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8년 5월호 특집 기사]

 

 

 

 

 

▲ 박광덕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장

물 산업이란 용수(생활·공업)의 생산·공급 산업과 폐수의 이송 및 처리와 관련된 산업을 말한다. 이 분야에는 수도사업, 산업용수사업, 생수사업 등이 포함돼 있으며 건설 및 설비생산, 약품제조, 기술개발, 연구, 교육, 컨설팅 등의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다.

세계적으로 물 산업은 인구 증가, 도시화, 산업화의 영향에 따라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연간 500조 원의 거대산업으로 자리잡은 세계의 물 산업, 그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물 산업 발전 방안을 알아보도록 한다.

 

 

세계 물 산업, 연간 5.5% 성장

물 산업은 불균등하게 분포된 수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으로 지역성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신이나 전력, 가스는 이동 제한성이 적어 전국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물의 경우는 일정한 부피와 무게가 있어 장거리 운반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지역성이 강하다.

물 산업의 경우 네트워크와 플랜트가 결합된 장치산업의 특성상 자연독점(Nature Monopoly)이 발생하기 쉽다. 때문에 동일 지역에 2개 이상 상하수도 관망 설치는 비효율적이며 정수장, 하수처리장 등의 플랜트 경우에 이에 따른 경제력이 생기게 된다.

상하수도는 사업적 재무 효과보다는 사회적 경제성이 높은 외부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요금제를 통해 수익자와 비용 부담에 있어 명확한 관계 설정이 가능하다. 물 산업은 다른 네트워크 산업에 비해 자산 회전율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자산회전율(총 자산/매출액)은 전력산업이 4년1개월, 통신산업이 2년8개월, 가스산업이 2년1개월이지만 물 산업의 경우 12년2개월이다. 이에 자산의 민영화를 반영할 경우 급격한 요금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 산업은 시설 상태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물 산업 네트워크(자산의 70%) 대부분이 지하 매설로 확인이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눈에 띄지 않아 지자체의 투자 우선 순위가 낮으며 이로 인해 투자 부족이 쉽게 발생하곤 한다. 물 산업은 지속적 점검과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민영투자사업에는 부적합한 면이 많다.
상·하수도 서비스는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으로 볼 수 있다. IT, BT 등과의 연관 기술로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산업 성장이 가능하며 세계 물 산업은 연 5.5%의 성장을 기록, 향후 40년 간 그 성장력이 2배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 산업은 19세기 이후 많은 양의 식수 음용과 산업용 처리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19세기에는 완속 급속여과, 응집처리가 가능해졌으며 20세기초에는 오존처리 및 염소소독 등의 기술이 도입됐다. 또 19세기말에는 오염된 물이 전염병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상·하수도 보급이 진행이 가능하게 됐다.

세계 물 산업은 20세기에 이르러 인구 증가, 도시화, 산업화로 크게 성장하게 됐으며 이후 연간 500조 원 이상 규모의 거대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물 산업은 20세기 석유산업과 같이 21세기 최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지의 기후변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세계적으로 해마다 1% 이상의 투자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물 시장은 19세기 중반부터 전문기업이 지자체와 계약을 맺어 상·하수도 공급이 진행돼 왔다.

1853년 제네럴데죠, 1867년 오드방뤼, 1880년 리요네즈데죠가 그 예인데 약 100년 동안 프랑스 물 시장 확대로 대형 물 기업은 크게 성장을 이룩시켰다. 이로써 전문기업의 물 공급 비중은 1954년 31%에서 2006년 79%로 크게 증가하게 됐다. 프랑스 물 기업들의 시장 개척으로 세계적으로 위탁 중심의 물 시장이 형성하게 됐다.

2002년 Veolia와 Suez는 각각 세계 서비스 인구를 1억 명까지 확보했다. 이와 같이 전문 기업이 수도자산을 무상 사용하는 프랑스식 위탁 경영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2015년에는 세계인구의 16%에 해당하는 11억5천만 명이 이와 같은 서비스를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 물기업 보유 국가 증가 추세

