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9년 8월호 특집 기사]

 

 

냉방·난방·온수 동시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
환경보전·지열에너지 효율성 동시 실현할 기술개발 시급

 

 

 

 

▲ 안근묵 한국지하수협회장

최근 기후온난화의 영향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이 부상하면서 지열에너지의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 지구에 미치는 태양열 중 50％ 이상이 지표면을 거쳐 지하에 저장되며 이렇게 형성된 지중 온도는 계절적인 대기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겨울철 지열은 대기온도에 비해 평균 10℃ 이상 높고, 여름철은 10℃ 이상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지열시스템은 이런 대기와 지중열의 온도차를 에너지로 활용한다. 보편적으로 지열에너지는 온천 관광이나 난방 쪽에서 많이 쓰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 [그림 1] 지열시스템 원리

지열시스템을 이용한 설비는 2000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해 2008년까지 총 551건이 설치됐다. 지열에너지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11개 분야의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 냉방과 난방 및 온수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이다.

무한정적인 지열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연료비 및 관리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냉방시 일반 에어컨 대비 50%, 난방시에는 평균 70%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월간 소비되는 연료비를 기존 에너지와 비교해 본 결과, 경유 89만2천 원과 전기히터 43만9천250원에 비해 12만5천원의 저렴한 연료비로 산정됐다.([그림 2] 참조)
핵심 열원인 지중열교환기가 땅속에 설치되므로 화재 위험성이나 운전시 소음이 전혀 없으며, 기존 냉난방시설에 비해 장비의 수명이 길고 설비공간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친환경 시스템으로서 국내의 활발한 도입이 기대된다.

 

▲ [그림 2] 월간 연료비 비교

열교환유체 순환시켜 지중열 취득

지열시스템의 유형은 [그림 3]에 보이는 것과 같이 열전달 유체 순환방식에 따라 크게 개방형시스템(open loop System)과 밀폐형시스템(closed loop System)으로 분류한다. 개방형 시스템은 지하수 취수정에서 올라온 지하수가 히트펌프를 돌아 취수정으로 주입된 후에 다시 취수정으로 이동하는 동안 열복원되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또한 밀폐형 시스템은 지층을 수직 굴착한 굴착공안에 유체 순환파이프를 설치한 후, 부동액 등 유체를 순환시키면서 지중열을 취득하여 히트펌프에 전달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열을 얻는다. 밀폐형 시스템은 지반이용과 유체 순환파이프 설치구조에 따라 다시 수직형과 수평형으로 분류된다.

 

▲ 지열시스템 유형별 비교(개방형)

▲ 지열시스템 유형별 비교(수직 밀폐형)

▲ 지열시스템 유형별 비교(수평 밀폐형)

10평당 설치단가 420만원

RT(Ton of Refrigeration)는 지열단위로서 단위시간에 냉각하는 냉각열량(Kcal/hr)을 말한다. 즉, 1RT는 0℃물 1톤을 24시간 동안에 0℃의 얼음으로 만들 때 냉각해야 할 열량이다. 1RT당 얻을 수 있는 효율적 냉·난방 면적은 약 10평(33㎡) 정도이다. 개방형시스템의 경우 RT당 설치단가는 402만 원이며, 수직밀폐형시스템은 RT당 437만 원이 소요된다.

지난 2007년에는 대림산업의 한숲 e-편한세상 아파트에 지열 냉·난방 시스템이 적용됐다. 또 강북영어마을과 울산정밀화학 지원센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다니엘 학교에서도 지열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정성군 농업기술센터에는 올해 9월까지 깊이 300m의 개방형 지열시스템을 이용한 시설하우스 난방시스템이 준공될 예정이다. 시설이 준공되면 히트펌프를 이용해 경유난방 대비 80%의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 정선군 농업기술센터는 지열 냉난방 지열시스템을 설치하여 농작물을 재배할 예정이다.

설비구성·설치.시공 과정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지하시설과 지상시설로 구성돼 있다. 지하시설은 땅속을 굴착해서 지중에 지중열교환기를 설치하고 지상에는 히트펌프, 열교환기 등 기계설비와 전기제어설비가 설치된다.

[그림 4]에 보이는 것과 같이 지하시설인 지중열교환기는 열복원 과정을 통해 땅속의 에너지를 외부로 송출하는 기능을 반복하며, 지상시설인 기계설비는 땅에서 올라온 에너지를 냉·난방 에너지로 바꾸는 기능을 담당한다.

