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와 공동 연구 수행…지난 7월 6일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게재
물 수확기, 대기로부터 수분 흡수 후 태양에너지로 물생산…미 데스밸리서 실험 완료
송 우 철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기후변화가 불러온 물부족 현상으로 세계 곳곳은 신음하고 있다. 물부족은 단순한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서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지난 3월 유엔 아동기금(이하 유니세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10개국의 약 1억9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깨끗한 물이 부족해 고통받고 있으며, 매일 5세 미만 어린이 약 1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최근 송우철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와 오마르 음완네스 야기(Omar M. Yaghi)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UC 버클리) 화학과 교수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의 수분에서 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경 오염 없이 무한한 자원을 이용해 물부족 현상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지난 7월 6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금속-유기 구조(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기반으로 밤에는 대기 중으로부터 수분을 흡수하고, 낮에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흡수한 수분을 액체로 모으는 수확기를 개발했다. 수확기에서 흡착제 역할을 하는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결합된 형태로, 1〜2 나노미터(㎚) 크기의 매우 작은 구멍을 포함하는 다공성 물질이다. MOF는 표면적이 커 대기 중 수분을 잘 흡착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확기는 기존 직사각형 모양의 수확기와 달리 원통형 모양으로 설계돼 본체의 투영 면적이 태양 궤적과 맞물려 일출부터 일몰까지 태양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 미국 버클리 지역과 8월 데스밸리(Death Valley) 사막에서 수확기를 사용해 물을 수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데스밸리 사막은 세계에서 온도가 가장 높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자정에도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을 유지하며, 낮에는 섭씨 57도를 웃돌고, 상대습도는 7% 이하인 건조한 환경이다.
실험 결과, 버클리 지역과 데스밸리 사막에서 MOF 1㎏당 하루 최대 물 285g과 210g이 각각 생산됐다. 이는 기존 수확기가 생산한 물의 양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또한 연구팀이 개발한 수확기는 극도로 건조하고 뜨거운 조건(최고 기온 60도, 야간 평균 습도 14%)에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해 주목된다. 독자적인 응축기와 MOF 흡착 시스템을 이용해 다른 에너지원이나 외부 전력 공급원 없이 순수하게 태양에너지로 물을 생산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극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기 중 수분으로부터 물을 수확하는 이 기술은 세계 어느 지역에나 적용할 수 있다.
송우철 교수는 “환경문제와 맞물려 심화되고 있는 물부족 문제를 해결할 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지형과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전 세계 어디든 수자원 확보가 가능해 지속가능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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