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양 지역 간 무역 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생산비 이하로 유럽 시장에 들어와 유럽 업체들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5월 8일 열린 EU 집행위원단 회의에서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의했으며 집행위원들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6월 6일부터 관세 부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관세율은 품목별로 최고 67.9%에 달하고 평균 부과율은 47% 정도가 될 것이라고 EU 소식통들이 전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EU 사상 최대 규모의 반덤핑관세 부과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11월에는 중국 정부가 불공정하게 태양광 패널 생산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EU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중국의 반발은 거세다.

당장 중국 상무부는 5월 10일 EU와 일본, 미국의 무계목(seamless) 합금관과 합금튜브에 대해 앞으로 1년 동안 덤핑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작년 11월 EU와 일본의 '고성능'(high performance) 무계목 스테인리스스틸 튜브에 대해서도 9.2∼14.4%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EU 국가들이 태양광 발전설비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WTO에 제소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은 또 이동통신 장비 업체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제재에도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5월 9일 유럽과 중국이 서로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라며 "유럽이 보호주의적 조치를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샤오준 세계무역기구(WTO) 대사는 "EU의 반덤핑관세 부과는 실수"라고 지적하고 이는 보호무역주의를 촉발하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2011년에 210억 유로 상당의 태양광 패널을 EU 지역에 수출했다.

EU와 중국은 태양과 패널 이외에도 태양광 판유리, 이동통신 장비, 철강에서 농산물,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

EU는 현재 30건의 반덤핑 및 반보조금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이 중 중국 관련 사안이 19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장비에 대해서도 EU가 보조금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어 태양광 패널보다 더 큰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이동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에 대해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해 왔다.

EU 통상당국은 중국 이동통신 장비 업체들이 중국 정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특혜를 받아 유럽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EU와 중국 간 무역 분쟁 격화는 양측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수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5월 9일 "우리는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 EU가 무역 제재를 가하는 데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고 말하고 “중국은 EU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도 아직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있다. 일단 잠정적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뒤 다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EU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확정 관세율을 12월까지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