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배터리 차별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한숨’

중국 정부의 몽니로 삼성SDI와 LG화학의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기업에 대해서만 차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중국 정부의 차별은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니고 1년 이상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어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면서도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궤도를 찾지 못하는 등 난관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공업화신식부는 지난달 29일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을 발표했다. 이번 목록에는 493개 차량 모델이 포함됐지만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목록에는 498개 차종이 있었다. 하지만 오후에 발표된 목록에서는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간 5개 차종이 제외됐다.

삼성SDI 배터리를 쓰는 산시자동차의 전기트럭,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 상하이GM의 캐딜락 하이브리드카, 둥펑자동차의 전기트럭, 상하이자동차의 룽웨 하이브리드카 2종 등 5개 모델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를 염두에 둔 일종의 보복 조치의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시점인 지난해 7월부터 관광업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보복 조치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산업도 포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전기버스 시장 공략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5년 10월부터 각각 시안과 난징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SDI와 LG화학, 일본의 파나소닉 등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일종인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 업체들은 양극재를 리튬, 인산, 철로 만든 LFP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더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홍콩에서 삼원계 방식의 니켈카드뮴망간(NCM) 배터리를 장착한 버스가 폭발 사고를 일으킨 것을 이유로 들어 NCM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과정도 순탄치 못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 6월 4차 인증 때 탈락해 5차 인증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국 정부는 심사를 미루며 기준을 강화했다.

리튬이온전지의 중국 내에서의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0.2기가와트시(GWh)에서 8기가와트시(GWh)로 40배 이상 대폭 높여야 한다고 명시한 것. 또 최근 2년간 전기차 배터리와 연관된 중대 사고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LG화학은 현지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지 아직 1년 가량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와는 연관이 없다.

하지만 중국 연간 생산 능력은 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생산능력 80억Wh를 달성한 기업은 현재 중국의 비야디(BYD)와 닝더스다이 2개 업체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경우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가 너무 노골적"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면 여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한국무역협회(www.kita.net)/ 2017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