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녹색 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해 ‘3Rs’를 통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오동현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기술 혁신을 통한 녹색경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투입자원·크기·포장재 줄이기(Reduce), 친환경 재료·고효율 시스템으로 대체(Replace), 재활용 가능 설계, 재활용 시스템 구축(Recycle)의 3R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6년까지 OECD 24개국을 대상으로 연평균 생산성과 녹색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3위지만 녹색생산성은 22위로 최하위 수준일 뿐 아니라 노르웨이, 일본, 독일 등 환경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녹색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은 3Rs를 기준으로 기업의 녹색기술을 범주화·체계화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녹색생산성지수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정부는 기업의 녹색기술 혁신을 위한 지원과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다.

 

녹색생산성 OECD 최하위 수준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최고 수준이지만 탄소, SOx 배출 등 환경 요소를 고려한 녹색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환경위해물질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한국의 생산성은 연평균 4.84%씩 증가해 OECD에서 3위 수준이다.

반면에 온실가스 등 생산의 부산물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비경제적효과를 고려한 녹색생산성은 연평균 약 -0.4%로, 분석대상 24개 OECD회원국 중에서 최하위권인 2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자본, 에너지 등을 투입해 GDP를 높이고 탄소, SOx 등이 부차적으로 생산된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또한 노르웨이, 일본, 독일 등 환경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녹색기술 수준은 1996년의 일본과 비슷하여, 약 10년이 뒤처진 상태이다. 일본의 녹색기술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의 녹색기술 수준은 약 79로 일본의 1996년 수준이다.
일본과의 녹색기술 수준 차이는 2000년 이후 다소 좁혀지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의 녹색기술 수준이 낮은 실정(양국의 기술력 차이는 2000년 25.4%, 2006년 21.2%)이다. 1995년 이후 녹색선진국의 녹색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녹색기술 진보 속도는 아직 더디다.

 

▲ [그림 1] 한국, 일본, 녹색선진국의 녹색기술 혁신

주 : 1) 녹색선진국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일본, 독일을 일컬음
2) 국가 단위에서 녹색생산성을 측정하여 분해
3) 국가별 산업구조 차이는 고려하지 않았음
4) 녹색기술은 해마다 축적된다고 가정

 

녹색이 경영의 주요 변수로 부상

국내 기업에 녹색경영에 대한 압력이 강화되면서 녹색이 경영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환경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녹색보호주의가 등장했고, 국내외 소비자의 성향은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제품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EU는 2007년 6월 신화학물질관리제도인 REACH(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물질에 대해 제조·수입량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 평가, 허가 및 제한을 받도록 하는 화학물질 관리 규정)를 시행했고, 미국과 중국도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자연생태계 보전, 웰빙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소비자의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사회, 경제, 환경적 토대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에서 친환경적으로 소비하는 생활양식)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2005년 4천900만 명에서 2007년 5천700만 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기업은 녹색경영을 통해 녹색기업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환경 관련 투자는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장을 목표로, 단기수익보다는 기업과 사회의 장기적인 편익에 초점이 맞춰진다.

친환경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소비자와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 엑슨 모빌(Exxon Mobile)은 교토의정서 이행을 거부한 결과 여러 유럽 국가에서 소비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바 있다.

 

 

▲ [그림 2] 녹색기술과 기업의 경쟁력

 

투입자원·크기·포장재 줄이기

기업의 녹색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녹색경영의 핵심인 ‘3R(Reduce, Replace, Recycle)’을 통해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3R’ 기술 혁신을 통해 장기적으로 녹색기업 이미지 창출, 매출 증대, 비용 절감 및 이윤 증대가 가능하다.

‘Reduce’는 투입자원, 크기, 포장재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 제작에 필요한 재료 사용량을 줄이고 혁신적인 설계를 통해 제품의 무게와 크기를 저감하자는 것이다. 부품 경량화, 최소화, 집적화 등 하드웨어 기술 혁신이 중요하다.

닛산자동차는 2015년까지 알루미늄, 탄소소재 등 경량 부품소재를 사용하여 무게를 2005년 대비 15% 줄이고 연비를 5∼12% 높일 계획이다. 재료의 성질을 반영한 제품 설계, 효율적인 공간 활용 등 소프트웨어기술 혁신을 통해 제품 크기를 줄일 수 있다.

