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공사인 로사톰(Rosatom)과 영국 내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데 협력하기로 합의 및 서명함으로써 영국은 러시아에 대해 9월 5일 원전 시장 문호를 개방하였다.

 

영국의 마이클 폴론(Michael Fallon) 에너지부 장관과 러시아 로사톰의 세르게이 키리엔코(Sergey Kirienko) 사장은 모스크바에서 양해각서(MoU)에 5일 서명함에 따라 향후 러시아는 영국 원자력 산업의 상세 정보를 영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받게 될 것이라고 영국 에너지부의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동 MoU는 영국 내 어느 부지에 접근권을 주거나 규제 또는 다른 절차를 생략시켜주는 것은 아니라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로사톰도 다른 어떤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영국 내 투자를 하기로 결정을 한다면 필요한 모든 절차들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로사톰, 영국의 롤스로이스(Rolls-Royce) 및 핀란드의 전력 유틸리티인 포텀(Fortum)은 공동으로 영국 부지 내 VVER 노형의 인허가 및 건설 참여 타당성 조사에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로사톰-롤스로이스는 양자간 협력 협정에 서명하였다.

 

롤스로이스와 로사톰은 2011년 이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영국 에너지부의 폴론 장관은 민수용 원자력 부문에서 영국과 러시아의 협력 협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핀란드의 전력회사인 포텀의 목표는 가압경수형 원자로를 영국 내에 건설·유지하는 것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영국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노후 원전의 대체용으로서 온실효과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건설에 대해 야심적 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정부의 신규 원전 규제관련 일정 지연과 신규 원전 설비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원전 건설 프로그램이 지연되어 왔다.

로사톰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대부분의 영국 가동 원전이 머지않아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에 영국의 에너지 시장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로사톰의 한 고위관리는 로사톰이 완료되기까지 약 4년이 소요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영국 규제기관으로부터의 인허가 취득을 위한 신청서를 2015년 이전에 제출할 것 같지는 않다고 금년 초에 밝힌 바 있다.

로사톰의 블라디슬라브 보치코프(Vladislav Bochkov) 대변인은 “영국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인허가 취득에는 3년에서 5년까지의 시간이 소요되고, 또한 부지 특정 추가적 인허가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먼 길에서 첫 걸음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는 영국의 에너지부와 협력하는 데 있어서의 로드맵”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에서 러시아가 건설한 로비이사(Loviisa)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핀린드의 원전 유틸리티인 포텀은 로사톰의 VVER 원자로 노형이 어떻게 채택되고, 또한 인허가를 취득할 수 있을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텀은 아직 어떤 투자 결정도 내리지는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의 원자력 규제당국은 로사톰이 원자로 인허가 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어떤 형태의 접촉도 있지 않았다고 확인하였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래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원자력 기술 도입에 대해 주저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로사톰은 유럽 대륙에서 발주되는 거대 원전 입찰에 참여하는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영국은 국내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하여 프랑스의 EdF, 일본의 히타치, 그리고 스페인의 Iberdrola와 프랑스의 GdF Suez 컨소시엄으로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동 움직임은 상당 부분 동력을 잃었다.

 

영국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하여 EdF와 밀착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EdF는 힝클리 포인트(Hingley Point) 부지에 첫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규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최소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장하는 소위 ‘행사 가격’(strike price)에 대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이 협상은 작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로사톰은 지난달 프랑스의 EdF가 영국 정부와 합의에 도달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재앙의 발생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원자력을 포기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영국은 변함없이 원전을 계속 유지한다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전력 생산에서 9기의 원자로가 생산하는 전력의 비율은 약 2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