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인환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가정 주방용 오물분쇄기(이하 디스포저)는 분쇄물의 하수관거 내 퇴적 및 악취발생, 수질오염 가중 등으로 인해 사회문제화 되어 1995년부터 판매 및 사용이 금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음식물류 폐기물의 분리수거 시의 비위생성, 악취발생 등으로 인한 생활불편으로 사용 욕구가 증대되고 있다.

지난 2005년 1월부터 시행된 음식물류 폐기물의 직매립 금지제도로 인해 음식물폐기물의 발생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가정에서 배출되는 양이 전체 발생량의 약 87.4%를 차지하고 있다.

음식물폐기물 분리·수거는 악취 및 비위생성 등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며, 수집·운반 및 처리에 따른 행정비용의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음식물폐기물의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수는 주로 해양배출에 의존(57.5%)하고 있다.

분리수거의 불편함으로 인해 신규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감량기 사용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과다한 전기사용, 감량효과 저하(성능), 감량기 사용 후에도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

음식물 폐기물 감량기 생산업체는 약 40여 개소이며, 시장규모는 3천억 원대로 급성장, 2년 후에는 2조 원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판교 신도시 등에는 고가의 자동집하시설(진공식 수거방식) 등이 설치, 확대 보급될 전망이다.

 

물 사용량 증가로 수질오염 유발

디스포저를 사용하면 음식물 폐기물의 분리수거에 따른 악취 및 비위생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수집·운반차량 감소로 이산화탄소(CO2) 등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 또한 하수슬러지를 통한 메탄회수 등으로 에너지화·자원화가 가능하며, 국민생활의 편리성이 향상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전력(0.3%) 및 물 사용량(2.8%)을 증가시키고, 하수관거 내의 유속(0.6㎧ 이상) 미확보 시에는 분쇄물 퇴적 가능성이 있어 하수관거의 막힘현상, 악취 및 관거 부식도 우려된다.

또한 합류식 하수관거의 경우 강우시 범람으로 분쇄 음식물폐기물이 공공수역으로 유출되어 수질오염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하수처리시설로 유입되는 하수량 및 오염부하량 증가, 하수처리시설 증설 및 개선이 필요하다.

디스포저는 처리방법에 따라 음식물류 폐기물을 분쇄하여 오수와 분쇄물질을 하수관거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는 직투입형과 음식물류 폐기물을 분쇄기로 분쇄하고, 오수 및 분쇄물질을 전처리 시설에서 처리한 후 오수만 하수관거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는 전처리 시설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투입형은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지역에 적용되고, 전처리 시설형은 합류식 하수관거 설치지역에 적용된다. 직투입형의 경우에는 1대당 약 50만 원으로 설치비 및 분쇄 시 사용되는 전력·상수도 사용량만 부담(약 500원/월)하면 되고, 전처리 시설형은 직투입형의 설칟운영비 외에 전처리시설 설치비(267만 원/세대) 및 운영비(8천 원/월/세대)를 추가로 부담해야 된다.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은 허용

OECD 국가 중에서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덴마크, 스페인, 일본 등이 가정 주방용오물분쇄기를 허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독일, 노르웨이, 한국 등은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수처리, 수질오염 등의 문제로 1970년대 사용금지 이후 조사연구, 현장적용 및 평가 등을 거쳐 다시 허용했다. 뉴욕시는 분류식 지역은 1971년, 합류식 지역은 1997년부터 허용했으며, 분쇄된 물질을 전처리 없이 하수도에 직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은 1980년대 환경문제 제기로 사용이 자제되었으나, 전처리 시스템 연구·개발을 통해 1998년부터 사용이 다시 허용됐다. 동경도의 경우 현재 분쇄기 보급률은 약 1%로 추정되고 있으며, 처리방식은 직투입형식과 전처리형식 중 해당 지자체에서 선택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설계최소유속 0.6㎧ 확보해야

디스포저 도입에 대한 옥내 배관의 국내·외 기준을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의 배수맨홀 구조변경이 가장 큰 문제이고, 나머지는 일본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교반장치 설치로 분쇄 음식물류 폐기물의 퇴적을 방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50㎚ 이상 토사 저장공간을 확보하여 퇴적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근래에는 토사저장공간이 없도록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씽크대의 P트랩에 배기관을 설치하는 것 외에는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 주방 싱크대 밑에 설치된 디스포저.

국내 기준은 하수관거 최소유속이 0.6㎧를 만족하도록 되어있으나, 통상 실측발생유속은 계획만관유량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계획유속보다 보통 낮은 범위에서 발생한다. 유기성 고형물은 실제유속 0.3∼0.4㎧ 정도에서 소류 가능하지만 설계최소유속기준이 0.6㎧보다 낮게 되면 퇴적발생 우려가 커진다.

