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평균 6.5％의 고도성장률을 보이는 물산업의 성장세는 바야흐로 ‘물 시대’가 도래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과 기업의 기술 개발, 저개발국가에 대한 국제기구의 인프라 구축 원조 등을 통해 지속적인 물산업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 물 시장은 운영 관리 면에서 근본적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물기업을 배출한 선진국의 물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영세한 편이며 사업자의 전문성 역시 결여되어 있다.

또 공공 부문 위주의 운영으로 따른 국제 경쟁력 미흡 및 글로벌 물기업이 부재하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한편, 2011년 기준으로 상수도 보급률이 97.9% 달하는 등 인프라 구축 면에서는 이미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신성장 동력의 발굴이 시급한 실정이다.

OECD에 따르면 2050년의 전세계 인구는 9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도시화와 경제 규모의 확대로 물 수요가 지금보다 55% 이상 늘어날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기후변화를 가속화시켜 지구의 연평균 기온을 섭씨 2도 이상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래 환경 이슈에 발맞춘 국내 물산업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산업 육성 면에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강점 요인도 많다. 일단 우리나라는 댐 건설에서 용수 공급까지 One-stop의 상수도 사업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인해 생활하수 처리시설이 발달했으며, 중국 등 거대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지리적, 문화적 접근성도 높은 편이다. 그리고 최근 중동 지역 해수담수화 진출에 따른 국가이미지 상승 등도 우리나라 물산업 육성과 진출의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중동 지역 해수담수화 진출에 따른 국가이미지 상승 등도 우리나라 물산업 육성과 진출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설치한 해수담수화 시설.

현재 개발도상국의 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며 아프리카 국가의 상수도 개발사업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맞춰 정부 주도의 물산업 육성정책 공표 및 산업 육성 드라이브가 강화되고 있는 지금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2015년까지 세계 물 시장의 3％를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물산업 클러스터 구축, 기술개발 및 역량강화, 국제진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뉴워터(NEWater) 막여과 시설.

 

고도 수처리 기술 경쟁력 취약
그러나 우리 물산업 육성에는 약점과 위협 요인 역시 존재한다. 일단 낮은 수도요금에 따른 수도사업의 만성적 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수 중심의 시장구조로 물 전문 글로벌 기업이 부재하다. 고도 수처리 기술에 대한 경쟁력이 취약한 것도 문제다.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의 물기업은 세계 시장을 자리잡고 있으며 FTA 체결에 따라 거대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의 신규 업체들이 유럽 기업의 뒤를 이어 공격적으로 세계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참고해야 할 해외 물산업 육성 사례로는 싱가포르의 정부 주도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2015년까지 세계 물 시장의 3％를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물산업 클러스터 구축, 기술개발 및 역량 강화, 국제진출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정부가 주도해 국제적 물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해외 프로젝트 수주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물산업 클러스터 앵커 역할을 도맡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세계 11위의 물기업 Sound Global이 등장했다.

그 외에도 하이플럭스(멤브레인), 셈콤(글로벌종합엔지니어링 및 수처리), 다코워터(산업용 수처리 시설 및 하수처리업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싱가포르의 물산업 전략은 물 부족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우리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의 방향과 한계에 대해 살펴보자면 먼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약 3조3천581억 원의 물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원천기술 개발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총 6천871억 원이 지원돼 첨단 여과막과 스마트 상수도 등 블루골드 시장을 주도할 기술 개발과 신기술 실증공간 확보 및 상용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또한 토털솔루션 역량 확보를 통한 전문 물기업 육성에도 총 8천343억 원이 투자되며 먹는샘물 및 상하수도 기자재 등의 연관 산업 육성에는 총 1조8천307억 원이, 물산업 전문 인력 양성 및 정보 시스템 구축 등에는 총 6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 물산업 적극 추진 미흡
2010년 이전의 물산업 육성정책 방향은 내수시장 내실화가 우선이었다. 수도사업 구조개편을 통한 운영 전문화 및 경쟁력 강화와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한 경쟁력 있는 물기업 육성, 관련 법제도 개선이 우선 시 되었다. 그러나 지자체의 참여율이 저조했으며 민간 참여 미흡 및 운영·관리의 비효율성은 여전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에는 해외진출 활성화 전략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업별 수주 역량 확보를 위한 물산업 생태계 구축과 물 분야 국제협력 강화, 해외진출 기반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글로벌 물기업 육성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전략이 추진되지 않는 상태며 물산업의 국내 경쟁력 및 구조개편이 미흡하다.

물 전문기업 조기 육성 시급

앞으로의 물산업 정책에는 글로벌 물 전문기업의 조기 육성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국가의 산업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의 대외인지도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후발 기업의 롤모델(Role model)이 되어 동반 성장 효과까지 만들어 낸다. 즉, 글로벌 역량을 갖춘 공기업은 해외시장 개척자이자 민간 부분의 지원자가 될 수 있다.

