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스위스 수상태양광 발전 현황 및 쟁점

친환경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 발전 확대 중

수상태양광발전 시설 찬반 논쟁 및 현황

스위스 발레(Valais)주 부르-생피에르(Bourg-St-Pierre)에 위치한 뚤루즈(Toules)댐 저수지에 2019년 12월 스위스 최초 수상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됐다. 고도 1천810미터에 위치한 이 발전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수상태양광발전소이기도 하다. 수상태양광(영어:Floating photovoltaic, 독어:schwimmendes Photovoltaik)은 태양광발전의 응용 기술 중 하나로 기존의 육상태양광발전 기술과 수상 플로팅(floating) 기술을 융합한 친환경 발전방식을 뜻한다. 발전 시설을 저수지나 담수호, 바다 등 물 위에 떠 있도록 하는 플로팅 기술을 접목해 수면 위에 설치하는 이 방식은 육상태양광 사업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삼림 훼손과 우량농지 훼손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시작됐다. 또한 인공 저수지에 발전 시설을 설치할 경우 물을 이중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2007년 일본에 세계 최초로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된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스페인, 미국 등에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가동 및 추진 중인 수상태양광 발전 용량은 약 15.5기가와트로 추정되며, 전문가들은 2030년 총발전설비 용량이 62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태양광발전 성장세

지난 몇 년간 유럽 태양광 발전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공급 병목 현상을 겪는 등 외부 악재로 인해 다소 고전했다. 그러던 중 2022년 2월 러-우 사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태양광 설비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EU 27개 회원국에서 41.4기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설비가 신설됐는데, 이는 2021년 대비 47%나 증가한 수치다. 

스위스 상황도 비슷하다. 스위스 연방에너지청(SFOE)이 발표한 2021년 ‘태양광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스위스 신규 태양광 설비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로써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되는 총 전력량은 2천842기가와트시(GWh)에 달했다. 이는 4인 가구 기준 90만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스위스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0%, 2020년 3.7%였으며 2021년 4.4% 수준을 기록하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8~2021년 스위스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

(단위: 발전량-기가와트시(GWh), 비중-%)

[자료: 스위스 연방에너지청]

태양광 설비 설치 유형

태양광 설비는 옥외 모든 표면에 설치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건물형 설비’로 지붕 등 건물 외벽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농지, 산지 또는 야외 개방 공간에 설치되는 ‘지상형 설비’는 드문 편이다. 스위스는 국토가 작아(우리나라의 약 40%) 공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승인 절차도 복잡해 앞으로도 지상형 설비는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위스 태양광 에너지 전문 협회인 Swissolar는 지붕 및 외벽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이 스위스 태양광 산업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Swissolar는 벽면을 활용할 경우, 현재 스위스 총 전력 수요의 1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그 외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유형으로는 눈사태 방지벽, 소음 방지벽과 같이 특수한 외벽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으며, 주차권 발권기와 같은 기존 제품에 태양광 발전기를 통합시키는 사례도 있다. 수상태양광발전도 스위스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위에 언급한 뚤루즈(Toules)댐 저수지에 스위스 최초로 설치된 이후 해당 발전 방식의 확장 가능성 및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뚤루즈(Toules)댐 저수지 수상태양광발전소

뚤루즈댐 저수지 수상태양광발전소가 현재의 모습으로 설치된 건 2019년 12월이지만 이 설비의 시초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8월 스위스 서부 지역 에너지 회사(사업 영역: 에너지 생산, 유통, 마케팅, 서비스)인 Romande Energie가 호수 근처 60㎡ 면적에 파일럿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스위스 연방에너지청(SFOE)의 태양광 연구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예비 조사를 통해 Romandie Energie는 다양한 유형의 태양전지판과 경사도를 비교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해당 시험용 발전설비는 저지대에 위치한 비슷한 발전설비보다 최대 50% 더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 고산지대에 설치됐기 때문에 대기층이 얇아 자외선이 더 강렬하고,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부 눈에 빛이 강하게 반사되면서 태양 전지판의 수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예비 조사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타남에 따라 두 번째 단계로 대규모 수상태양광발전 설비의 기술적, 재정적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 프로젝트가 결정됐다. 프로젝트팀은 스위스 연방에너지청(SFOE)이 실증 프로그램을 위해 운영하는 지원금을 다시 한번 신청했다. 스위스 연방에너지청 연구원은 해당 프로젝트가 스위스의 국가적 에너지 전략인 ‘에너지 전략 2050’*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신규 기술 개발을 촉진시킨다고 판단해 지원을 결정했다.

