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러 정부, 국가 프로젝트 본격화… “관련 상품 수출 유망”
지난해 러시아는 1.1% 안팎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9~2024년 국가 프로젝트(National Project)’ 추진이 본격화되고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올해는 러시아 경제가 회복세를 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건설기계, 의료, 소비재 산업을 중심으로 러시아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월 30일 발표한 ‘2020년 러시아 경제 전망 및 수출 유망품목’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통화기금, 세계은행 등은 올해 러시아 경제가 1.6-1.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1.1% 안팎으로 저조했던 것에 비해 회복된 수치다.
◇러시아 경제, 지난해 2분기 이후 개선되는 모양새 = 지난해 초 러시아는 부가가치세를 18%에서 2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돼 2017년 이후 러시아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민간소비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긴축 정책 기조, 2019-2024 국가 프로젝트 추진 지연 등으로 정부지출과 투자 또한 낮게 나타나며 전년 동기 대비 0.5%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부터는 민간소비가 다소 회복됐다. 그러나 4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독일, 폴란드 등으로 수출하던 우랄유에서 오염물질이 발견됨에 따라 원유 수출이 일시 중단되며 전체 수출은 감소했다. 이 기간 러시아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0.9% 성장했다.
암울하던 러시아 경제는 3분기부터 뚜렷하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광업 및 농업 부문의 생산이 증가하고, 천연가스 수출이 확대된 데에 따른 것이다. 4분기에도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 정책과 기업 및 정부 투자 증가에 힘입어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는 효과적인 긴축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해 양호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 상태며, 2020년부터는 4천억 달러 규모 국가 프로젝트에 정부지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2020년 상반기 내 기준금리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도 계속될 것으로 예견된다.다만 아직 해제되지 않은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초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알루미늄 생산 기업 루살(Rusal) 등 3개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등 완화 움직임이 있긴 했으나, 미국 및 EU 내 자산동결, 입국 금지, 일부 품목의 수출입 금지, 기술 접근 제한 등의 경제 제재는 여전하다. 에너지 개발, 방위산업, 금융업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제재는 대러 외국인투자 및 선진기술 도입을 막아 러시아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고 있다.
▲러시아 대형 뷰티숍 ‘리브 고쉬(Rive Gauche)’ 상트페테르부르크점 전경. [사진=뉴시스]
◇2020년 유망품목은 건설 중장비·의료기기·자동차·화장품 등 = 보고서는 “2019-2024 국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인프라 건설, 의료산업 등에 정부 지출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관련 상품 수출이 유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13개 프로젝트 중 인프라 건설 부문에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되면서 불도저(HS8429) 등 건설 중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 정부는 ‘도로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도로망 업그레이드 및 안전 강화를, ‘인프라 확장·현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철도·항구·공항 개발 등을 계획했는데, 이러한 사업에 전체 예산의 43%가 할당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EU 국가들이 러시아 건설 중장비 수입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차별화 전략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기대수명 연장, 사망률 감소 등을 목표로 헬스케어 시스템을 확충하고 의료시설을 현대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사기관 피치 솔루션(Fitch Solutions)에 따르면 러시아 의료기기 시장은 향후 4년간 연평균 7.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한국은 2018년 기준 내과·외과 치과용 기기(HS9018)와 정형외과용 기기(HS9021) 수입시장에서 각각 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수출액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러시아는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이 네 번째로 많은 국가로, 한국 의료서비스에 신뢰도가 높아 향후 기술 협업 등 협력 확대가 유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월 26일 발간한 ‘2020년도 푸틴 대통령의 연두교서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한국과 러시아의 의료분야 협력 가능성이 강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0년 연방의회에 보내는 연두교서에서 사회·복지 이슈를 강조한 만큼 우리 정부도 첨단 의료기술 등을 활용해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차 의료체계 구축, 의료시설 현대화, 의료진 재교육, 의료진 임금·복지 개선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년 7월부터는 낙후된 의료시설 재정비를 위해 추가로 5천500억 루블(10조3천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KIEP는 “러시아 정부가 의료시설 현대화를 도모하고 있는바, 한국은 첨단 의료기술과 더불어 의료서비스, 진료기록 전산화 등 경험을 토대로 협력 사업을 제안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한국의 최대 대러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민간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수출여건에 힘입어 수출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경기 둔화, 2019년 부가가치세 인상, 2020년 자동차세 인상 등의 이유로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치 솔루션은 러시아 승용차 시장이 지난해 -3.1%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률(-1.4%)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은 경기 침체기에도 꾸준한 투자와 현지와 전략을 유지함으로써 러시아 내 시장점유율 2위를 확보했으며, 그룹사인 현대위아가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엔진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향후 가격경쟁력 또한 제고될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에 더해 2019년 10월부터 신차 수입 관세가 17%에서 15%로 인하된 점, 2020년 7월부터 우측핸들 차량에 대한 수입 규제가 강화될 예정인 점은 한국 자동차 수출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로의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화장품 또한 유망품목으로 언급됐다. 2018년 러시아의 한국 화장품(HS3304) 수입액은 1억62만 달러로 5년 만에 13.4배가 증가했으며, 2019년 1~10월 수입액은 1억1천170만 달러로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화장품 수입시장 2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이를 러시아인들이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과 K-뷰티의 인지도가 증가한 점, 기업들이 한류 마케팅을 활발히 펼친 점, 한국 화장품의 뛰어난 가성비와 기술력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드럭스토어 등 헬스·뷰티 전문점이 화장품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레뚜알(L’etoile), 리브 고쉬(Rive Gauche) 등 인기 뷰티전문점에 입점하는 한국브랜드가 늘어남에 따라 화장품 수출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봤다.
무역협회 김현수 수석연구원은 “올해 러시아 경기가 작년에 비해 회복될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들이 진출을 노려볼 만한 사업이 많다”면서 “정부 투자 계획과 소비 심리 등을 예의주시해 적절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2.1%를 차지하는 9위 교역국이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는 67억7천만 달러로 2018년의 101억8천만 달러보다 줄었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며, 품목별로는 자동차, 기계, 선박 등이 선전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10.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8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석유제품 등 광물성 연료의 수입이 감소하면서 16.9% 줄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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