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로젝트가 '지옥'으로 전락한 데는 국내 업체들의 덤핑 수주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꼼꼼히 수익성을 따져본 후 수주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일감을 따내는 데만 급급하다보니 수익성은 외면했다는 얘기다. 결국, 덤핑 수주가 '재앙'을 자초한 셈이다.

지난 2008~2009년 원윳값이 급격히 치솟자 플랜트 사업은 호황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기업 규모와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형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수주한 것으로 지적된다.

권익수 엔지니어링협회 본부장은 "기업들이 리스크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적정한 대가를 반영해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공격적으로 수주하다 보니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중동국가들이 지난 2008년부터 고유가를 배경으로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대량으로 쏟아내자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중동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자 가격 인하 압력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2011~2012년에는 마진을 크게 줄이면서 대량으로 수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유가가 떨어지고 중동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당시 따냈던 프로젝트가 고스란히 대규모 손실로 되돌아 왔다.

일본 도요(Toyo) 엔지니어링 관계자도 "그 당시 가격 조건으로는 수익성을 맞출 수가 없었는데 왜 그런 덤핑경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코스트 등 세밀한 부분에 주의하지 않고 너무 무리하게 외형을 넓히는 데만 주력하다 대규모 손실을 자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기본설계가 아닌 상세설계 중심으로 가다보니 부가가치가 낮은 것도 손실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플랜트 공사의 경우 기본설계와 FEED(중간설계·Front End Engineering and Design) 상세설계로 이뤄진다. 기본설계는 주로 타당성조사 등 공사의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영역이다. 선진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기본설계를 해놓으면 거기에 맞춰 국내 업체들이 상세설계를 맡는 구조다.

상세설계는 일정 금액 안에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EPC(설계·구매·시공) 중심의 '일괄턴키' 형식이라 공기가 지연되거나 설계변경이 필요하면 손실이 커진다.

권 본부장은 "국내 업체들이 지금까지 역량을 쌓아서 EPC에서는 선진국들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기본설계 역량이 떨어지자 보니 계약 단계에서부터 열세에 놓였고,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계약하다 보니 이런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 역시 설계 등 고급 역량을 갖추지 않고 경험도 적었던 해상플랜트 분야에 성급히 뛰어든 것이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었다.

국내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증했던 시점은 2008년부터였다.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는 늘었지만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국내 조선3사는 2012~2013년 저가 선박들을 수주할 수밖에 없었고 수주액 감소분을 해양 플랜트 수주로 충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에는 국내 조선3사 합산 해양 프로젝트 수주 규모가 250억 달러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리하게 수주를 늘렸고, 역량이 안 되는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잦은 설계 변경이 이어졌다. 설계가 변경되면서 추가 자재와 추가 인력을 늘려갔고, 이는 곧 건조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가진 경쟁력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사업 관리 능력이나 시행 능력에 달려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우리기업이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기업보다 뒤처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 한국무역협회(www.kita.net) 2015.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