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전에 발생한 후쿠시마 노심용융 사고가 일본 원자력 산업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자로의 제작에 참여했던 도시바가 영국에서 수주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기로 결정했다. 2011년 이후 단 한 건의 원자로 건설 계약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바의 히사오 다나카(Hisao Tanaka) 회장은 올해 말로 예정된 영국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사운을 걸고 있다.

일본 신조 아베 총리가 해외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는 원자력 컨소시엄인 뉴젠(NuGen)을 다나카 회장이 장악한다면, 2018년 3월까지 29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도시바에게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나카 회장은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일본 내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고 있지만, 후쿠시마 사고 여파도 잦아들고 있고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으며, 여전히 웨스팅하우스 사업부를 기반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잠시 원자력이 주춤하는 것을 느꼈지만 점진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한 다나카는 “수주 상황이 나빠지고 있지만 전 세계를 돌아 보면, 원자력의 중요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바가 뉴젠의 다수 지분을 획득하게 되면, 히타치가 호라이존(Horizon)사를 인수하여 2~3개소의 원자력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는 영국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 전력회사인 이베르드롤라(Iberdrola SA)도 뉴젠의 지분 50%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가 다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베르드롤라와 GDF 수에즈로부터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반핵 운동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독일은 원자력을 완전히 포기하고 프랑스와 벨기에 등은 원자력 의존도를 줄이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도시바의 국내 원자력발전소 유지를 통한 이익은 원자력 산업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동하지 못함으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원자력 사업의 이익은 과거 2~3년 수익에 비해 약 9% 신장되었다고 발표했으나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기 전의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수입 보고서에서도 에너지 발전 사업 부분에서 원자력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 2012년의 매출을 약 520억 엔(약 5,700억 원)으로 볼 때, 도시바의 목표는 2015년 3월까지 630억 엔을 기록하고 2018년까지 29기의 원자로 건설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자력은 조금씩 재평가되고 있다”고 말한 다나카는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등 처음부터 장려해온 나라뿐만 아니라 핀란드, 체코 공화국 등 신규 도입국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등에서 원자로 프로젝트에 입찰 중이고 인도,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적극적으로 일본 원자력계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그는 5월에 아랍에미리트, 터키와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6월에는 체코 총리와 동유럽 원자력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 협력에 합의하기도 했다. 또한 인도와도 협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의 가동이 중단된 원자로를 대체하는 것은 비싼 수입 연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베 정부에 있어서 원자로를 재가동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일본의 다수 여론은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원자력의 위험에 반대하고 있고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에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일본 국민 59%가 원자력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0월 3일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는 탱크에서 또 다시 누출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도시바는 후쿠시마 발전소를 정상적으로 관리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해 왔지만 첨단액체처리시스템(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으로 알려진 조치가 여전히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나카는 시스템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다만 진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일본 원자력규제청이 너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9월에 해당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었다면, 이런 누출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