주* : 스위스의 현 국가 에너지 전략으로, ‘에너지 효율성 제고’, ‘재생 에너지 확대’, ‘원자력 에너지 법안 개정’, ‘전력망 최적화 방안’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취리히무역관에서 2023년 4월 발간한 기사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링크: 스위스 친환경 난방 시장 성장 중)

2017년 3월 Romande Energie가 저수지가 속해있는 발레(Valais)주에 시범 설비 건설 신청서를 제출했고 6개월 후 허가를 받았다. 2019년 3월 전력망 연결부터 시작해 토목 공사를 진행했는데 발전설비를 설치해 2019년 12월 시운전을 시작하기까지 10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해당 설비는 36개의 부유식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부유체는 폴리에틸렌, 프레임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무게추로 호수 바닥에 고정돼 수위에 따라 오르내린다. 이 부유식 플랫폼이 1천400개의 태양광 패널을 지탱하고 있으며, 전체 구조물은 2천240㎡의 면적으로 호수 표면의 2%가량을 덮는다. 

태양광 패널을 호수 근처에서 조립한 후 헬리콥터로 플랫폼 위로 옮겨 설치했다. 설비에 필요한 스트링 인버터(하나의 전력변환장치가 복수의 태양전지 어레이를 연결할 수 있도록 제작된 복수 입력 전력변환장치), 건식 변압기가 있는 변전소, 중저압 개폐기 및 컨설팅을 포함한 기술 파트너로는 스위스의 전력, 자동화 기술, 로보틱스 전문 기업인 ABB가 참여했다. 부유식 플랫폼의 설계, 제작 및 설치는 해양용 알루미늄 및 수중 앵커링 전문 프랑스 기업인 Poralu Marine이 담당했다. 이 설비는 1천810m라는 높은 고도에 위치했기 때문에 부유식 플랫폼 설계 시 알프스 기후 조건을 고려해야 했다. 최저 기온 영하 30도, 최대 풍속 120㎞/h, 최대 두께 60㎝ 호수 결빙, 최대 적설량 50㎝ 등 극한 조건에서도 작동을 가능케 해야 하는 까다로운 프로젝트였다.

해당 설비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약 80만 킬로와트시(㎾h) 이상으로, 대략 22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시범 운영 단계에 투입된 예산은 235만 스위스프랑(약 35억 원, 2023. 5. 2. 기준) 가량이며, 이 중 약 12만5천 스위스프랑(약 1억 9천만 원, 2023. 5. 2. 기준)을 스위스 연방에너지청에서 지원했다. Romande Energie는 올해 중으로 프로젝트를 확대해 21만8천㎡의 면적에 총 1천53개의 플랫폼을 설치(6천600가구 전력 공급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수상태양광발전 확대를 위한 목소리

스위스에서 수상태양광발전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로는 에너지 컨설팅 기업 Energie Zukunft Schweiz가 있다. 해당 기업은 2022년 6월 ‘스위스 에너지 전환 가속화 및 에너지 안보 개선을 위한 수상태양광발전’이라는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에너지청(SFOE)에서 발표한 ‘2050 에너지 전망’에는 2050년 태양광 발전으로 연간 34테라와트시를 생산한다는 구체적 목표가 명시돼 있는데, 이는 현재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량의 10배 이상으로, 정부는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해 지붕, 벽, 소음벽 등과 같은 기존 인프라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것을 구체적 전략으로 설정했다.

Energie Zukunft Schweiz는 정부의 제시한 건물형 설비 확장만으로 태양광 발전량에 도달이 어렵다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았을 때 2030년까지 건물형 설비만으로는 최대 5~10테라와트시 생산 용량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추가 용량으로는 에너지 안보를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급격히 진행 중인 기후 변화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Energie Zukunft Schweiz가 제안하는 대안이 바로 수상태양광발전 시설 확대다. 이들은 스위스 전체 호수 면적의 5%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할 시 연간 총 15테라와트시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이는 스위스 내 연간 총 전력 소비량의 4분의 1 또는 스위스 내 원자력 발전소 연간 전체 생산량의 4분의 3 수준이라고 밝혔다.

