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1년 9월호 특집 기사 / 원문은 파일첨부 참조]

 

 

 

▲ 이 상 호 교수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막 증발법(MD, Membrane Distillation)은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1960년대 이미 개념이 확립됐다가 여러 단계를 거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MD 기술이 재조명되고 있는 배경은 담수화 기술의 변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1970년 이후 수십 년간 다단증발법(MSF, Multi-Stage Flash) 등 증발법 위주의 기술이 주류를 이뤘다가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역삼투(RO)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물론 RO 기술이 계속해서 세대교체를 하며 발전해왔으나, 현 시점에서 이 기술도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RO 기술이 갖고 있는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두고 차세대 담수화 기술이 검토되고 있다.

 

그런 후보 들 중에서 정삼투(FO)가 선두에 있지만, MD나 다른 기술들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MD 공법은 MSF와 같이 플래싱(Flashing) 증발 및 응축 과정을 통해 담수가 생산되며, 높은 온도의 유입수와 낮은 온도의 처리수 사이 즉, 증발기와 응축기 사이에 소수성(Hydrophobic)의 다공성(microporous) 멤브레인(PVDF, PTFE)이 설치된다. 이에 따라 가열된 처리 용매는 이 멤브레인 표면에서 분리되고 증기(Vapor)만이 기공을 통과해 처리수 쪽에서 응축되는 것이다. 이는 낮은 압력으로도 운전이 가능한 담수화 기술로, 태양열 같이 저온의 열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MD는 지난 1964년 핀들리(Findley)가 이론을 처음 소개했으며 개념상으로 봤을 때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당시부터 담수화 기술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물론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MD의 생산효율이 RO 막과 비교해 더 낮았기 때문에 생산성의 문제로 인해 한동안 연구가 중단되게 됐다.

 

그 이후로 담수화 분야 외에 제조업이나 식품산업 분야에 일부 MD를 적용하고자 하는 연구는 있었지만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다. 사실 1960년대 생산성이 낮았던 이유 중에 하나로 다공성 멤브레인을 생산하는 기술력이 부족했던 것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들어서 막 소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MD기술이 경쟁력을 갖는 기반이 마련됐으며 이 때부터 관련 연구가 활성화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실용화나 사업화를 위한 시도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FO가 RO를 대체하는 기술이라면, MD기술은 MSF나 다중효용법(MED, Multi-Effect Distillation)을 대체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사실상 MD가 MSF나 MED에 비해 크게 장점이 없었기 때문에 응용분야 측면에서 실적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접어들면서 MD를 신재생에너지와 결합시키는 또 다른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MD도 일종의 증발법이기 때문에 열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 열 에너지를 태양열이나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얻는 새로운 방법이 부각된 것이다.

 

MD의 장점을 보면 앞서 언급했듯이 증발법이기 때문에 별도의 압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RO에 비해 제거율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휘발성이 없는 이온성분인 경우 제거율이 뛰어나고 최근 RO 공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보론(Boron)에 대한 제거율도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 RO와 비교해서 가장 큰 장점은 물의 투과도가 유입수의 농도에 그렇게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만, RO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즉, 우리가 MD를 이용하게 되면 상당히 높은 회수율의 담수화 공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반해 한계점은 열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히팅(heating)-쿨링(cooling)이 필요하고 폐열이나 태양열 등의 에너지와 연계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편이다. 또, 휘발성이 있는 여러 가지 미량유해물질은 잘 제거가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MD 기술도 증발법의 하나이며, 일반적으로 증발법은 온도를 섭씨 100도까지 올려 물을 끓이고 이 때 발생하는 증기를 다시 응축해 담수를 생산하는 것이다. 물론 온도를 섭씨 100도까지 올리지 않고 약간만 물을 가열해도 일정한 속도로 증발이 이뤄지지만 증발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실용화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MD 기술이 착안한 부분은 바로 이 증발속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증발속도는 물과 공기면이 접촉하고 있는 면적에 비례하기 때문에 면적을 넓고 크게 확보할 수 있다면 비록 낮은 온도라 하더라도 한 장치에서 일정한 목표수량을 얻을 수 있다.

 

다른 특징으로 소수성의 멤브레인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입수와 처리수를 분리하려면 공기층이 형성돼 증기를 투과시켜야 하는데 공기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물이 멤브레인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멤브레인이 갖고 있는 세공에 물이 침투해버리면 더 이상 증발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MD에 있어서 멤브레인이 젖는 웨팅(wetting)현상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결국 MD 공법에 사용되는 멤브레인은 상당히 높은 소수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PE, PP, PVDF, PTFE 등이 MD 멤브레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다만, 소수성이 높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결국은 일정시간 이상 지나면 웨팅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MD 기술에 관한 장기 운전 데이터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에 어떤 조건에서 웨팅이 됐는지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렇지만, MD에서의 멤브레인 웨팅 현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멤브레인의 오염(Fouling) 만큼이나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 미국 텍사스대학교 엘파소캠퍼스 내에 설치된 MD(막 증발법) 공정 파일럿 설비.

