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탈화석연료시대, 벨기에는 지금 히트펌프 열풍

각종 친환경·탈화석연료 정책으로 고효율 난방장치 히트펌프 인기

제조사들은 늘어나는 수요 충족 위해 생산 설비 확대 중

탈화석연료가 키워드가 되고 있는 요즘, EU의 변화하는 에너지 정책과 함께 벨기에에서는 고효율 난방기 히트펌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와 현황을 알아봤다.

히트펌프란?

히트펌프란, 열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고, 실외-실내간 열을 이동시켜 실내 냉난방을 하는 장치이다. 즉, 여름철에는 실내의 열을 실외로 방출해 냉방을, 겨울철에는 실외의 열을 실내로 방출해 난방 하는 형태이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스보일러나 에어콘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왜 유럽과 벨기에는 히트펌프에 주목하는가?

이유는 크게 에너지효율성과 탈화석연료 정책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벨기에 가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흔히 가스를 사용해 난방을 한다. 가스는 기름을 사용해 난방을 하는 것보다는 효율이 뛰어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EU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실존 위기’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EU 전역을 아우르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며, 그 결과 에너지 효율이 가스보다 높은 히트펌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히트펌프가 효과가 있으려면 건물의 단열 정도가 높아야하기 때문에, 이 장치는 특히나 단열이 잘 된 신축 건물에 많이 설치되거나, 오래된 집의 경우는 단열 공사와 함께 설치되는 추세이다.

둘째, 유럽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확대, 히트펌프 도입 등을 재빠르게 추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너지 수급이 급속히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2021년을 기준으로 역내 가스 소비량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을 만큼 러시아 의존도가 높다. 이로써 EU 내에서는 2월부터 의존도에 대한 자각이 시작됐으며,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그 대안 중 하나는 가정 내 난방 방식의 전환이다. Eurostat에 의하면 가정 내 가스 소비가 EU의 총 에너지 소비 중 32%를 차지하는데, 고효율 전기 난방 장치가 도입되면 러시아산 가스 수입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는 가스에 비해 국내 생산이 수월하며 재생에너지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데 큰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며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난방장치인 히트펌프가 탈 화석연료시대의 중요 에너지절약 방법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벨기에의 플랜더스지방*은 2025년부터 지어지는 신축 건물에는 가스 난방이 아닌 전기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상정 중에 있다. 기존에는 2026년부터였으나 공급 안정성으로 인해 1년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하게, 벨기에의 이웃 국가인 네덜란드와 독일도 신축 건물에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하는 과정에 있다.

* 벨기에는 연방국가로 플랜더스, 브뤼셀수도, 왈로니아 3개 지역으로 나뉜다. 플랜더스(Vlaanderen)는 벨기에의 북부에 위치하며, 벨기에 인구의 58%가 거주한다.

벨기에의 히트펌프 사용 현황

벨기에는 2020년부터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히트펌프의 종류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며, 심야 전력 등 기타 충족 기준에 따라 증액되기도 한다. 히트펌프의 종류에 따라 보조금액이 다른데, 2021년에 비해 2022년, 공기-물 히트펌프와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설치에 지급되는 보조금액이 상당량 증가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플랜더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플랜더스 내 총 1만4천412건의 보조금에 2천142만6천506 유로를 지출했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2020년에 21개 유럽국가에 총 1천500만대 히트펌프가 설치되었다. 2021년 벨기에에 설치된 히트펌프는 2만9천 대였으며 2019년에는 43만9천100대로 6년 사이 크게 증가한 모습이다. 이 중 대부분은 공기열 히트펌프로 지열 히트펌프의 수는 미미하다.

벨기에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히트펌프를 들여오고 있다. 2021년 유럽의 여러 히트펌프 제조사가 위치한 이웃국 독일로부터 수입액이 3천만유로에 미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중국산 히트펌프 수입액이 거의 7천만 유로에 가까운 것을 보면 중국의 점유율이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EU가 한국으로부터 히트펌프를 수입하는 금액은 2021년 2천600만 유로였으며 EU의 총 히트펌프 수입액의 2.85%였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히트펌프 성장 가능성

EU의 야심찬 에너지 계획과 벨기에 및 주변국의 정책을 미뤄보았을 때, 벨기에의 히트펌프 수요는 단열재 수요와 함께 빠른 증가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플랜더스)를 포함해 EU의 몇 회원국은 2025~26년부터 신축 건물과, 또 신축 건물이 아니라도 난방시설을 새로 교체할 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하는 과정에 있다. 매년 신축으로 지어지는 건물 수만 고려하더라도 필요한 히트펌프 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KU Leuven 대학교의 교수이자 에너지 전문가인 Ronnie Belmans는 “전기화만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하는 방법이다. 전기는 지역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며 재생 가능한 방법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며 히트펌프의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무역관에 전했다.

