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1년 4월호 특집 기사]

 

 

 

 

지난 2004년 수처리선진화사업단 과제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국내 기술 수준이 낮았고 여건도 좋지 않아 과제의 성공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불과 6년만에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상용화·사업화 되고, 시범사업도 진행됐으며 이제는 많은 분들이 막여과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모래여과에서 막여과 기술로의 전환은 유선전화에서 휴대폰으로의 전환과 비슷하다. 휴대폰은 유선전화의 기존 기능은 물론이고 유선전화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서비스도 가능하게 했으며, 그에 따른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등 파급효과도 가져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래여과에서 막여과로의 전환 또한 모래여과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고품질의 상수도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물 시장에 진입해 새로운 신성장 사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908년 우리나라 최초 정수장으로 급속여과 방식의 뚝도정수장이 만들어진 이후, 100년 동안 우리나라의 상수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기존의 정수처리 기술은 정형화되고 단순시설로 효율적인 반면에 다양한 상수도 분야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분명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상수원의 수질이 악화되고, 다양한 새로운 유해물질이 출현했으며 전세계적으로 국민들의 좋은 물에 대한 욕구가 점점 증대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수처리공정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이런 차원에서 막여과 공정 처리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고도정수처리의 정의는 기존의 정수처리 기법으로 제거되지 않은 것을 제거하기 위한 기술을 총칭하는 것으로 막여과 기술도 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고도정수처리 역사를 보면 지난 1994년에 고도정수처리가 도입되기 시작했고, 2009년에 막여과 고도정수처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또한 최근에는 급속여과방식의 전처리방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정의 할 수 있겠지만, 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공법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즉, 막 소재나 막 특징 등을 고려해 제거하고자 하는 물질들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전의 급속여과방식이 단순하고 정형화돼 있었다면, 막여과는 사용자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있다.

 

막의 종류는 다양하며 재질에 의해서도 분류할 수 있고, 구조나 형태, 공정방식에 의해서도 분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용자 측면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수돗물을 새롭게 디자인 할 수 있다.

 

정수처리의 막을 보면 정밀여과막(MF, Microfiltration)과 한외여과막(UF, Ultrafiltration)이 주로 사용되고 있고, 부유성 물질이나 병원성 물질을 주로 제거한다. 그 외의 일부에서는 나노막(NF, Nanofiltration)이나 역삼투막(RO, Reverse Osmosis) 등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정수처리 설치기술고시를 보면 막마다 규정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경계가 불분명한 부분은 있다.

▲ 수처리선진화사업단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분리막은 외압식·가압식막과 외압식·침지식막이다. 사진은 영등포정수장에 설치된 침지식막과 가압식막.

막모듈은 내압식, 외압식, 침지식, 가압식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정수처리에 사용되고 있는 여과막은 중공사막을 주로 사용중이고, 여과방식에 따라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물을 여과하는 방식인 내압식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여과하는 외압식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막을 여과하기 위해 필요한 압력을 발생시키는 방식에 따라 외부의 펌프를 이용한 압력 발생 또는 가압에 따른 여과이냐에 따라 가압식과 침지식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정수처리에 사용하는 막은 대부분 내압식·가압식, 외압식·가압식, 외압식·침지식이 있으며, 수처리선진화사업단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분리막은 외압식·가압식막과 외압식·침지식막이다.

 

막여과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부유성 물질과 병원성 미생물의 탁월한 제거기능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화학적 처리가 감소하기 때문에 응집제·소독제의 사용을 저감시키는 특징이 있다. 시설의 효율측면에서는 설치부지를 축소시킬 수 있고 처리수질의 고급화, 유지관리의 단순화 등이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측면 중에 하나는 기존의 수동적이던 정수처리를 자동화·첨단화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수질의 물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에 만들 수 있는 맞춤형 공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러 공정과 비교해보면 막여과 기술은 병원성 미생물을 주로 제거하지만, 그 외에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미량유해물질도 효율적으로 제거 할 수 있다.

 

막여과 기술은 어느 한가지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는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소재기술부터 공정기술, 프로그램, 운영관리기술까지 종합적·포괄적인 기술이라 정의할 수 있다.