우리나라 오수관거 설계최소유속기준은 미국 및 일본의 분류식과 같으며, 하수관거의 퇴적방지를 위한 설계최소유속기준은 0.6㎧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분쇄기의 하수관거 사용여건 파악 및 기준검토를 위해 관경 및 유속별 퇴적정도를 조사한 결과, 분쇄기 도입을 위해 인터버 설치가 필요하고, 하수관거 적정 설계유속은 0.6∼3.0㎧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02년 이전 관거정비지역의 0.6㎧ 미만 구간에서 9.3∼75.2%의 퇴적비율이 나타남에 따라 분쇄기 도입을 위해 설계최소유속 확보를 위한 관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 이후 정부 추진 계획정비지역은 대부분 설계최소유속 0.6㎧을 확보하고 있다. 0.6㎧를 확보해야 원활한 디스포저 도입이 가능하다.

 

사용조건 충족 지역 일부에 불과

하수처리 보급률은 1988년 서울올림픽, 1989년 맑은 물 공급대책, 2002년 하수관거 정비 원년선포 등에 따른 집중투자 결과, 급속도로 향상됐다. 정부는 2007년 기준 87.1%인 하수도 보급률을 국가하수도종합계획상 2010년까지 90%, 2015년까지 92%로 높일 계획이다.

2007년말 기준으로 전국의 가동중인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총 357개소(시설규모 500㎥/일 이상)이며, 이중 연중 6개월 이상 가동 시설은 347개소(2억3천735만5천 톤/일)이다. 기존 하수도 시설은 분쇄기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어 직투입형의 사용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분류식 하수관거가 보급되고, 하수처리시설의 여유용량이 10% 이상인 시설은 총 56개소에 불과하다.

 

하수처리장 유입 하수량 증가 미미

디스포저 도입 시 공공하수처리장의 현격한 유입 하수량 증가는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유입 오염부하량(수질) 증가 여부는 각 처리장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집수구역이 적은 소규모 하수도 지역에서 분쇄기를 사용하는 피크시간대의 유입 오염부하량 산정이 요구된다.

1차 침전지의 경우, 유입수량 증가가 미미하므로 표면부하율의 변동과 월류부하 등에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입 고형물(SS) 부하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형물의 침강특성에 기인한 1차침전지 제거율은 디스포저 도입 전과 비교해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전조 생슬러지 증가에 따라 계획·설계·유지관리 측면에서 대응이 요구되며, 유입 고형물 침강 특성, 발생 슬러지 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응조 및 2차 침전조의 경우에는 유입수 부하 증가에 따른 유기물 제거율은 생물학적 처리 프로세스가 자가조절 완충능력에 따라 방류수 수질기준을 준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기물 제거율 변화 및 방류수질기준 준수여부 확인이 요구된다.

디스포저 도입 전·후 반응조 내에서 동일한 MLSS를 유지한다면 유기물 부하 증가로 슬러지 발생량이 증가할 것이고 SRT는 감소할 수 있다. 2차 첨전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적절한 처리수질 확보를 위해 반응조 내에서 높은 MLSS 유지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질소·인 제거를 위한 고도처리에의 영향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질산화를 위한 SRT를 확보할 수 없으면 질산화 반응이 저해될 수 있다. 그러나 유입 질소 부하 증가에 비해 유기물 부하 증가가 크므로 탈질반응은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생물학적 인 제거의 경우 유기물량의 증가로 반응 조건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응집제 첨가를 통한 인제거의 경우 응집제 첨가량이 증가할 수 있다.

 

단위 프로세스 위주 영향평가 필요

슬러지처리 시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 검토결과, 슬러지 농축·소화·탈수와 연계된 단위 프로세스 위주로 영향 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슬러지 농축은 고형물 부하의 증가가 예상되며 그 결과 분리액의 SS(부유물질) 농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투입 슬러지 성상 변화에 따라 슬러지의 침강 분리·농축성이 변화되고 슬러지 회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입 슬러지의 유기분 상승으로 인해 부패성에 관한 관찰이 요구된다.

농축슬러지 소화(혐기성 소화)는 투입 슬러지량의 증가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소화율 및 가스발생률 등의 운전조건 변화가 전망된다. 아울러 투입 슬러지 성상, 즉 유기분의 증가로 가스 발생량이 증가될 것으로 보여진다. 슬러지 탈수는 투입 슬러지의 증가, 투입 응집제 양의 증가에 따라 운전시간의 증가가 예상되며, 슬러지의 탈수성 변화에 관한 관찰이 요구된다.

 

단계적 허용방안 검토 필요

▲ 디스포저는 생활의 편리성과 위생성 등을 고려하여 국민이 음식물폐기물의 처리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재의 하수도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디스포저는 생활의 편리성과 위생성 등을 고려하여 국민이 음식물폐기물의 처리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재의 하수도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이를 통해 고령화 및 주거형태 고층화에 따른 국민불편 및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음식물 폐기물 처분 시 국물, 악취, 설치류(쥐 등), 해충 발생에 의한 주변 환경 악화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음식물류 폐기물폐수 해양투기에 의한 해양오염유발을 방지할 수 있으며, 국민의 생활 편리성이 주부노동가치 월 5천500원 정도만 고려해도 경제성이 있다.

디스포저 허용은 △국민 불편 해소 및 삶의 질 향상 △환경영향 최소화 △디스포저에 대해서만 검토하고 단계적 추진 △음식물쓰레기 처리 다원화 방향(주민선택권 부여) △불법사용 적극 차단 등의 사항에 초점을 맞춰 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