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왜 알로에 음료는 되고 쌀 음료는 안 되는 걸까?

차 음료 인기…효능·음용법 등 정보전달 노력 필요

요즘 베트남 젊은이들도 건강을 생각해 탄산이나 에너지 음료 대신 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차가 이제는 ‘젊은 음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차가 환영받는 것은 아닌데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인 우리 기업이 알아야 할 현지 차 음료에 관한 ‘3가지 진실’과 진출방안을 정리했다.

① 차는 보관해서 마시지 않는다=베트남인들에게 차는 대개 녹차를 가리킨다. 한국인들이 보리차와 같은 대용차를 찾는 것처럼 이들은 일상적으로 녹차, 우롱차 같은 마른잎차를 마신다.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에서 제공하는 음료도 우리의 생수와 같은 개념에서 녹차 또는 재스민을 우린 차를 제공한다. 

일반 베트남 가정에서는 한국처럼 끓인 차를 보관해 마시지 않고 생수를 사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베트남에서 차는 ‘즉석에서 우려 마시는 음료’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하루 이상 보관하는 것은 신선하지 않다고 여긴다. 

참고로 최근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녹차우유(일명 ‘마차라떼’)나 녹차 아이스크림을 많이 찾는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어로 ‘차(tra)’는 ‘맑게 우려낸 녹차’를 뜻하고 영어로 ‘마차’나 ‘그린티’는 녹차 가공식품을 가리킨다. 

베트남에서는 과실차와 곡차도 생소한 개념이다. 베트남은 세계적인 쌀 생산국답게 쌀을 이용한 음식이나 곡주가 많이 발전했지만 보리나 현미, 율무 등 곡류로 만든 차는 없다. 

② 인기 있는 차 음료는 달다=지난 2000년 중반 차 음료가 베트남의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차가 갖고 있는 건강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차 음료는 거의 대부분 설탕으로 단맛을 첨가한 것들이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이 베트남 소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날씨가 덥다 보니 당분이 들어간 시원한 음료를 선호했다. 인터뷰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설탕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더운 날씨에는 기력이 쉽게 소모되기 때문에 당분이 들어간 차 음료를 찾게 된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여유를 갖고 뜨겁게 우려 마시는 차에는 설탕을 넣지 않지만 길거리에서 사 마시는 차가운 차 음료는 대개 단 맛이 강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음료를 시원하게 유지하면서 마시기 위해 음료에 얼음을 넣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때도 음료를 그대로 마시기보다 농도가 진한 음료를 얼음에 녹여가면서 시간을 두고 마시곤 한다. 

몇 해 전부터는 칼로리와 건강에 예민한 현지인들이 증가하면서 일부 차 음료 업체들은 기존 차에 설탕 함량을 줄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③ 품질 좋은 수입 녹차를 선호한다=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3년 베트남의 찻잎 생산량은 18만5천 톤으로 세계 7위다. 하지만 베트남의 찻잎 수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특히 일본산 차 수입이 2011~2015년 사이에 4배나 늘었다. 베트남에서 일본산 제품은 고품질로 신뢰받고 있는데 최근 현지인들의 식품 안전의식이 제고되면서 일본산 차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음료기업 펩시가 차 음료 브랜드 개발을 위해 일본 업체와 제휴한 것도 이 때문이다. 립톤과의 합작투자로 차 음료 사업에 뛰어든 펩시는 2013년에 다시 산토리와 제휴해 ‘우롱티 플러스’를 베트남 시장에 내놨다. 그리고 ‘일본 품질’을 주요 키워드 삼아 마케팅을 벌인 결과 ‘우롱티 플러스’는 1년 만에 차 음료 부문 소매 판매량 3위로 급부상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기린은 작년 초 ‘100% 일본 수입 찻잎’을 주요 홍보문구로 내세워 차 음료를 새로 베트남에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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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한국 음료업계의 선택은?=우리 업체가 차 음료 수출을 고려한다면 생경하지 않은 재료 또는 단맛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출시한 알로에 음료와 쌀 음료는 모두 보리차처럼 현지인들에게 이국적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맛의 차이는 있지만 전부터 베트남에서도 알로에를 잘게 썰어 넣어 만든 달콤한 음료가 있었고 무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곧잘 판매되곤 했다. 따라서 청포도 향이 가미된 한국산 알로에 음료도 어렵지 않게 현지인들의 기호식품이 될 수 있었다. 

반면 한국 기업이 최초로 개발한 쌀 음료는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2011년부터 베트남에 수출되고 있는 한국의 쌀 음료는 나름의 인지도를 쌓고 주목은 받았지만 여전히 대중 음료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재료와 단 맛으로 현지화가 불가능하다면 베트남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건강효능을 알릴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서 차 음료 수요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건강 때문인데 현지 기업들은 광고 외에도 현지 언론을 이용해 홍보에 나서고 있으며 이때 주 내용은 자사 제품이 소비자 건강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집중돼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의 차 음료는 현지 기업들이 일구어놓은 정보전달 활동에 편승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산 차 음료와 현지의 차 음료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하기에 앞서 한국의 차 음료가 가진 효능과 음용법을 현지어로 번역해 구체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인삼 가공품이 브랜드를 불문하고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인삼은 건강에 좋다’는 확고한 인식 덕택이다. 

한국의 뜨겁게 우려 마시는 티백과 대용 차는 재료로 차별성 더하거나 ‘메이드 인 코리아’로 품질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서 뜨거운 차는 맛보다 건강의 의미가 큰 만큼 베트남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꽃차나 건강에 유익한 한방차 등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12월 발효된 한-베 FTA로 ‘HS 2009(과실 및 채소 주스)’, ‘2101(커피, 차)’, ‘2201(광수, 탄산수)’, ‘2202(설탕, 감미료, 향미를 첨가한 물)’ 품목에 대해 0~10%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이 다른 국가와 맺은 FTA 세율보다 현저히 낮다. 

이와 관련, KOTRA 호치민 무역관은 “작년 3월 호치민과 하노이 두 무역관이 한-베트남 FTA 지원센터를 개소하고 한국 관세사 자격을 보유한 전담 인력을 배치해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물류 및 통관 애로, 관세 관련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문의사항은 언제든지 연락해달라(호치민 무역관 변상현 전문위원 kysar@naver.com)”고 밝혔다. 

[출처 = 한국무역협회(www.kita.net)/ 2017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