 

우선 소재 분야에서는 기존의 막이 가지고 있는 내구성이나 내화학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아직까지 많은 재질들이 사용되고 있다. 공정기술에 있어서 막이라는 것은 물을 여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과장치에서 더 많은 물을 생산할 수 있고 초기에 필요한 설치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즉, 플럭스(Flux)가 높으면 더 많은 물을 생산할 수 있고, 플럭스가 낮으면 적은 양의 물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플럭스를 높이다 보면 장치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스템에 대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부족했을 때에는 안정적으로 플럭스를 낮게 운영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술적인 부분들이 발전하면서 점차 플럭스를 높이는 방향으로 공정의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향후 에너지 과다 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플럭스를 낮추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환경적인 변화 등 경우에 따라 가변적 운영이 가능하다.

 

소재기술과 공정기술 등을 하드웨어라고 하면, 하드웨어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고, 프로그램은 자동제어나 지능형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운영자는 이러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운영관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운전최적화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류를 사전에 진단하고 복구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이 포함된다. 때문에 우리가 막여과 기술이라고 하면 하나의 업체, 하나의 분야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업체와 분야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유입원수의 수질과 목적, 비용 등에 따라 다양한 막여과 조합공정의 적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조합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가 핵심 기술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의 사례를 보면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원수의 수질이 좋은 청정지역에서는 동일한 막을 사용하더라도 고플럭스·고회수형 공정을 많이 운영한다. 이런 시설은 상수원수가 지하수나 복류수 등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상수원수가 부유성 물질이나 탁도 물질 등 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 포함돼 있을 경우 전처리를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상수원수가 하천수나 표면수 등인 경우에는 막여과 전에 사전 공정이 필요하다. 

 

국내 막여과 기술개발 현황을 보면, 가장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가 2004년부터 올해 5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중대형 막분리 고도정수 처리 시스템 기술 개발 및 상용화’사업이다. 그만큼 이 사업이 국내의 막여과 정수처리 기술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여러 기술개발 사업의 결과를 통해 정수용 막모듈이 국산화 될 수 있었고 성공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후발업체에서 정수용 막모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그만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경쟁으로 인해 시장의 규모도 커졌다. 영등포 정수장의 가장 큰 의의는 원천소재부터 개발된 기술이 실규모·상용화 시설로 준공 됐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영등포정수장을 제외한 다른 여러 정수장에서도 막여과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막여과 기술의 국내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보면 외형적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이 성능기술개발 목표를 만족시키고 있으며 상용운전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실상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 엔지니어링 원천소재기술 경험 및 노하우 등이 모두 갖춰져야 하고, 이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 시장동향에 있어 막 모듈 형태에 따른 설치규모의 변화를 보면, 가압식과 침지식이 모두 발전하고 있다. 막여과 정수처리 방식별 향후 시장전망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정수처리 설비시장이 2배정도 성장하는 반면에 막여과 고도정수처리 설비시장은 7배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만큼 기존 정수처리에 비해 막여과 고도정수처리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막 소재, 모듈, 제조 업체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쪽에서도 시장 성장에 따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막여과 시설 계획 초기단계에는 막여과 시설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차별성이었다. 때문에 당시의 경쟁은 막여과 기술과 기존의 기술이 경쟁하는 단계였다면 현재는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막 기술이 개발·상용화됨에 따라 서로 다른 막여과 회사들 간의 비용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비용 경쟁뿐만 아니라 편리성 측면에서 경쟁이 있을 것이고 단순히 막 모듈, 장치와 같은 경쟁이 아닌 전체 서비스 측면에서의 성능과 편리성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는 막여과 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하이테크 제품의 공통적인 발전 경로이기 때문에 막여과 기술도 마찬가지로 그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 막여과 기술은 어느 한가지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는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소재기술부터 공정기술, 프로그램, 운영관리기술까지 종합적·포괄적인 기술이라 정의할 수 있다. 사진은 포천 이동정수장에 설치된 막여과 고도정수시설.

또한 이전까지는 에너지 부분이 핵심 이슈가 아니었지만 에너지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막여과 부분에서도 에너지 경쟁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사업단에서 개발된 기술이 기존의 기술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는 이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기술들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최근에 스마트라는 키워드가 많이 유행하고 있다. 막여과 분야에서의 스마트란 IT 융합과 첨단소재기술, 엔지니어링 측면에서의 최적화를 통한 기술 고도화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상수도의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비용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되며 에너지 절약과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기술이야말로 막여과 분야에서의 스마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막여과 기술사업을 진행하는가에 대해서는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기업들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업체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