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
MBR 도입, 안정적인 효율 유지·부지면적 최소화

▲ 수처리선진화사업단 I3 System 개발팀은 시범사업 준공과 상용화를 앞두고, 유럽 하수재이용 기술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3월 유럽을 다녀왔다. 왼쪽부터 (주)팬지아이십일 김종락 과장, 코오롱건설(주) 강문선 차장, (주)대우건설 정진호 대리, 수처리선진화사업단 정규연 팀장, (주)포스코건설 고주형 과장.

 

 

 

“이제는 고품질의 하수처릿 생산 필요”

하수재이용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하수재이용률은 2007년 9.9%에서 2016년까지 19%로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재이용되고 있는 하수는 대부분 생물학적 2차 처리 및 물리 여과로 처리되며, 재이용 용도는 처리장 내 청소용수(57.9%)와 하천유지용수(30.2%)가 대부분이다. 현재의 낮은 처리수질과 한정된 용도로 재이용률을 크게 향상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업용수, 친수용수 등 고급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데, 기본적으로 I3 System과 같이 다양한 재이용 용도에 따른 수질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정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하수재이용 기술과 함께 시설비용과 처리단가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재이용수의 가치를 향상시킴으로써 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반드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이 과제의 연구진들이 유럽 출장을 갔을 때만해도, 시설 및 운영에 대해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눈을 크게뜨고 귀를 쫑긋세웠다. 어쩌면 1960~1970년대에 일본을 방문한 우리의 산업시찰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 출장에서는 불과 몇 년 사이에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개발된 공정 및 분리막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에 거의 근접했고, 특정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앞서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시설 운영 노하우에 대해서는 경험 많은 그들에게 배울 것이 많았다. 하수재이용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는 사회적인 인식은 다소간 부러운 부분이었다.

▲ 방문한 하수처리장의 처리 용량 및 주요 특징

바르셀로나 WWTP 등 5개 하수처리장 방문

방문 대상 하수처리장은 최신의 분리막이 적용되고 처리수를 재이용하고 있으며, 가급적 큰 규모의 처리장 위주로 선정했다. 가능하면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많은 처리장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동선과 이동시간을 고려하다보니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3개 국 5개 하수처리장으로 한정됐다.

스페인 바로셀로나(Barcelona) WWTP는 유럽에서 가장 큰 하수재이용 시설이다. 정확한 명칭은 The Prat de Llobregat Plant인데, 편의상 WWTP로 칭하기로 한다. 배출되는 전체 60만㎥/일 중 최대 32만㎥/일의 하수가 재이용된다. 세계 최대의 물기업인 베올리아가 건설했고, 운영은 까딸루냐(Catalonia) 주정부 산하의 공사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방문 시 시설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을 위해 프랑스의 베올리아 본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셀로나 WWTP의 재이용 용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하천 유지용수이고, 그 외에도 지하수 충전, 습지, 산업용수, 농업용수 및 염해 방지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 바르셀로나 하수처리시설의 하수재이용 수요

▲ 바로셀로나 하수재이용 시설 공정 개략도

재이용 시설의 기본 정은 Actiflo+Disk filter+UV 소독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물학적 처리를 거친 2차 처리수가 유입되기 때문에 재이용 시설은 고형물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ctiflo는 microsand와 경사판을 이용한 고속응집 침전지인데, microsand는 하이드로싸이클론으로 분리되어 재사용된다. Actiflo 처리수는 메쉬 크기가 10㎛인 Disk filter를 통해 고형물이 추가적으로 제거되고, UV소독을 거치게 된다.

재이용 용도에 따라 추가적인 처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경우는 역전전기투석법(EDR, Electrodialysis Reversal) 공정을 추가적으로 거친다. EDR은 처리수 내 염분과 생물학적 처리시설에서의 염소 소독으로 발생될 수 있는 부산물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농업용수 수질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비용효율적인 운전을 위해 EDR 처리수는 이와 같이 기본 공정만 거친 물과 적절히 혼합되어 사용된다. 염해 방지용수로로 재이용될 때는 추가로 한외여과(UF, Ultra filtration)와 역삼투(RO, Reverse Osmosis)를 이용한 처리를 수행한다.

