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처리선진화사업단 I3 System 개발팀은 시범사업 준공과 상용화를 앞두고, 유럽 하수재이용 기술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3월 유럽을 다녀왔다. 왼쪽부터 (주)팬지아이십일 김종락 과장, 수처리선진화사업단 정규연 팀장, (주)대우건설 정진호 대리, (주)포스코건설 고주형 과장, 코오롱건설(주) 강문선 차장.

사바델 하수처리시설 방문을 마치고 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내에서는 항공권을 구할 수 없어 현지 여행사를 통해 어렵게 예약했다. 연이은 흐린 날씨로 인해 캘빈클라인 청바지가 추구하는 색깔이라는 지중해 바다의 쪽빛은 보지 못했지만, 몸과 마음을 편히 쉬면서 깐느에서 꿀맛 같은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 호텔을 출발해서 깐느 북쪽, 그라스(Grasse)시의 아름다운 산간 마을에 위치한 Roumiguieres WWTP로 향했다. 대형 버스가 우회전하기도 벅찬 좁은 산길을 따라 구비구비 하염없이 올라갔다.

출입구를 지나치는 바람에 차를 돌리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라스시 환경국장과 실무자가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와 있었다. 지역 방송사도 초빙하려 했으나 사업단에서 고사했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대단한 환대에 놀랐다.

산악지역에 처리장을 건설하려다 보니 토목공사 소요 비용이 대단히 크게 예상되었고, 이에 소요부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MBR을 도입하고 빌딩형으로 지었다고 한다.

 

▲ Grasse Roumiguieres WWTP 생물반응조.
▲ Grasse Roumiguieres WWTP 분리막조 상부. ▲ Grasse Roumiguieres WWTP 유출수. ▲ Grasse Roumiguieres WWTP 운영실.

건물 내부에 전처리 시설과 기계 시설이 있고, 상부에 생물반응조와 분리막조가 있는 형태다. 건설에 총 7억 유로가 소요되었다 한다. [그림 1]의 갈색 정사각형들이 건물 옥상의 생물반응조인데, 방문 당시에는 하얀 천막이 씌워져 있었다.

하류에 양식장이 있어서 유출수질에 대단히 민감한 지역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MBR 도입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적용된 공법은 Suez사의 Ultrafor 공법이다. 20㎜바스크린을 거친 유입수는 유량조정조, 침사지, 3㎜ hole straining을 거친 후 간헐포기조로 유입된다.

흥미로운 점은 간헐포기조 후단에서 전단으로의 내부반송 라인에 메쉬 크기 0.8㎜의 side straining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MBR 공정의 안정적 운전에서는 스크린이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머리카락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중공사막에 엉켜 붙어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머리카락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1㎜ 이하의 메쉬 또는 천공스크린이 권장된다.

 

▲ [그림 1] Grasse Roumiguieres WWTP 조감도

▲ [그림 2] Grasse Roumiguieres WWTP 공정도

Suez 계열사인 Degremont사가 설치하고 운전하고 있는데,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GE사의 Zenon막이 설치된 점이 인상적이다. 현장 책임자 설명으로는 자사의 분리막은 정수용이어서 용도가 다르며, 처리장이 건설되던 2000년도에는 Zenon막 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운전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시범사업의 일부로 Zenon막을 도입했다고 한다. Suez사의 Aquasource막은 원수가 중공가 내부로 유입되어 처리수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형태인데, 이런 형태의 막을 하수에 적용하면 슬러지가 중공사 내부에 누적되어 심각한 오염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분리막 유지세정은 1일 2회, 회복세정은 연간 2회(1월, 7월) 이루어진다. 회복세정 시 air bubble을 이용해 중공사 파단이나 그 외 손상에 대해 점검한다고 한다. 분리막의 투과도(permeability)가 설치 초기 200(L/㎡,hr,bar)이던 것이 100으로 떨어지면 새로운 막으로 교체된다.

분리막조에는 4조의 분리막 박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박스마다 80개의 분리막 모듈이 있고 각 모듈은 30.1㎡의 막 면적을 가진다. 박스 당 처리용량은 평균 1천200㎥/hr, 최대 1천680 ㎥/hr이고, 하수 유입량에 따라 박스 가동 수를 조절한다고 한다. 유입되는 유량을 감안하면 2조의 박스만으로 충분하다.

