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계사년 한 해 동안 총 3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수출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해외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외국계 은행 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인 셈이다.

 

정책금융공사 고위 관계자는 4일 "해외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 해외 건설사업 수주, 셰일가스 등 자원 개발 등을 위해 올해 3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며 "자금 공급 외에도 금융자문촵주선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프로젝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그야말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정책금융공사의 판단이다.

 

정재경 정책금융공사 해외사업부장은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발주사가 수주 조건으로 기업들에 금융 조달까지 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 지 오래"라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의 금융 제공 능력이 수주의 관건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은행의 공격적인 해외 PF사업 진출도 우려된다. 정 부장은 "일본계 금융사가 공격적으로 해외 PF 시장 참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프로젝트를 위한 공기업의 자금 지원은 `가뭄 속 단비`로 통한다. 특히 얼어붙은 조선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의 프로젝트 수주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일 수 있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조선사들은 작년 10월 나이지리아 B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를 수주하고자 16억달러 규모의 경합을 벌였다. 총 4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제안한 정책금융공사의 뒷심을 기반으로 국내 한 조선사는 현재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 조선사는 나이지리아 LNG선 수주가 기업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최봉식 정책금융공사 부사장은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기존 일반 상선 외에 LNG선이나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금융공사의 30억달러 해외 프로젝트 금융 지원은 정책금융공사가 지난해까지 투입한 해외 프로젝트 지원 자금 53억 달러의 56%에 달하는 규모다. 3년간 투입 자금의 절반에 달하는 자금을 단 한 해 동안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26억5400만 달러의 해외 프로젝트 금융을 지원했다. 2010년에는 12억8500만달러, 2011년에는 14억4100만 달러로 매년 자금 규모를 확대시켜왔다. 최 부사장은 "2015년까지 누적 금액 기준으로 100억 달러의 해외 프로젝트 금융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정책금융공사는 해외 PF 주선 기관과도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은행(WB)그룹의 국제금융공사(IFC), 미즈호 등 금융사가 주요 파트너다. 이는 세계적 금융사와의 공동 금융 주선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한몫했다.

 

정책금융공사가 이달 초 해외사업부를 신설한 것도 해외 프로젝트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까지 국제금융부가 포괄적으로 담당해왔던 해외여신 업무를 전담할 신설 조직을 구축했다.

 

정책금융공사가 해외 프로젝트 지원을 대폭 확대하려는 명분은 국내 기업들의 높은 외국계 자본 의존도를 낮추려는 데 있다.

 

정 부장은 "국내 금융사의 금리 경쟁력이 해외 금융사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국가신용등급 상향으로 발생하는 수혜를 해외 프로젝트 지원 자금으로 돌리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