Energie Zukunft Schweiz가 수상태양광 확대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지적한 것은 스위스의 현행 법규다. 위에서 언급했듯 스위스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태양광 설비에 건물 지붕 및 외벽과 같은 기존 인프라 시설을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따라서 주요 전략에 해당하지 않는 수상태양광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조정하고 연방 및 주정부 차원에서 계획 및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도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6월 연방의회는 신규 태양광 설비 가속화를 위해 공간계획조례(Raumplanungsverordnung)의 개정안을 승인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알프스 지역 저수지 및 일부 농업 지역에 수상태양광설비 설치 허가 절차를 간소화시키고, 또한 허가 없이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시키는 것 등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Energie Zukunft Schweiz의 프로젝트 매니저 Lucia Grueter씨는 취리히무역관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조례 개정 덕분에 인공 저수지를 소유하고 있는 전력 회사들이 조만간 수상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공 저수지가 아닌 자연 호수에 수상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여전히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단체들은 추가적인 조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 여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수상 태양광이라는 방식에는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수상 태양광발전을 반대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수상태양광발전설비가 수질 및 수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태양광 패널이 손상될 경우 중금속 등 화학물질이 새 나와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오염물질이 직접 검출되지 않더라도 수온이나 부유 물질에 의해 물이 탁해진 정도가 바뀌어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수상태양광발전의 선구자격인 프랑스,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 실시한 초기 연구에서 발전설비가 수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소 생태계를 조사한 연구팀이 댐 및 주변 지역에 서식하는 종 수와 개체 수, 우점종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스위스 내 수상태양광설비 확대 반대의 두 번째 주요 근거는 수상 교통 및 수상 레크리에이션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Energie Zukunft Schweiz가 발전설비를 위한 후보지로 베른주에 위치한 비엘(Biel) 호수를 거론하자 비엘 호수 요트 클럽에서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대중적인 반대 여론은 호수 위 태양광 설비가 스위스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스위스 경관보전재단(Stiftung Landschaftsschutz Schweiz)과 같은 단체들은 뚤레즈(Toules)댐에 설치된 발전설비와 같이 외진 지역에 위치한 인공 저수지에 태양광 발전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연 호수에 설치를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의 경우 호수를 비롯한 빼어난 자연경관이 관광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관광으로 발생하는 경제적인 이익을 생각해서라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시사점 및 전망

스위스 수상태양광발전 설비 확대에 관한 사회적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연경관 보존을 근거로 수상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몇몇 환경단체의 입장이 아닌 스위스 사회 전반의 분위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베른응용과학대학교(Berner Fachhochschule)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스위스 태양광 발전 잠재력’ 보고서는 이러한 이유로 스위스 시장에서 수상태양광발전설비 잠재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위스는 국토가 작은 만큼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 설비의 다양한 설치 유형을 고려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이에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대안을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합천호 호수 위에 설치돼 2021년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설비의 경우, 합천군의 군화인 매화를 모티브로 ‘태양광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슬로건하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이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 활용된 사례가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수상태양광발전 설비가 오히려 관광 자원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수상태양광발전소가 2013년 처음 설치돼 2022년 기준 전국에 총 90개소(183메가와트)가 운영되는 등 해당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체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을 개발시켜 왔다. 외부 충격이나 외력으로 인한 파손 시 재활용이 가능하고 침수를 방지하는 부유체 개발 업체, 친환경 원료 사용 부유체 개발 업체, 친환경 구조일체형 메탈프레임 부유체 개발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부유체 기술은 수상태양광발전 설비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의 기회를 노려볼만 하다.

자료: SwissInfo, IFC, Intersolar, Swissolar, Energy-charts, House of Switzerland, Romande Energie, ABB, Poralu Marine, NZZ, Energie Zukunft Schweiz, SRF, Bernerzeitung, SolarPower Europe, 스위스 연방의회, 베른응용과학대학교, 전기저널, 인더스트리뉴스, 한국태양에너지학회 논문집, KOTRA 취리히 무역관 자료 종합

[출처 = KOTRA GlobalWindow(http://news.kotra.or.kr) / 2023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