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9년 1월호 특집 기사]

 

 

 

국내 하수처리 재이용률 9%에 불과
호주, 지하수 14% 재이용 통해 물부족 문제 해결
수자원 축적·생태보호 위한 필수산업 인식해야

▲ 윤주환 교수

물 분야는 금융, 석유·가스·전기, 교통, 통신, 자동차, 컴퓨터·소프트 등 그 어느 분야보다도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물 전문가들은 급속한 기후변화로 오는 2030년에는 신흥경제대국(BRICs)이 가장 심각한 물 부족난에 처하게 되며, OECD와 나머지 국가들도 비슷한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 물 부족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물은 자원화하여 생산, 관리, 배급하고 재생·재이용하는데 에너지가 거의 들지 않는다. 물의 재생과 재이용은 자본과 기술이 집약돼야 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물의 재생과 재이용을 대표적인 녹색기술로 삼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공업용수 재이용 시설을 늘려왔다. 현재 재이용률을 18%까지 높였으며, 이미 물 부족난에 시달리고 있는 호주는 지하수 재이용률을 올해 14%까지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는 1976년부터 오렌지카운티 위생국(OCSD)과 오렌지카운티 수도국(OCWD)의 협약으로 고도처리 시설 ‘Water Factory 21’을 운영하고 있다. 1976년 처음으로 하수처리 재생수를 인공 지하수로 주입, 물 부족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이 지역에서 이를 통해 폐수를 정화해 지하수로 재충전하고, 재충전한 지하수를 또 다시 공업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선진국 재이용 사업 추진 강화

하와이의 경우 법 제도를 개선해 민간주도형 처리수 재이용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주 또한 기후변화를 의식해 하수 재이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호주는 최근 비오는 날이 1/4로 줄어든 상태다.

서부 호주 퍼스 댐의 담수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어 댐은 있으나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재이용 정책이 추진 중에 있다. 또한 호주는 기록상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도 청정에너지(풍력 발전)를 이용한 해수담수화로 가뭄에 대처하고 있다.

인구증가 및 기후변화, 가뭄의 결과와 결합된 소모적인 지역의 물 공급의 실제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호주는 극단적이라 할만큼 적극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물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고 있으며, 기존 수자원을 대체하여 생활·농업·공업용수 등으로 활용, 하천유지용수 또는 친수용수 등 공공성격을 띤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절대적인 물 부족 또는 인근 국가와의 마찰 소지 때문에 물 안보차원에서 재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상수원수의 75%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함에 따라 국가 생존 차원에서 재이용 사업을 추진해 공업용수 및 간접 음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독일, 스페인 등 세계 주요 국가들 역시 물 재이용률을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선택 아닌 현실 당면과제

▲ 지난 2002년 75억 원을 투자해 연간 500만 톤의 공업용수 정화설비를 갖춘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바로 옆 가좌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물을 재처리하여 재이용하고 있다.

물 부족국가로 선정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하·폐수 등 처리기술을 통한 물 재이용 정책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 의무이자 현재 당면과제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물 재이용률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하수처리수의 재이용이 전체의 10%를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수준이다.

인천광역시·대구광역시·경기도를 제외하면 하수처리수의 재이용은 극히 미미하다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는 법 제도적의 미비, 하수 재이용에 따른 인센티브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2년 간 다양한 하수 재이용 용도를 개발 중에 있다. 송도 국제도시의 경우 유수지 등에 방류되던 송도하수처리수를 생활용수로 재이용 하기 위해 지난해 공사를 착수하여 2009년 초에 완공돼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도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의 하수처리량은 하루 1만3천 톤 규모이다. 재이용 시설이 가동에 들어가면 고도처리공정을 거쳐 수질이 개선된 생활하수가 방류되지 않고, 송도 1∼4공구 내 각종 공공업무시설의 화장실 세정용수·청소용수 등 생활용수, 근린공원 수목의 조경용수 등으로 쓰이게 된다.

또한 지난 2002년 75억 원을 투자해 연간 500만 톤의 공업용수 정화설비를 갖춘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바로 옆 가좌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물을 재처리하도록 한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500만 톤의 물이면 9만 명이 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이를 정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여과재에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슬래그(slag)가 100% 재활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물을 재생·재이용해 강과 호수에서 빼서 쓰는 물을 줄일 수 있다면 물의 생태적 건강성이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물을 재생·재이용하는 분야는 제3의 물 산업으로 불리고 있다. 물 분야에서 재생과 재이용이 활성화되면 내수와 수출을 통해 연간 4천 명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의 보고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2007년 7월 물산업육성과를 설립해 물의 재생과 재이용, 물에 경영개념을 도입하는 등 수요 창출을 통한 물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는데, △수도요금의 현실화 △재이용 대상의 확대 △재이용 시범사업 성과평가 및 관련 기술개발 △재이용 사업 민간투자사업 추진 △재정·세제상 지원 등을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재이용 사업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물 순환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도 제정할 계획을 보이고 있다. 향후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공업용수 민간투자 사업으로 농업·하천 유지용수 재이용 재정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 있음을 밝힌바 있다.

 

 

하수재이용 기술 고속 발전

물 분야에 재생과 재이용의 패러다임을 빨리 확산시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지난 30년 간 우리 국민들의 물 낭비하는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하수처리장이 물 재생센터로 바뀐 지도 오래이며, 경기도는 처리장을 브랜드화 했지만 실정을 들여다보면 아직 재생과 재이용은 전체 물 사용량의 5%정도로 요원한 실정이다.

▲ 분리막 제조 및 모듈화 기술, 최적화 시스템 개발 등에 대한 국가 R&D 전략이 강화돼야 하며,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주력이 필요하다.

반면, 하수 재이용 기술은 세계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불순물을 걸러내는 분리막 기술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원가를 줄여가고 있다. MBR(Membrane Bio Reactor) 시장은 하수처리를 위한 대용량 분리막이 등장하면서 2008년 약 3억 달러 시장을 형성했다. 2013년에는 5억 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 대용량 하수처리용 분리막이 상용화되고 세계 시장에 보급될 경우 엄청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들이 분리막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국제시장을 겨냥한 국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해소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하다. 국내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70∼80% 수준(상수처리 부문 선진국 대비 75%, 하수처리 부문 70%)에 불과하다. 분리막 제조 및 모듈화 기술, 최적화 시스템 개발 등에 대한 국가 R&D전략이 강화돼야 하며,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주력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하수의 탄소원인 조건에 대한 추가 연구로 BNR-MBR에서의 생물학적 인(P) 제거가 가능한 기술, 낮은 에너지 사용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이 발전돼 나가야 한다.

 

 

민간기업 육성 등 개선 필요

수도사업을 전문화해야 물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약 900조 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물 시장은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찍이 민간 물 기업을 육성한 프랑스는 3대 민간기업의 매출액이 자국의 내수시장 규모의 2배가 넘는 약 28조 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물 분야 민간기업들의 내수 매출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민간기업의 육성은 우리가 세계 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담수자원을 30% 이상 쓰고 있는데 이것은 생태적으로 위험하다. 이를 10%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재이용률을 30∼40%까지 올리게 된다면 생태적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환경산업도 결국 제도에서 이뤄지므로 법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산업으로 바뀌지 않는다. 법 제도의 보완은 필수적이다. 물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물 재이용 사업의 활성화하는 물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하와이와 같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나아가는 방식이 가능토록 법제도적 제약을 최소화해야 한다.
흑백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20년 전에 비해 가격이 1/30로 떨어졌다. 컬러프린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MBR 역시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고가의 MBR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환경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