이처럼 전문 물 기업을 보유한 국가와 기업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완전 민영화나 외부 기업의 진입보다는 상·하수도 분야 공기업의 점진적인 전문 물 기업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특히 중진국과 개도국에서 전문 물 기업 창업 수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세계 물 시장은 경쟁적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매해 10대 물 기업이 변동되고 있을 정도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물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입시키고 있다. 국가가 프랑스 3대 물 기업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영국과 미국의 물 기업들은 대부분 금융 및 외국 자본화로 관리를 하고 있다.
영국 물 기업의 상당수가 최근 5년 동안 금융자본에 의해 소유권이 넘어 갔으며 미국의 대규모 민간 수도회사들은 유럽계 물 기업에 인수돼 있는 상태다. 건설, 에너지, 금융 등 세계적으로 많은 타 분야 민간기업들이 물 시장 사업에 진출했으나 대부분 실패를 보았다. 물 산업은 높은 시장 실패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진출했던 업체들은 대부분 주주들의 요구로 물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공기업의 경우 국내·외 시장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급성장을 이룩했다. 이는 대부분 국가적으로 물 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물 기업의 경우 네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물 순환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자원, 상·하수도, 폐수, 고객관리 등 통합역량을 구축하고 상수도와 하수도 사업 분야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둘째, 자국시장이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시장에서 1천만 명 이상의 서비스 인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위험이 큰 해외사업 진출에 매우 큰 경쟁력으로 작용되고 있다.

셋째, 세계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베올리아, 수에즈의 해외사업 비중이 8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타 기업도 해외사업을 확대해 국제 증시를 상장하고 있다. 넷째, 관련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지역 공공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시키고 있으며 전기, 가스, 쓰레기, 통신, 대중교통, 물류 등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 [그림 1] 국내외 물 전문 기업별 점유율 비교

미국, 세계 최대 물 산업 국가

미국은 세계 최대의 물 산업 국가다. 연 79조 원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는 3억 명 가량의 많은 인구와 높은 소득수준(1인당 GDP 4만 달러)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상·하수도 기술 시장점유율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수도 정책은 주 정부와 지자체에게 일임시키고 있는데 전체 89%를 지자체에서 직영을 맡고 있다.

인구 10만 명 이상의 386개의 사업 45%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로써 수도사업의 분절이 심한 편이다. 미국은 경쟁력 있는 물 기업의 성장이 어려운 여건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민간 물 기업들이 외국계 자본에 흡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물 산업 효율화 추진

일본은 물 산업 규모 세계 2위의 국가이다. 연간 51조 원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대도시(100만 명 이상의 11개 도시)를 중심으로 수도사업이 발달돼 오고 있다. 지나친 분절과 지자체 직영으로 수도사업의 국제 경쟁력이 미흡한 상태이며 상수도 사업 17만5천 개(하수도 2.8천 개)가 대부분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경우 재정 지원 과다, 부채 누적, 높은 요금(3천316원/㎡) 등 효율이 저하돼 있는 상태다.
일본 정부는 물 산업의 효율화와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수도 장기위탁 지침을 지난 2001년에 세웠으며 위탁근거 신설 및 광역화 촉진에도 노력을 기하고 있다. 아울러 수도비전 및 하수도비전을 제정하는 등 다양한 물 산업 발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중이다.

 

 

영국, 중앙정부서 구조개편 주도

영국은 중앙정부가 물 산업 효율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구조 개편을 주도해 왔다. 1973년에 공기업화를 추진, 1989년에는 민영화를 도입해 세계적 규모의 물 기업을 확보했다. 하지만 민영화된 물 기업들을 세계 선두권 물 기업으로 육성하는데는 실패했다.

규제기관(OFWAT)이 비교 경쟁체제 유지를 위해 자국 물 기업 간 인수 합병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최근 많은 민 간 물 기업들이 금융 자본에 의해 지배된 상태다. 이는 영국 물 사업의 성장 잠재력 상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영국은 R&D, 해외진출 등 위험 부담 보다 안정적 수입 확보에 집중을 하고 있는 편이다.

 

 