지열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한 준비단계에서는 현장부지를 방문해 구조물의 냉·난방 부하를 계산, 지중열교환기 설치부지의 지반조사를 마치고, 히트펌프 및 지중열교환기 용량을 산정한다.

시공단계에서는 천공작업을 실시한 후, 그라우팅 작업 및 지중열교환기를 설치한다. 또 주관연결 지열 트렌치 공사, 지열장비 설치 및 덕트(유체 흐르는 통로) 배관공사 후 설비가 완성되면 시험가동 및 최적화 과정에 들어간다.

▲ [그림 4] 지열 냉난방시스템 지하시설 구조

▲ 히트펌프 등이 지상에 설치되는 지열 냉난방시스템.

미국, 관련법에 사용기준 명시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가 지열시스템 관련 규정을 이미 마련해 물 관련법에 그 기준이 명시돼 있다. 유럽은 국가마다 지열에너지 사용 권장내용과 규제가 다양하다. 「환경법」이나 「광산법」에서 해당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관련법을 마련 중에 있다.

국내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에 의해 태양·바이오·풍력·해양·지열·수소에너지 등을 대체에너지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는 지난 2004년부터 연면적 3천㎡ 이상 공공기관 건물 신축시 건축공사비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사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열시스템 설치와 관련된 법규사항은 앞에 언급된 것 이외에 「지하수법」‘지하수의 수질보전 등에 관한 규칙’, ‘신재생에너지설비의 지원·설칟관리에 관한 기준’등에 의해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연구결과, 지열에너지를 이용하면 시스템 가동 시 지하수·부동액 등의 열교환 유체로 인해 토양지하수오염문제, 지하수온 변화, 미생물의 정화능력 변화 등 토양·지하수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토양·지하수 환경영향 개선방향’ 수립을 바탕으로 향후 ‘토양지하수환경관리요령’ 마련 및 지하수 법령 관련규정을 개정해나갈 방침이다. 관련 방안으로는 우선 지열에너지 분야 등록기준에 지질 분야 전문가를 포함시켜 천공(관정) 설치시 수리지질학적 조건을 검토토록 할 예정이다. 또 지열시스템 적정설계를 위해 최적화 설계 유도 및 전문 기업 교육을 강화하고, 천공수 및 지하수 양수량을 조절키로 했다.

지열 냉난방시스템 설치시 천공작업부터 완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천공 설치시 토양·지하수 오염원으로부터의 이격거리 제한이나 오염지역에 설치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어 100m 이상 이격거리 제한과 오염지역에 설치를 자제하는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토양·지하수 오염원 될 수 있어

지중 또는 지하수의 열을 이용하면서 시스템 이용시 주변 열이 변화됨에 따라 지하수온의 변화, 용존이온의 용해도 영향에 따른 수질변화를 포함해 미생물 종의 변화 등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특히 지열 냉난방시스템 운영시 열교환 유체로 사용하는 메탄올 10∼20％ 함유의 부동액이 누출될 경우 토양·지하수에 직접적인 오염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열교환 유체 누출방지방안을 마련하고, 부동액은 비독성·비오염성·안정성 등을 감안한 물질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또 설비 폐쇄시에는 지중열교환기 내 부동액 회수처리를 의무화해야 한다. 지하수를 유체로 사용하는 준밀폐형의 경우, 재주입 지하수로 인해 대수층 수질변화 등 지중 또는 지하수 환경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수질검사 및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국내 적합 지중열교환기 개발 필요

국내 지열시스템 연구 사업의 문제점은 연구개발 내용에 창의성이 없고, 시장 활용성이 낮다는 점이다. 현재 설계 및 시공기술의 개발보다는 주로 이용 및 자료취득을 위한 연구에 치중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연구개발 사업제안서에 대한 타당성 및 활용성의 평가 과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이 결정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연구개발 사업제안서에 대한 타당성 및 활용성 평가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의 표준화, 사업비 절감, 사업절차의 합리화 등을 실현하여 지열시스템 보급·확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다.

지열시스템은 기존 냉난방 설비에는 없는 지중열교환기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임을 감안하여 우리나라 지질특성에 적합한 설계 및 시공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국산화율이 저조한 열펌프의 제작 및 생산기술의 연구개발도 이뤄져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