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로젝트는 한국 경제를 이끈 견인차였다. 건설 및 엔지니어링, 조선업체들은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해외 건설 및 플랜트 수출은 지난 70년대부터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효자 노릇을 했다. 70년대 오일쇼크에서 좌초 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를 건져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 얘기일 뿐이다. 해외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 및 조선업체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엘도라도'가 '지옥'으로 전락한 셈이다. 저유가에 따른 중동의 자금 부족, 국내 업체들의 덤핑 수주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지옥'이다. 뉴시스는 '해외 프로젝트의 저주'라는 주제로 해외 프로젝트의 부실 원인 및 대책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삼성엔지니어링이 2년 만에 또다시 1조 원대 분기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2013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도 해양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해외 프로젝트가 국내 업체들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엇보다도 중동 지역의 경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중동의 대·내외적인 상황이 바뀌면서 예상보다 타격이 커진 것"이라면서 "중동의 환경이 이렇게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이런 대규모 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 원인은 저유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자국민 고용 우대정책(Saudization·사우디제이션)'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저유가는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한때 배럴당 8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하다가 40달러로 떨어지자 중동 공사 발주처들의 자금 상황도 어려워졌다.

이들은 공사 대금 결제를 미루기 위해 공기를 일방적으로 미루고, 공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시공사인 국내 업체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 업체들은 일정 금액 안에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EPC(설계·구매·시공) 중심의 '일괄턴키' 형식으로 수주하고 추후 비용을 갚는 계약 방식을 쓰고 있다. 공기가 지연되거나 설계가 변경되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자국민 의무고용 요건까지 강화했다. 이는 인건비를 높이는 동시에 비숙련 현지 노동자의 증가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부추겼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공사 현장 근로자 중 15%를 사우디 국민으로 고용토록 강제하는 바람에 제3국의 숙련공이 무더기로 빠져나갔다"며 "사우디 근로자들은 숙련도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높아졌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우디가 '자국민 우선' 정책을 펴는 것은 아랍에서 민주 혁명의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을 외국인과의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쇄국 정책을 강화하고 사우디 거주 외국인들을 많이 내쫓으면서 국내 건설업체들도 피해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업체도 유가 하락으로 치명적인 손실을 보고 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계약 후 공사 진행 중에도 설계변경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해당 지역의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계약이 변경·지연되거나 설치가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조선소의 경우 발주사와 설계사 또한 처음 경험해보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었고 그런 경험 부족은 잦은 설계 변경으로 이어졌다. 설계가 변경될 경우 조선소는 추가 자재와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건조 비용도 증가했다.

하지만 발주사인 오일메이저들은 유가가 떨어지자 이미 발주했던 설비의 인도 시점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생산이 마무리된 설비를 제때 인도하지 못하자 유지보수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또 최종 인도 시점에서 대부분의 대금을 지급하는 헤비테일(Heavy-tail) 계약방식 때문에 조선사들은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결국 조선업체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사우디,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에서도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꾸려가는 입장에서 유가가 싸지면 재정을 맞추기 쉽지 않다"면서 "투자를 줄이거나 보류하다보니 건설시장은 위축되고 발주가 줄어들면서 해외 프로젝트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 : 한국무역협회(www.kita.net) 2015.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