프랑스, 위탁경영·독일은 직영

프랑스는 19세기부터 민간 전문기업이 지자체와 계약을 체결해 상·하수도 사업을 대신 경영하는 위탁경영이 발달돼 왔다. 프랑스는 기업 활동에 제한이 적어 자국 시장에서 대형 물 기업이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전문 기업 간 경쟁, 지자체와의 잠재 경쟁 등을 통해 점유율을 제고해 왔으며 자국에서 성장한 물 기업들이 1990년대 이후 세계 물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물 산업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극심한 사업 분절로 위탁경영의 효과조차 반감을 얻고 있는 상태며 민간 물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많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하수도 보급을 포화상태까지 도달시킨 국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물 산업과의 연관 산업 및 교육 연구 분야 수도산업 기반이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독일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형 물 기업의 부재로 물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점쳐지고 있다. 상하수도 플랜트 및 설비 시장 점유율은 16.5%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세계 3위 에너지기업인 RWE의 물 사업 진출은 실패를 하고 말았다. 또 최저 국내사업규모(천만 명)에 대한 확보 사업자가 없어 국제 경쟁력은 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독일은 지속적으로 물 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하고 있다. 상수도와 하수도 통합을 진행 중이며 정부 직영에만 유리한 세제 개편을 추구하고 있다. 또 수도사업자 간 협력을 통해 전문 물 기업 중심의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탈리아, 전문 물기업 육성 주력

이탈리아는 1994년 「갈리법」 제정으로 대대적인 물 산업 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전체 물 순환 과정의 수직적 통합을 이룩했으며 지자체 서비스의 규제와 사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물 산업의 광역화에는 성공하였으나 물 시장 형성과 물 기업 육성은 미흡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까다로운 전문기업 위탁 관련 규제로 지자체들이 적응을 실패한 탓이다. 새 정부는 물 산업 민간 참여 제한과 관련해 입법을 추진 중이며 지자체들의 전문기업 위탁경영 촉진 및 자국 물 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브라질은 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상하수도 보급을 크게 확대했다. 주정부 공사들은 지자체와의 장기 계약으로 지방 상하수도 사업을 진행했으며, 주정부 공사에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왔다. 브라질은 시장 중심의 감시 체계 확립으로 효율적 기업 경영 및 성장을 유도해왔으며 현재 적극적인 투자와 국내외 물 시장 참여 유도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물산업, 국제 경쟁력 취약

우리나라의 수도는 크게 광역상수도, 지방상수도, 하수도로 분리돼 있다. 지방 상하수도 사업은 164개에 걸쳐 지자체별로 공무원 조직이 직접 운영을 해오고 있으며 광역, 지방 상하수도 단계별 관리 주체를 분할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돗물 서비스는 전 국민의 90%, 하수처리 서비스는 81%를 제공하고 있다.

▲ 국내 물 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발굴되지 않으면 수도산업의 위기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수자원공사가 글로벌 물기업이 되기 위해 지난해 3월에 준공한 ‘상하수도 연구·교육센터’에 설치된 막여과 시설.

국내 물 산업은 건설에서 관리로의 전환점에 위치해 있다. 신규 확장 중심의 인프라 구축은 2011년경이면 거의 완료될 전망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발굴되지 않으면 수도산업의 위기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물 산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지자체의 낮은 투자 우선 순위로 기존시설 재투자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 상태로 계속 방치되면 공급기반 붕괴로 연결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게 된다. 또 낮은 유수율로 연간 3천600억 원의 손실이 발생되고 수돗물 품질 저하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 불신 부문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56%가 수돗물이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지자체가 사업과 규제 기능을 동시 수행하는 점과 전문성 부족에 대한 인식으로 불신 구조가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지역 간 불균형 심화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지자체별로 사업이 수행됨에 따라 지역 간 심한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 상수도 보급률은 38%에 불과하며 지역 간 최대 요금 격차가 상수도의 경우 3.5배, 하수도의 경우 6배에 달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수도산업의 경쟁력과 기술수준은 하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거대산업 및 시장개방 등의 대응에 미흡한 결과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민간기업 협력 필요

우리나라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주요 국가의 물 기업들이 시사하고 있는 것을 잘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선 공공부문 사업자 활용 시 물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와 보편적 공공 서비스 실현에 유리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 대단위 민영화나 광역화보다는 지자체 시설의 위탁경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사업 비중을 높여 세계화를 추구하고 공기업, 민간기업 간에 협력이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 물 산업에 대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 기업의 위탁 추진을 가속화하고, 시장 규모를 확대해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가 마련되어야 하며, 세계적 규모와 기술력 가진 잠재 물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사진은 상하수도 연구·교육센터’에 설치된 하루 2천 톤 처리용량의 정수장 실증플랜트.

물 산업에 대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 기업의 위탁 추진을 가속화하고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하고, 시장 규모를 확대해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가 마련돼야 하며 세계적 규모와 기술력 가진 잠재 물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 주도 공기업과 연관 민간기업의 협력으로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이 될 때 국내 물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