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길 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장

물은 국민의 생활과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재화이며,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물시장은 약 5천억 달러 규모(2010년 기준, GWI)로, 반도체(2억8천만 달러) 및 조선시장(2억5천만 달러) 보다 2배 이상 큰 시장이다.

 

이 중 상·하수도 시장이 3억7천만 달러(76.9%)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병입수 589억 달러(12.2%), 산업체 시장 277억 달러(5.7%) 등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특히 산업체 시장에서도 공업(산업)용수(Industrial Water) 공급 부문은 수처리 기술의 발달, 기후변화 등에 따른 안정적 공급이 중시됨에 따라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공업(산업)용수 시장은 크게 공공의 영역과 개별기업 영역으로 구분되고 있다. 공업용수는 산업현장에서 필수적인 재화이기 때문에 국가가 공급해야 할 책무이기도 하지만, 제품의 제조공정에 따라 요구되는 수량이나 수질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가로부터 공급되는 물을 제품에 맞는 물로 재처리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재처리하여 공급하는 시장이 일명 산업용수 시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역이며, 이러한 산업용수 시장에서는 결국 수요자가 요구하는 수질, 수량 등 맞춤형 공급사업을 지향하는 사업형태를 띠게 된다.

이에 따라 본 고에서는 우리나라 공업용수 공급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맞춤형 공업용수 공급의 활성화 필요성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공공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공업용수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의 공업용수도는 196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의해 국가산업단지를 개발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용수를 국가가 재원을 부담하여 설치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처음 도입되었는데, 이 때 제1차,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1962년 울산공업용수도, 1967년 창원공업용수도 건설이 착수되었다.

 

「수도법」은 제3조 제10호에서 “‘공업용수도’란 공업용수도사업자가 원수 또는 정수를 공업용에 맞게 처리하여 공급하는 수도를 말한다”고 하고, 동조 제13호에서는 “‘전용공업용수도’란 수도사업에 제공되는 수도 외의 수도로서 원수 또는 정수를 공업용에 맞게 처리하여 사용하는 수도를 말한다. 다만, 다른 수도에서 공급되는 물만을 상수원으로 하는 것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과 그 수도시설의 규모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도법」 제3조 제20호에서 “‘공업용수도사업’이란 일반 수요자 또는 다른 수도사업자에게 공업용수도를 사용하여 원수나 정수를 공급하는 사업을 말하며”, 동조 제23호는 “‘공업용수도사업자’란 제49조에 따른 공업용수도사업의 인가를 받아 경영하는 자를 말한다”고 사업과 사업자의 내용 내지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수도법」 제48조에서는 “국가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따른 산업단지에 대하여 공업용수도시설을 설치하여 공업용수를 공급하거나 다른 수도사업자에게 공업용수도시설을 설치하여 공업용수를 공급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49조에서 “공업용수도사업을 하려는 자는 국토해양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이 경우 국토해양부장관은 환경부장관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 인가된 사항을 변경(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벼운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는 제외한다)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는 내용을 두고 있다.

 

공업용수는 현재 K-water(한국수자원공사), 지자체 등에서 공급하고 있으며, 용수공급 현황은 [표 1] 및 [표 2]와 같다.

 

 

▲ [표 1] K-water에서 공급중인 시설용량 및 공업용수 공급량

▲ [표 2] 지방상수도에서 공급중인 시설용량 및 공업용수 공급량

‘2025 수도정비기본계획(광역 및 공업)’에서 2025년 기준 총 760만㎥/일의 공업용수 수요발생이 예측되는 등 공업용수 수요는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 [표 3] 공업용수 수요추정(전국수도정비기본계획, 2009년)

한편, 개별기업 영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산업용수의 경우 산업용수의 정의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으나, 기업이 원수 또는 정수를 자신의 용도에 맞게 재처리하여 사용하거나 폐수처리하는 용수로 통용되고 있다.

 

산업용수 시장은 크게 산업체의 제품생산에 투입되는 용수의 공급시장과 사용 후 버려지는 용수의 재처리를 위한 산업용 폐수 처리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기업은 산업용수의 공급 및 폐수 처리를 위한 수처리 설비의 운영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었고, 국내 수처리 전문기업에서는 수처리 설비를 구성하는 몇몇 부품을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여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이후 베올리아의 국내 산업체(LG, 롯데, 대산유화, 하이닉스, 금오석유화학, 금호폴리켐 등) 수처리 설비 인수를 계기로 국내 산업용수 시장에 아웃소싱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국내 기업들도 수처리 설비 부품 공급 수준에서 벗어나 산업체 용수설비를 수탁운영 하는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 [표 4] 공업용수 위탁운영 현황

 

최근에는 산업별 플랜트 규모가 확대되고 톤당 하수처리 비용 상승으로 필터 부분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됨에 따라 향후 산업용수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전체 13억300만 달러, 산업하수 설비 분야가 7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산업용수 시장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 [그림 1] 산업용수 시장 전망

현행 우리나라 공업용수와 산업용수 공급체계를 보면,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등 수도사업자가 원수 또는 침전수를 공업용수 수요자인 공장 등에게 공급하고, 공장에서는 수도사업자가 공급한 용수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제품제조를 위하여 재처리하여 사용했다.

 

그러나 산업용수 생산 및 처리는 오랜 연구와 투자 및 기술을 요하는 분야 중 하나이고,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농도 폐수가 증가하고 있어 민간기업의 입장에서는 공장 내 산업용수 생산·처리에 더욱더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 [그림 2] 공업용수 및 산업용수 공급체계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민간기업들이 공업용수 수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산업용수 생산·처리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맞춤형 공업용수도 사업’이 개발되어 물산업의 새로운 시장으로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맞춤형 공업용수도 사업’이란 개별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수처리 시설을 통합하여 통합형 산업용수 생산시설을 건설·운영하는 사업으로,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입지해 기반시설이 부족한 문제와 수처리 시설 운영에 따른 원가부담 및 유지관리 어려움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 수요자가 공장 내 수처리 시설을 직접 건설·운영할 경우와 통합 건설·운영의 거래비용을 검토하여 통합건설·운영비용이 더 낮다면, 통합시설을 통해 산업용수를 공급받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수요자(공장)들이 유사한 수질의 공정수를 필요로 할 경우 개별 수요자들의 필요에 의해 통합시설을 건설하여 수요자들이 원하는 수질의 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맞춤형 공업용수도 사업은 K-water가 대산산업단지에 입주한 5개사와 협약 체결을 통해 처음 추진되었으며, 향후에도 산업단지 등을 대상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그림 3] 대산 5개사 맟춤형 공업용수도 사업 모델

 

이러한 맞춤형 공업용수 사업은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용수확보 및 수처리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 효과가 있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또한 맞춤형 공업용수 공급사업은 사업주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사업자가 직접 공급할 수도 있고, 수처리 전문기업 등이 개별기업의 수처리시설을 위탁운영할 수도 있다.

 

특히 위탁에 따른 계약형태는 위탁기간이나 범위 등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물시장 영역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맞춤형 공업용수 사업을 포함하여 공업용수 공급은 국가기반시설로서 사회간접자본에 해당되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재정투자는 고용 생산유발효과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기업생산활동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의 경제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맞춤형 공업용수도 사업은 하나의 사업자가 다수의 수요자에게 통합 공급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등과 같은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분야이며, 공업용수 공급비중이 높은 산업단지 부지 등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기능을 가진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맞춤형 공업용수 공급사업과 같은 신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지원책을 모색함으로써 우리나라 물산업 육성에 기여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맞춤형 공업용수 사업을 토대로 참여기업들은 사업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해외 진출 등 글로벌 물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