, 설계홍수 첨두유량에 대한 정상 부등류 계산으로 설계홍수위를 결정해왔다. 이와 같은 접근 방법은 댐, 유역 내 저류시설, 천변저류지 등 치수시설의 설계 또는 치수효과 평가에 부적절해 새로운 방법의 정립이 필요하다.

 

역기능 문제 보완책 찾아야

정부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내놓자마자, 이는 곧 4대강 죽이기라고 하는 여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언급했듯이 치수를 위해 하상준설을 할 경우, 홍수를 예방할 수 있고, 오염물이 퇴적해 수질에 긍정적인 반면 평수기 수위는 저하되고, 생태계교란이라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하루에 보를 설치할 경우, 수자원이 확보되고 평수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홍수위가 상승하고, 수질이 악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댐을 설치할 경우, 홍수가 조절되고 하류수질이 개선되는데 기여하지만 댐 상류주민의 어려움과 댐 주변 환경생태계를 간과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수자원, 하천관리의 기능 요소들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것이 함께 좋아지기는 어렵다.

▲ 잠실수중보(사진)는 평소 수심 12m 안팎에서는 유량 수문을 개방하게 돼 있지만, 보에 물을 받아 놓았다고 수위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 살리는 것이다”, “다 죽이는 것이다”라는 이론은 결코 맞지 않다. 결국 어떤 하나의 기능이 좋아지면 다른 하나의 기능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역기능에 대한 검토 및 해결책을 꼼꼼하게 찾아야 한다.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수자원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폭된 지금 중요한 것은 긴급투자에 대한 예방조사이다. 14조 원의 투자가 일시적인 효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경제위기에 경제회복의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죽어 가는 하천만 살리되, 살아있는 하천까지 손대지는 않길 바라는 바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하천제도가 개선되고,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 물과 토지의 통합관리의 기반이 마련돼야 진정한 유역종합수자원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