Roumiguieres WWTP의 설계 유량은 4천㎥/d인데 반해 실제 유입되는 유량은 1천500㎥/d에 불과했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처리장을 지었는데, 실제로는 인구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전체 수리학적 체류시간(HRT)이 30시간에 달하게 되었다.

만약 MBR이 아닌 활성슬러지공법을 도입했더라면, 지나치게 긴 HRT와 빈부하로 인한 유출수질 악화가 심각하게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MBR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현장에서는 웃어 넘겼지만, 지자체에서 인구과잉추계에 기반하여 개발계획을 세우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 지역의 상수 판매단가는 상수 및 하수처리비용을 포함하여 톤당 3유로로 방문지 중 가장 높았다.

브레시아 하수처리장 MBR 공정 세계 최대

그라스에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늦은 저녁에서야 이탈리아 제노바(Genova)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다시 3시간을 차로 이동해 Brescia WWTP에 도착했다. 방문지들이 많이 떨어져있다 보니 이탈리아에서는 낮 시간의 대부분을 버스 안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Brescia WWTP 인근은 농업 지대로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입구를 찾느라 애를 먹었는데, 일단 들어서니 꽤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Brescia WWTP는 a2a라는 공기업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a2a는 상하수도는 물론, 전기, 전화 등 우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 방문지와는 달리 이 지역은 수도 요금이 대단히 저렴해서, 상하수도에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1981년에 최초 건설되었는데 당시에는 화학적인 처리만을 하다가, 2001년에 생물학적 고도처리를 도입했고, 2003년에 MBR을 도입했다. 전체 처리용량 9만㎥/d 중 4만2천㎥/d가 MBR로 처리되고 있었다.

MBR로 개·보수한 처리장 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질기준이 강화되고 유입 유량이 증가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시설 확장이 어려웠기 때문에 기존 시설 중 2계열을 MBR로 전환했다고 한다. 참고로 내년 8월 완공 예정인 수영하수처리시설 시설개선사업 중 MBR을 적용한 부지집약화 시설이 10만㎥/일로, ‘The World Largest MBR Retrofit’이라는 타이틀은 조만간 한국으로 넘어올 듯 하다.

▲ Brescia WWTP. 유량조정조.

▲ Brescia WWTP. 20㎜ 스크린.

▲ Brescia WWTP. 스크류펌프 & 6㎜ 스크린.

▲ Brescia WWTP. 2㎜ screen.

▲ Brescia WWTP. 분리막 프레임.

▲ Brescia WWTP. MBR 유출수.

Brescia WWTP는 운영인원이 총 17명으로 규모에 비해 적고, 저녁에 전원 퇴근한다고 했다. 현장 책임자는 적은 부지소요, 적은 슬러지 발생량, 적은 운영인원, 안정되고 우수한 수질, 자동화 및 원격운전 용이 등 잘 알려진 MBR의 장점 외에, MBR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것은 컴퓨터가 인간과 달리 이상 상황에 대해 경중 파악 없이 빈번하게 경보를 발생시키고, 운전자에게 비상 SMS를 발송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운전자는 운전시스템에 접속하여 이상을 확인하고 조치하게 된다.

최소의 인원으로 운전 가능하고, 원격지에서 조치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히 MBR이 가지는 장점이다. MBR의 단점이라고 지적한 것은 정확하게는 적용된 운전관리프로그램의 미흡한 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Brescia WWTP에는 20㎜ 조목스크린, 6㎜ 세목스크린, 2㎜ 미세목스크린 등 전처리용 스크린이 3단으로 설치되어 있다. 역시 MBR 공정에서 스크린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통된 인식인 것 같다. 분리막조 상단에는 분리막 프레임을 전시해두고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MBR 처리수는 염소 소독을 거친 후 기존 시설 처리수와 합류된다. MBR 처리수만을 염소 소독한다는 것은 의외였다. 분리막 pore size는 대장균보다 작기 때문에 처리수에서 대장균과 병원균은 거의 검출되지 않고, 양쪽의 처리수를 합류시켜 방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염소 소독이 필요한 쪽은 오히려 기존 시설 처리수이기 때문이다. 개보수 과정에서 소독 관련 배관이 미처 정비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합류된 처리수는 관로를 통해 5㎞ 떨어진 강으로 방류되어 주로 농업용수로 사용된다고 한다. 구렛나루를 멋지게 기른 현장책임자는 맥주잔에 소독을 거친 MBR 유출수를 받아서 마셔보라고 하는데, 수돗물도 마시지 않는 한국인에겐 너무 심한 오버라 하겠다.