공기업의 글로벌 역량 역시 강화돼야 한다. 정책적 목적의 비수익 활동인 ODA(공적개발원조), 자원개발사업 등 민간 참여가 곤란한 사업에서 참여 기회를 확보하는 등의 세계 경쟁 대응 역할을 책임져야 하며, 민간 부문의 해외진출 지원자 역할을 수행하고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에게 해외 진출 정보와 마케팅을 제공·지원하는 민간투자 유도 및 지원자 역할도 맡아야 한다.

물산업에 대한 민·관 협력의 확대도 시급하다. 정부가 수도 운영 부문을 민간기업에 위탁했을 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양질의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수도요금이 안정화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부담 완화와 국민 만족도 향상이라는 결과를 얻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 확보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물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에 정부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녹색산업으로서의 물과 산업화된 신성장 동력에 정부의 투자 환경 조성 노력과 금융지원제도 추진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물 관련 기관들의 협력 시스템 구축 역시 중요하다. 상하수도협회는 상하수도 기술 등록 및 관리 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수요자인 운영자와 지자체는 안정적인 기술과 지속적인 기술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제조자와 공급자는 협회의 보증, 개발제품의 기술지원 서비스 등으로 고객의 신뢰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로써 지속적인 상하수도 기술 백업 및 보증 서비스가 제공되면 시장의 안전성 확보 및 동반성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상하수도 운영 효율화 부문에 있어서는 거점도시 중심으로 운영을 위탁한 후 인근 지자체 의 흡수·통합방식의 위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또, 지자체 자율통합이 아닌 중앙정부 주도로 선행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정부가 수도 운영 부문을 민간기업에 위탁할 경우 장기적으로 소비자는 양질의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수도요금이 안정화된다.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충북 단양정수장 전경.

수도시설 관리권 등 전문기업의 출자로 사업자와 규제기능이 분리된 수도사업 운영의 효율성 및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다. 실효성 및 현실적 제안을 감안해, 기존 공기업을 활용하거나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지자체 출자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다.

수도요금 현실화로 수도사업의 수익률을 개선하고 시설 재구축비 확보를 위한 원가산정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수도관 정비, 계량기 교체, 요금징수, 검침 등 관리업무를 위탁하는 등 지자체 출자 기업을 설립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함께 공업용수의 산업적인 중요성, 수자원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공업용수도 역할도 재정립해야 하는데, 이에는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계획,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 형성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과 국가인프라에 대한 재정투자 확대, 안정적인 용수 공급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물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 올 한해동안은 전문 물기업의 해외 경쟁력 강화기반 마련이 목표이며 2017년까지는 국내 물 전문기업 집중 육성 및 해외진출 본격화를 계획하고 있다.

해외진출 기반 마련을 위한 기술 상용화 및 운영실적 확보를 위해서는 △물산업진흥원, 대규모 실증화단지, 물산업단지 조성 △R&D, 엔지니어링, 제조, 운영업체 선정 △분양가 인하, 각종 세제 감면, 상하수도요금 감면 등의 지원강화 △참여 민간기업의 국내 실적 인정을 위한 법제도 지원이 필요하다.

법제도 안에서 물산업 육성 및 통합추진 관련 정책, 수도재정 및 경영 분야를 별도로 구분해 반영해야 하며 지방·광역 상수도 사업주체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또, 수도사업에 대한 지자체 및 국가 책임 조항이 「수도법」에 포함돼 상수도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관로 제조업체 등의 기술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상하수도 관로 및 시설의 기술적 내구 연한 기준이 없어 지자체의 시설 교체 주기가 왜곡돼 산업적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실질적인 기술적 내구연수 및 경제성을 고려한 내구연수표 제정 또한 필요하다.

현재 수도정책 담당부서가 국토부, 환경부, 안전행정부로 삼원화 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가칭)수도정책협의회 등을 구성해 정책 효율성을 확보하고 관련 정부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물산업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금융계의 적극적 지원과 협력이 중요하다. 원천기술 확보 및 상용화로 부가가치 창출과 경쟁력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기술의 중점적 육성을 통해 시장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기술개발에 대한 비용대비 효과, 적합성, 실용성 등을 반드시 검토해 기술의 상용화를 이뤄내야 한다.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한 상하수도 운영 위탁 확대를 통해 민간기업은 상하수도 운영경험을 축적하고, 물 관련 기업간의 긴밀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물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지원 시스템 조성도 필요하다. 해외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보장하는 민·관 공동투자펀드를 조성하거나,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등 공적개발 원조기관의 자금지원 확대 및 연계성 강화로 후속 사업까지 수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