▲ 재이용 용도별 유량과 처리공정

▲ 사바델 하수처리시설 조감도(Google Earth 제공)

스페인의 사바델(Sabadell) WWTP는 평막이 적용된 유럽에서 가장 큰 처리장이다. 고속도로 위에서 처리장이 빤히 보였는데도, 입구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리장 주위는 부지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대형 가구 매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사바델시 책임자, 현장 책임자 및 막을 공급한 Hera사의 엔지니어가 차례로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해주었다. 바르셀로나 WWTP에 이어 대단한 환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MBR을 적용하기 전에는 표준활성슬러지법이 2계열로 설치되어 있었고, 영양염 제거는 고려되지 않았다. 설계 유량 3만5천㎥/일로 1997년에 건설되었고, 일시적으로 순산소공법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2006년에 MBR을 도입하면서 순산소는 더 이상 사용되진 않고 있다.

MBR 도입이 결정된 가장 큰 이유는 부지 부족이었다. 인근에 대단위 주택 개발이 계획되면서 처리 용량을 확충해야 했으나, 인근에 유적지가 있어서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MBR의 경우는 침전지가 불필요하므로 생물학적 반응조에 해당하는 부지만으로 충분하다는 점이 도입 배경이었다. 분리막은 Kubota사의 최신 모델인 EW400이 적용되었다.

기존 2계열의 표준활성슬러지법 중 한 계열을 MBR로 개·보수하고, 거의 같은 크기의 MBR 반응조을 유적지 바로 옆의 부지에 설치했다. 격벽을 설치하여 MBR 반응조는 총 8계열로 구분되었고, 그 중 6계열이 사용 중에 있었다.

나머지 2계열은 비상용으로 유지만 되고 있었다. 개보수되지 않은 표준활성슬러지법 1계열은 여전히 사용되고는 있으나, 향후에는 비상시에만 운전될 것이라 한다. 처리수는 강으로 방류되어 하천유지용수로 이용된다.

▲ 사바델 하수처리시설. 상단부터 스컴 스크린, 현장 설명 모습, 호기조 및 무산소조, MBR 공정 막분리조 상부.

분리막 공급사에 따르면, 오염에 강하고 내구연한이 긴 것이 중공사막 대비 평막의 장점이 있다. 일례로 영국의 Porlock STP에 1998년에 230개의 평막 분리막이 설치되었는데, 이후 10년 동안 약 6%만 교체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평막보다 중공사막이 선호되는 경향이 크고 특히 중·대규모 처리장에서는 거의 중공사막이 적용된다. 가장 큰 이유는 중공사막이 집적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분리막조 크기를 줄일 수 있고, 개·보수 시 기존 반응조에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하수도를 포함하여 상대적으로 부지에 여유가 있는 소규모 처리장의 경우에 대해, 평막과 중공사막의 경제성과 운전 효율을 비교, 평가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회의실에서보다 현장에서 오히려 더욱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 I3 System 개발 실무자들은 전반적인 운영기법은 물론이고, 복잡하게 설치된 배관 하나 하나의 용도에 대해서까지 질문이 계속됐다. 세정 공기 및 약품은 어떻게 주입하는지, 흡입 배관의 공기 방울을 어떻게 제거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무산소조에 스컴(SCUM)이 대단히 많이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반응조 간 격벽을 넘어 호기조로 계속 넘쳐날 정도였다. 스컴이 생성되는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유입 하수의 10∼20%가 산업폐수라고 하니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듯 했다. 그러나 MBR 공정 특성상 스컴이나 부상 슬러지가 유출되지 않으므로, 유출 유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실 현장 책임자도 스컴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평막을 도입했다는 점과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두 개의 반응조를 반응조당 4계열, 총 8계열로 나누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낮은 부하에서는 일부 계열을 쉬게 함으로써, 운전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