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EU,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에 따르는 영향은?

 

 

□ 주요 내용

 

EU가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을 놓고 역내외 정부 및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EU로 수입되는 제품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2019년 12월 11일 신EU 집행위가 마련한 유럽그린딜 전략 중 하나이다. 집행위는 지난 7월 2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이 탄소국경세에 대한 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중에 있다.

    

  

집행위는 폭염으로 매년 9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스페인, 몰타, 이탈리아, 사이프러스 등 유럽 9개국 내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꼽았다. EU는 2020년 탄소배출 20% 감축 및 2030년 50% 감축, 배출권 거래제(EU-ETS) 등 다양한 기후변화대응 정책으로 역내 탄소배출량은 개선되고 있으나(2017년 탄소배출량은 1990년 대비 23.5% 감소), 다른 국가들의 느슨한 규제로 전세계 탄소배출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 다음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미국은 2017년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발표하는 등 향후 탄소배출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집행위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 전 인류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 전망하며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Statistica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100억 톤을 기록하고,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미국(54억 톤), 인도(26.5억 톤), 러시아(17억 톤), 일본(11.6억 톤) 순으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반면, EU의 경우 2017년 탄소배출량 총 44.8억 톤으로 2005년과 비교 시 16.4% 감소했으며 1990년과 비교했을 땐 22% 감소했다.

  

주요국별 탄소배출 규모

(단위 : 백만 톤)

 주 : EU 2018년도 탄소배출량은 EU-27 기준임

자료 : Statistica

 

집행위는 EU 탄소배출 규제에 따라 역내기업들은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교체하는 등 관련 설비투자를 해야 했는데, 이러한 기업 비용부담은 결국 완제품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역외국 대비 매우 불공평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EU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공정한 글로벌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역내 산업계의 비용부담을 상쇄할 것이라고 전했다. 집행위는 탄소국경세 부과를 시행하는 경우, 연간 50~140억 유로 규모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는 △수입품에 대해 탄소세를 매기는 방식(관세부과 또는 ETS 할당량 구매),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되, 제품가공 후 역수출하는 경우 VAT처럼 일정부분 환급해주는 방식, △역내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과세부과 후, 탄소배출이 적은 기업으로 환불해주는 방식, △EU의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e system)를 대체하는 방식 등 여러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집행위는 탄소국경세의 적용대상 분야, 가격 책정방법, 탄소함량의 평가기준, EU의 ETS와 연계방안 등에 대해 역내외 이해관계자 의견들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개로 탄소국경세의 WTO 규정 합치여부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 9월 14일 기준으로 총 224건의 의견이 수렴되었으며 이 중 일부 기업 및 협회 의견은 아래의 표와 같다.

  

자료 : EU 집행위

 

한편, EU의 이 같은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에 대해 현재 여러 국가에서 자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EU 탄소국경세가 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만약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유럽의 주요 무역파트너 국가들은 EU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경고하고 나섰고, 중국 역시 유럽 탄소국경세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전망 및 시사점

 

역내 소비되는 제품의 약 1/4가 수입제품인 만큼 탄소국경세의 도입이 현실화되는 경우, 역내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나 실질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적으로는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거센 반대로 글로벌 무역분쟁 발생이 우려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불명확한 탄소세 부과기준 및 정확한 탄소량 측정의 난관도 넘어야 한다. 프랑스 국제경제연구소 CEPII( Centre d'études prospectives et d'informations internationales)는 EU로 수입되는 역외제품 탄소수치 측정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집행위는 10월 28일까지 모아진 역내 의견수렴과 내부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2분기 중 법안을 마련하고, 유럽의회 및 EU 이사회 동의를 거친 후 2023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법안은 EU-27 회원국 모두에 즉시 적용되는 규정(Regulation)이 아닌 지침(Directive) 형태로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EU가 테스트 차원에서 시멘트 등 산업 파급력이 다소 적은 분야를 선두로 적용한 후 석유화학, 철강 등 탄소 누출이 큰 다른 산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관련 기업들은 향후 EU가 마련할 탄소국경세의 적용방법, 대상범위, 기준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우리의 대EU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보다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탄소국경세가 실제 시행되는 경우 역외국 기업은 물론 역내기업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므로 향후 EU의 공급망(GVC) 변화 가능성 역시 염두해 두어야 한다. 중국, 인도 등 탄소배출 기준이 적은 국가에서 원자재 또는 중간재를 들여와 역내에서 가공·판매했던 기업들의 리쇼어링 등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EU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한 후 선제적 대응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참고 : 2019년 우리의 대EU 10대 수출품목

(단위 : 백만 달러, %)

주 : MTI 4단위 기준임

자료 : 한국무역협회

 

 

* 자료 : EU 집행위, Statistica, BCG, OECD, CEPII, 무역협회, 현지언론 종합

 

[출처 = 한국무역협회(www.kita.net) / 2020년 10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