MD 공정을 증기압차를 발생시키는 방법 및 막투과부 구성 형태에 따라 분류해보면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고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DCMD(Direct Contact MD)로 유입수와 처리수를 직접 접촉시키는 방법이다.

 

DCMD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긴 하지만 열 전달이나 물질 전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조금 개선한 방법으로 AGMD(Air Gap MD)가 있다. AGMD는 공기의 간극에 의해 막으로부터 응축 표면이 떨어져 있는 형태이다. 즉, 처리수 쪽에 기체 층을 둬서 열이 잘 전달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SGMD(Sweep Gas MD)는 차가운 비활성 기체에 의해 응축표면이 간극을 이루는 형태로, 차가운 기체를 계속 흘려보내 조금 더 빠른 응축을 가능하게 한다. 끝으로 MD 공법이 결국은 온도 차이에 의해서 증기압 차가 나타나는 것인 만큼 진공상태의 기체를 사용하는 VMD(Vacuum MD) 공법이 있다. 이는 처리수 쪽으로 진공상태의 기체를 걸어주면 더 높은 압력차를 형성해 플럭스를 높일 수 있게되는 것이다.

 

기술개발 동향을 보면 MD 단독으로 담수화에 쓰는 방법도 있고, 제조업 분야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담수화나 수처리에 사용하는 경우 기존에는 소규모 시스템으로 태양열 등을 이용, 독립전원 혹은 독립에너지원을 통해 운영하는 방법이 많이 검토됐다.

 

그 후, 시스템의 규모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진행됐고 이에 따라 태양열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을 고려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공법과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살펴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RO와 MD를 결합할 수 있으며 MD 공정은 직접 담수화를 하나 농축수를 유입수로 해서 재처리를 해도 소모되는 에너지는 10∼20% 밖에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보면 RO와 MD를 결합했을 때 높은 회수율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RO의 농축수는 기껏해야 40% 밖에 농축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MD 공정으로 보내면 80∼85%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최근에 관심을 갖는 부분이 FO와 MD를 결합하는 것으로 이 경우 FO의 유도용액(draw solution)을 MD 공법을 통해 회수하는 것이다.

 

회수 방법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는데 MD를 이용해 물을 회수하는 방법과 유도용질을 뽑아내는 방법이 있다. 현장 연구에 있어서 FO는 파일럿 규모의 연구도 활발하지 않은데 반해서 MD는 파일럿 규모의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정도 상용화 접근 단계에 있는 소규모 시스템도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가 가장 연구가 활발하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EU의 프라운호퍼 에너지 시스템 연구소는 6㎡의 태양열 집열기를 이용한 120∼150L/일 용량의 해수담수화 장치를 개발했다.

 

싱가포르 국립수자원공사(PUB)는 MD 기술을 이용한 담수화 패키지 시스템(MEMSTILL)을 개발했다. 이 밖에 네바다주립대학교(University of Nevada)는 태양열 온수지 시스템을 이용한 담수화 장치 실험에 성공했다.

 

▲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설치된 지열을 이용한 MD 공정 파일럿 설비.

국민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하고 있는 MD 관련 연구를 소개하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Solar-MD로 태양에너지와 막 증류법을 이용한 미래지향 복합 기술(Hybrid)이며, 저탄소·저에너지의 에너지 자립형 담수화 기술이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MD 관련 연구의 70∼80%가 이 Solar-MD시스템과 관련 된 것으로 연구 자체가 큰 차별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Solar-MD 시스템은 집열판과 평판형 멤브레인을 결합한 형태의 소규모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 연구진은 중공사막을 써서 사이드스트림(side stream) 방식으로 집열판과 분리시켜 대규모 시스템이 가능한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또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에너지 독립형 시스템까지도 향후 연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연구는 유도용액 회수 부분으로, 휘발성의 유도용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휘발성 유도용질이 가열을 통해 증발하면 이 증기압 자체가 물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갖게되므로 물이 증발하는 온도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유도용질을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중공사막을 이용해서 VMD 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 태양에너지와 막 증류법을 이용한 미래지향 복합 기술인 ‘Solar-MD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MD와 RO의 관계는 우선, MD가 증발법에서 출발한 기술이기 때문에 RO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MD가 현 단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RO와 결합하는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결국 차세대 담수화란 저에너지 시스템 혹은 농축수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말하므로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결합 시스템으로 진행하는 것이 이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마찬가지로 MD와 FO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상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의 수요가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MD 기술의 사업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든다면 RO랑 MD를 결합하거나 FO랑 MD를 결합해서 환경부하, 전력 소모량 등을 줄이는 시스템으로 기존의 담수화 시스템을 대체하는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MD가 기존의 증발법보다 부지면적을 더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만큼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노후화된 증발법 시설의 용량 확장이나 성능 개선 등의 사업화가 가능하리라 본다. 또, 최근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의 결합 시스템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아시아의 경우 대규모 시스템을 운영할만한 태양열 에너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나 중동지역은 넓은 사막 지역에 집열판을 놓고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중·대규모 이상의 시스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는 최근 MD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