EU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REPowerEU 에너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에너지 절약과 관련, 히트펌프 설치와 에너지효율 증대를 통해 37bcm 상당의 가스 소비를 줄이겠다는 목표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전기로 가동되는 히트펌프도 가정 난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진다. 이를 미뤄보았을 때 유럽의 히트펌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단, 히트펌프는 초기 설치에 비용이 많이 드는 점, 단열의 정도가 고려되어야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음에도 불구, 설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또한 히트펌프 설치 업체도 수요에 비해 적다는 지적이 있어, 설치 시간에 지체가 있으며 또한 히트펌프 확대 시 전문가 양성에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병목현상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에서 판매되는 히트펌프 제조사

Atag, Atlantic, Bulex, Daalderop, Daikin, Junkers/Bosch, LG, Remeha, Stiebel Eltron, Vaillant, Viessmann, Wolf 등,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제조사들이 다양하게 있다. Daikin Europe은 벨기에 플랜더스 지역에 2022년 초 히트펌프 공정라인을 추가로 신설했으며 총 두 개의 라인은 2300만 유로 상당의 투자액으로 알려졌다. 유럽 각국 정부에서 히트펌프의 수요가 급격이 늘고 있어 생산 공정을 늘렸다고 한다. Daikin은 2024년까지 Gent 지역에 연구개발을 위한 센터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출 계획 시 참고 사항

EU에 히트펌프를 수출하고자 할 경우 참고해야 할 사항이 세 가지 있다.

1) 에코디자인 지침 및 에너지 라벨링 규정*, CE

*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 Energy Labelling Framework Regulation

EU 에코디자인은 규정은 최소 에너지 효율 및 환경에 관련된 기준을 정함으로써, 제조·유통사가 설계 단계부터 환경 및 에너지 소비를 고려해 생산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2022년 3월, 2009년 발표된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을 개정해 새로운 규정으로 발표했으며 2023년 중 적용 될 예정이다. 기존 지침은 에너지 효율성에 초점을 두었지만 새로운 규정은 에너지 효율성뿐만 아니라, 제품의 내구성, 재활용가능성 등 지속가능성 측면으로 확대되었다.

EU 내 생산 및 수입되는 모든 에너지 관련 제품은 최소 에너지효율 기준을 충족해야하며 에너지 라벨 부착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1년부터 기존 A+++, A++, A+ A~G 스케일의 에너지효율 등급표시가 단순 A~G로 재조정되었다. 여러 등급의 A로 인한 소비자의 혼란을 덜고, 기술의 발전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로 인해 기존 A+++ 라벨이 C로 옮겨갈 수 있으며, A 라벨은 향후 에너지 기술 발전을 고려한 레벨로, 당분간은 해당 라벨에 충족하는 품목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EU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환경보고기준을 충족하는 CE 마크가 필수이다.

에코디자인과 에너지 라벨링 워킹플랜 2022-2024 링크 바로가기(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PDF/?uri=CELEX:52022XC0504(01)&from=EN)

2) 불화가스 (Fluorinated greenhouse gases; F-가스) 규정

* F-gas regulation

불화가스는 히트펌프를 포함 냉장·냉방기기, 에어로졸 스프레이 등에 사용되며, 이산화탄소 대비 수천 배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히트펌프에 사용되는 물질인 HFC도 불화가스의 일부로, 이미 불화가스가 산업 부문에 거의 필수로 사용되고 있다. 지속적인 수요를 단계적으로 감축시키기 위해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4월 불화가스 규정의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030년까지 EU내에서 유통 가능한 불화가스양을 2014년 기준 5분의 1로 감축

- 불화가스 외 대체안이 많은 기기는 불화가스 사용 금지

- 점검 및 수명종료 후 가스 회수 등을 통해 기기로부터 불화가스 배출 방지

개정안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해 변동 사항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정링크 바로가기(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PDF/?uri=CELEX:32014R0517&from=EN)

3) 관세

HSCODE 841861 기준 히트펌프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물품이 특혜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수출자가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수입국 세관 당국에 제출해야한다.

전망 및 시사점

EU의 에너지 정책과 벨기에의 히트펌프 보조금 지원 및 신규설치 의무화 정책을 살펴보았을 때, 벨기에 내 히트펌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Daikin Europe 외에도 유럽의 히트펌프 생산업체인 Wolf, Viessmann 사는 기존 설비에 투자를 확대했음을 밝혔으며, 유럽 히트펌프 협회(EHPA)는 연구개발 측면에서 정부차원의 지원을 필요성을 피력, 유럽 내 설치 가속화를 위해 불화가스 관련 규제의 완화 또한 촉구한 바 있다. EU의 중국산 히트펌프 수입량이 절반을 상회하면서 유럽 내 히트펌프 생산 경쟁력 확보에도 주목이 되고 있다. F-가스를 포함, 각종 규제를 모니터링 해 동향 변화를 꾸준히 파악하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KOTRA GlobalWindow(http://news.kotra.or.kr) / 2022년 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