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원전 입찰의 1차 발표가 또다시 늦춰졌다. 이에 따라 발표결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원전산업계의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산업부 및 관련업계에 따라면 늦어도 9월초로 예정됐던 핀란드 원전 입찰의 결과발표가 기약없이 미뤄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초 핀란드 발주처에서 8월말에서 9월초에는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겠다고 했으나, 평가 검토에 시일이 걸려 9월초도 힘들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 이후 구체적인 발표시기를 언급하지 않아 이달 중으로 될지, 다음달로 넘어갈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핀란드 원전 입찰은 원전회사 TVO가 발주한 150만㎾급 올킬로토(Olkiluoto) 원전 4호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프랑스 아레바, 일본 미쓰비시ㆍ도시바ㆍ히타치 등 총 5개사가 경합 중에 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삼성물산, SK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발표 연기에 대해 국내 원전산업계가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원전비리로 인한 여파가 이번 입찰에 미칠 변수 때문이다. 실제 경쟁사들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한국의 원전비리를 발주처에 의도적으로 흘리는 등 입찰경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십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뇌물수수로 체포되는 등 원전비리 수사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나아가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더라도 최종 수주를 위한 수주전에서 활약할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전 내부에서는 이희용 원전수출본부장을 제외하고는 UAE 원전수출을 담당했던 고위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비리로 인해 면직 당한 한수원 사장은 여전히 공석이고, 한전기술도 사장선임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핀란드 원전은 2009년말 UAE 원전 이후 제2의 원전수출 기회라는 것은 물론 향후 해외원전시장 공략의 가늠자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초 2기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하는 등 후쿠시마 원전사고 얼어붙었던 해외원전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핀란드 원전의 낙찰자는 그만큼 향후 발주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

원전산업 관계자는 “원전비리 문제를 희석시킨다는 측면에서 시간을 번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사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과정이라 결코 시간은 우리쪽에 유리하지 않다. 핀란드 원전은 원전산업계뿐 아니라 국가적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TVO는 이번에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한 후 세부적인 평가를 거쳐 연말이나 내년초 최종 낙찰자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