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커피 찌꺼기, 반도체 폐수 정화 소재로 탈바꿈

KIST 이민욱 박사·동국대 김영관 교수, 중금속 제거 나노복합필터 개발

연간 15만톤 생활폐기물 재활용 가능…PCL 활용 모든 재료 친환경적

커피를 내리면 남게 되는 커피 찌꺼기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15만 톤씩 버려지고 있다. 커피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커피콩은 단 0.2%뿐이고 나머지 99.8%인 커피 찌꺼기는 생활폐기물로 버려지게 된다. 생활폐기물이 된 커피 찌꺼기는 매립하거나 소각하여 처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돼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의 이민욱 박사 연구팀과 동국대학교 화학과 김영관 교수 연구팀은 공동으로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반도체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구리이온 제거용 나노복합필터를 개발했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되는 폐수량도 늘고 있다. 반도체 폐수 속에는 신장, 간, 뇌와 같은 인체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어 구리를 비롯한 반도체 폐수 속의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정제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공성 구조인 커피 찌꺼기의 표면은 음전하를 띠고 있는 다양한 기능기(functional group)들로 구성되어 있어 양전하를 띠는 폐수 속 중금속을 흡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커피 찌꺼기를 물에 풀어 흡착시켰던 기존 연구는 쓰고 난 커피 찌꺼기를 다시 수거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KIST 전북분원이 보유한 복합소재 기술을 활용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캡슐커피 안의 커피 찌꺼기를 수거한 후 세척이나 불순물 제거와 같은 별도의 전처리 공정 없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CL(Poly Capro Lactone)과 함께 용매에서 균일하게 복합화 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복합용액을 전기방사하여 매우 촘촘하고 균일한 형태의 커피 찌꺼기와 생분해성 고분자로 이루어진 나노복합필터를 제조했다. 

이렇게 제조된 소재는 초기농도 100μM(마이크로몰라)의 폐수에서 4시간 안에 90% 이상의 중금속 제거 효율을 달성하여 음용수 기준을 만족할 수 있었다. 캡슐 커피 1개(약 5g)으로 약 10L의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나노복합필터를 제조할 수 있다.

이민욱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폐기물을 간단하게 복합 소재로 만들어 경제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수처리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커피 찌꺼기를 표면처리 하거나 다른 자연소재를 탐색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성능이 높은 다양한 필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공정뿐만 아니라 커피산업이 그동안 고민해오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편, 글로벌 환경 이슈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과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저감형 석유계 원료 대체화학공정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수자원 처리 분야의 국제 학술저널인 『물공정공학 저널(Journal of Water Process Engineering)』 최신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커피 한 잔 추출시 99.8%는 찌꺼기로 그대로 버려져

■연구배경 산업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금속인 구리는 구리이온 형태로 다양한 공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구리이온이 환경에 유출될 경우 식물성 플라크톤에 대한 독성이 강하고, 인체에 노출되는 경우 신장, 뇌, 간 등의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적절한 처리를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의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구리이온을 포함한 폐액이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으며, 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수처리 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최근 급격하게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커피원두는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생활폐기물로써 한해 국내 폐기량이 15만 톤에 이르는데, 이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추출할 때 로스팅한 원두의 0.2%만이 쓰이고, 나머지 99.8%는 찌꺼기로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커피찌꺼기를 매립하는 방식이 채택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며 소각하는 경우에는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는 어려움이 있다(1톤 소각 = 338㎏ 탄소배출). 

 

생분해성 고분자 PCL과 함께 용매서 균일하게 복합화

■ 연구내용 기존에 커피를 이용한 구리이온 제거기술은 단순하게 커피찌꺼기 가루를 물에 풀어 사용하는 것으로써 사용 후에는 화학구조가 쉽게 망가지고 수거가 어려워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본 연구진은 커피를 추출하고 버려지는 커피원두 찌꺼기를 수거하여, 그 구조를 분석한 결과 생분해성 고분자인 PCL과 함께 용매에서 균일하게 복합화할 수 있었다. 

이 복합용액을 전기방사를 통해서 방사함으로써, 매우 촘촘하고 균일한 형태의 커피찌꺼기와 생분해성 고분자로 이루어진 나노복합재료 필터를 제조하는데 성공하였고, 이 나노복합재료필터로 고농도의 구리이온 폐액을 처리했을 때, 폐액 속의 구리이온의 90% 이상이 4시간 내에 제거되어 마실 수 있는 수준의 물로 정화되었고, 수차례 재활용해도 구리이온의 제거효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독성의 구리이온 효과적으로 제거 가능

■ 기대효과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자연재료인 커피원두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인 커피찌꺼기를 이용하여, 반도체 산업폐액에 포함되어 있는 고독성의 구리이온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이는 생활폐기물의 고부가가치 활용과 산업폐기물의 제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그 가치가 매우 높고, 향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이온 제거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워터저널』 2023년 1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