 

▲ 일본 닛산자동차는 2015년까지 알루미늄, 탄소소재 등 경량 부품소재를 사용하여 무게를 2005년 대비 15% 줄이고 연비를 5∼12% 높여 나가고 있다.

그 예로 삼성은 초박형 LED TV의 부품을 집적화하는 혁신기술로 TV의 무게를 줄였다. 이는 운송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운송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저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무(無)수은 LED 백라이트를 채용하여 기존 LCD TV 대비 소비전력을 40% 이상 저감하고, 사용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543㎏ 줄였다.

 

▲ 삼성전자는 초박형 LED TV의 부품을 집적화하는 혁신기술로 TV의 무게를 줄였다.

혁신적인 포장 재료와 포장 설계로도 포장재 폐기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제품 다양성 증가, 유통단계의 복잡화, 글로벌 마켓 형성 등에 따라 포장재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포장산업은 연평균 3.5%씩 성장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5천97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혁신적인 포장 설계를 통해 포장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테트라 팩(Tetra Pak)의 ‘테트라 클래식(Tetra Classic)’ 포장설계가 혁신적인 포장기술의 대표적인 예이다.

‘테트라 클래식’은 스웨덴의 에릭 발렌베리(Erik Wallenberg)가 고안해낸 포장법으로서 포장재료를 최소화하면서도 위생적인 음료 포장이 가능하다. 음료포장재를 긴 튜브 형태로 만들어 음료를 튜브에 채워 넣고 일정한 간격마다 튜브를 잘라냄과 동시에 가로, 세로로 접착하는 방식이다.

유럽에서는 1951년부터 다양한 음료를 ‘테트라 클래식’에 담아 판매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부터 유제품 포장에 이용되고 있다.

 

 

‘Replace’는 친환경 재료, 고효율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제품의 원료나 생산공정에 이용되는 물질을 친환경 재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 미국의 경우, 녹색제품이 일반제품에 비해 비싸더라도 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47%에 이른다.

포장의 고유한 목적과 기능은 유지하되,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포장재로 대체해야 한다. 친환경 플라스틱인 바이오케미컬(PLA, Polylatic Acid) 등을 이용해 포장재를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케미컬은 옥수수, 사탕수수, 셀룰로오스 등 재생가능한 식물을 원료로 제조한 석유화학물 소재이다. PVC, 스티로폼 등 화학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년이 걸리는 반면, 바이오케미컬은 1∼2년 내에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또,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이 방출되지 않아 생리대, 식품용기, 유아용품을 비롯한 생활용품 소재에 적합하며, 바이오케미컬 제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일반 화학플라스틱의 22∼50% 수준이다.

또,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여 환경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맥도날드는 1999년부터 햄버거 포장재를 플라스틱에서 생분해되는 재활용 마분지로 대체했다.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면 쾌적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이 조성되어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작업환경의 쾌적도·안전도가 1% 증가 시 기업생산성은 1∼3%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둘째, 저효율 에너지 시스템을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정에너지 기술 혁신으로 시스템 설칟운영비용이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로서 대체에너지 사용 유인이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08년 2/4분기에 4.5$/W에서 2010년 1/4분기에1.8$/W로 60%가량 하락했다.

ESCO(Energy Service Company, 에너지절약전문기업) 정책사업 등을 통해 기존의 에너지 사용시설 대체·보완이 가능한데, 지난해 정부자금 지원예산은 1천350억 원이며 이자율은 3.0% 수준이었다.

연간 에너지 소비량 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주택의 경우 2012년까지 2009년 대비 에너지 사용량 30% 감축, 2017년까지 60% 감축, 2025년에 제로에너지 의무화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패시브디자인을 이용하여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독일어권 국가와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가 에너지 사용(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의 건축물이 좋은 예이다. 이 건축물은 단열, 옥상 녹화, 폐열 회수, LED 조명, 동작인식 기반 조명 제어, 차양 설치 등을 통해 에너지 저감을 실현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약 1만5천∼2만 개의 패시브하우스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