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대학교 보건대학원(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Public Health)의 연구진은 미국 폐수처리시설 여러 곳에서 "슈퍼버그(superbug)"의 일종인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을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MRSA는 메타실린뿐 아니라 대부분의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으며, 극히 제한된 항생제로만 치료가 가능한 병원균이다. MRSA는 처리가 까다로우며, 특히 병원 내 감염을 유발하는 원인균 중 가장 흔하면서도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약자에게 치명적인 박테리아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말부터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병원 밖에서 MRSA에 감염된 사례도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이자 메릴랜드 응용환경보건연구소(Maryland Institute for Applied Environmental Healt)의 조교수인 Amy R. Sapkota는 “병원 외 감염, 즉 지역사회에서 얻은 MRSA 감염(community-acquired MRSA, 또는 CA-MRSA)의 발생과 증가는 병원 내 MRSA감염(hospital-acquired MRSA)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MRSA의 잠재적인 환경 발생원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떻게 병원 바깥의 지역사회에서 일반인들이 MRSA와 같은 병원균과 접촉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며, “이번 연구는 MRSA 병원균의 잠재적인 환경 공급원으로서의 미국 폐수처리시설 가능성에 대한 첫 번째 조사”라고 강조한다.

MRSA 감염 환자들은 그들의 코, 피부와 배설물을 통해 MRSA를 외부로 배출하게 된다. 이 때문에 폐수처리시설이 부득이하게 MRSA와 같은 병원성 박테리아의 저장, 공급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메릴랜드 대학교 주도의 이번 연구는 미국 폐수처리시설의 MRSA 존재를 확인하는 첫 번째 연구 결과이다. 폐수처리시설 내 MRSA 존재는 이번 미국 사례뿐 아니라, 스웨덴 연구진의 이전 연구 보고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메릴랜드 대학교 보건대학원과 네브래스카 대학교 의학센터(University of Nebraska Medical Center)의 공동 연구진은 미 동부연안 2곳과 중서부 지역의 2곳의 폐수처리시설의 공정에서 폐수 시료를 채취하였다. 특히 각 채취 시설에서 배출된 최종 하수처리수는 재생수(reclaimed wastewater)의 형태로, 분무식 관개용수로 재이용되며, 인간활동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핀 이번 연구진이 폐수처리시설 배출수 내 MRSA 잔류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MRSA뿐 아니라 유사 병원균인 메타실린 민감 황색포도알균(methicillin-susceptible Staphylococcus aureus, MSSA)이 폐수처리시설 4곳 모두에서, MRSA는 모든 시료의 50%, MSSA는 55% 가량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특히 MRSA는 모든 폐수시설 유입 폐수 시료의 83%에서 존재하였으며, 폐수처리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MRSA와 MSSA 양성 시료의 비율은 감소하였다. 딱 한 곳의 폐수처리시설에서만 최종 유출수까지 박테리아가 그대로 존재하였는데, 이곳의 경우 고도처리 시설인 염소소독을 상시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수에서 분리한 MRSA 균 중 93%와 MSSA 균의 29%는 2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졌으며, 이 중에는 미국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이 MRSA 감염 치료로 승인한 약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고도 염소소독 처리를 통해 발견된 MRSA가 모두 제거되기는 하였으나, 2곳의 폐수처리시설에서의 MRSA 균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더욱 강하며, 병독성과 관련한 유전자의 유병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비록 고도처리를 갖춘 폐수처리시설에서는 유입수 내 MRSA와 MSSA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있으나, 염소소독 등의 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한 일부 시설에서는 항생제 내성균 및 병독성 관련 미생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발견은 폐수처리시설 종사자와 일반인들이 재생수를 통해 고위험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동시에 잠재적 공중보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메릴랜드 대학의 Rachel Rosenberg Goldstein은 강조한다. 더불어 Goldstein은 “재생수 이용처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처리된 폐수 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부터의 노출 위험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