▲ Viareggio WWTP. 유입배관.

▲ Viareggio WWTP. 스크린.

▲ Viareggio WWTP. 분리막조.

▲ Viareggio WWTP. 간헐포기조.

Brescia WWTP는 총 24계열의 MBR을 추가로 설치하여 현재 9만㎥/일 용량에서 20만㎥/일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위 택지 개발로 인해 인구가 증가하고, 또한 관로를 설치하여 10㎞ 이상 떨어진 산간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받게 된다고 했다.

향후 MBR 증설, 기존시설 우수저류조로

마지막 방문지는 이탈리아 Viareggio WWTP였다. 각 6천㎥/일 용량의 산화구(oxidation ditch) 3계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2005년에 그 중 1계열을 MBR로 변경했다. 4개의 관로를 통해 하수가 유입되는데, 그 성상이 사뭇 다르다고 한다.

그 중 염분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2개 관로로 유입되는 약 6천㎥/일의 하수가 MBR로 처리되어 농업용수 등으로 재이용된다. 규모 면에서 구리하수처리장에 시공되는 I3 System 시범사업(일 최대 6천250㎥/일)과 거의 같고, MBR로 변경하는데 약 500만 유로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기존 반응기를 이용했으므로, 대부분이 분리막을 포함한 시설비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만2천㎥/일의 하수는 기존 시설로 처리되어 방류된다. MBR 라인에는 1.5㎜의 천공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데, 현장 책임자는 1㎜ 이하로 설치할 것을 권장했다.

MBR과 결합된 생물반응조는 ‘Alternate Cycle process’라는 명칭의 간헐포기조가 설치되어, AC-MBR이라고 불린다. 기본적으로 무산소 1시간, 호기 2시간으로 운전되고, 유입 부하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 ‘Alternate Cycle process’는 이탈리아 내 40여 곳에 적용되었고, MBR과 결합된 것은 Viareggio WWTP가 처음이라고 한다.

인근에 휴양지가 있어서 여름철에는 봄철에 비해 1.5배 가량 부하가 증가한다고 한다. MBR 공정은 처리유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유량 유입시에는 일부를 기존 시설로 재분배한다. MBR로 유입 배관은 유입수 분배 시설과 연결되어 있고, 6만㎥/일 이상의 유량은 기존 시설로 유입되어 처리된다. 향후 MBR 2 계열을 증설하고, 기존 시설은 우수저류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 [그림 3] 유입수 분배 시설

 

▲ [그림 4] 방문한 하수처리장들의 개략적인 공정도

 

I3 System, 세계 최고 수준 기술 확인

이번 방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MBR을 도입하게 된 공통적인 요인은 한정된 부지 내에서 처리용량을 증설하거나 유출수질을 개선해야 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국내의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둘째, 재이용을 위해 MBR 공정을 도입하면, 기존 생물학적 처리 시설 후단에 3차 처리를 추가하는 것에 비해 부지면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은 물론 더욱 안정적인 유출수질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분리막의 안정적인 운전을 위해 전처리 시설의 보강이 대단히 중요하다. 1㎜ 이하의 메쉬 또는 천공스크린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MBR에서 생물학적 인 제거를 꾀하는 것보다 인은 응집제를 이용하여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유지관리 및 효율측면에서 유리하다. 실제 대부분의 처리장에서 인 제거를 위한 응집제를 투입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수확은 I3 System이 세계 최고 수준 기술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I3 System의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경험이었다. 향후 처리장 별 시설확장 및 보수 유지관리 방안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모델 수립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MBR 공정이 기존시설의 용량증대 및 수질개선을 추가부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대안공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으며, I3 System 시범사업을 통하여 시공 및 운전 경험이 축적되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