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물산업정보센터

도시기반시설 물 순환 관리 역량 강화 필요

환경선진국, 분산식 빗물관리 시스템 도입 통해 물 순환 시설 조성

기후변화 적응·재해 예방 물관리 전략 필요…LID 적용 확대 시급


▲ 김 이 호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Part 04.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 방안

남양주는 과거에 도시가 아닌 촌락의 형태였다. 마을이 도시화돼 가면서 도로와 건축물들이 늘어났다. 강우가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거나 유출을 지연시키는 것들이 없어지고 관거정비를 통해 도시를 안전하게 지켜왔다.

녹지나 건축물, 도로들이 관거로 집중적으로 우수를 바로 집어넣고 있기 때문에 작은 비가와도 하천에 빨리 도달하고 하수처리장을 먼저 거쳐 나가게 됐다. 큰비가 와도 역시 관거에 의존해 하천에 먼저 도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후가 변하면서 그 동안에 잘 해오던 관거의 기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로나 건축물들을 유지하면서 한정된 예산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해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과제이다.

기후변화 대응 위한 물관리 전략 필요

이러한 기후변화 속에서 도시화는 계속 가속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에너지 문제와 관련되기도 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혜와 재해에 강건한 물관리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를 조성할 때 근간이 되는 개발방법론의 단계를 보면, 먼저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도시가 형성되지 않는다. 물 공급이 완료된 이후에는 위생 문제가 발생, 하수도 정제를 하게 된다. 다음은 도시 침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지 설비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친환경적인 개념을 도입하게 되면서 ‘Waterways City’까지 근접하게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이 수준에 도달했다.

이후에는 도시의 자연자원과 공공건강 같은 다양한 요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물 순환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한정된 예산으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물에 민감한 도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영향 개발 방법이나, 오히려 순영향으로 만들 수 있는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 인프라 시설들이 기능화돼 있는 그린 인프라 도시로 변모하는 것이 미래의 지향점이다. 현재까지 이러한 모습을 가진 도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분산식 빗물관리로 물순환 도시 조성

독일의 경우 약 40∼50년 전부터 분류식 관거와 합류식 관거 정책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발생원에서 불투수면을 최소화시켜 나가는 관점에서 건축 분야를 시작으로 분산식 빗물관리를 시작했다. 건축 분야의 수자원 전문가가 분산식 빗물관리를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도시 기획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분산형 도시계획으로 발전돼 갔고, 이것을 일본이 도입하게 된다. 일본은 계획단계에서 건전한 물 순환을 감안한 자연순응형 개발로 접근했고, 미국의 경우도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발생원에서 수질·수량 관리를 한 번에 하여 자원화를 실현하는 저영향 개발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호주는 지속가능한 도시 계획으로 ‘Water Sensitive Urban Design’을 만들었다. 물 관리와 디자인이라는 2가지 용어가 혼재돼 가면서 두 분야가 하나로 통합되어가고 있다. 우리 나라도 정권이 바뀌면서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계획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물 순환 관리 관련 정책 변화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먼저 ‘저탄소 녹색 성장’을 전세계적인 정책으로 제안했다. 이는 서울시에서 2005년도 ‘Green Growth UNESCAP’을 추진하면서 만들어졌고 이명박 정부 때 세계적인 전략으로 제시했다.

현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와 국민 안전을 위한 재해 예방, 하수도 저류시설 설치,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물 순환 체계 구축과 저영향 개발 추구 등의 전략이 국정과제로 채택돼 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도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국정 과제로 반영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후 수질 오염사고와 2000년도부터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위해서 기본법과 개별 법률들에 점차 재해에 관련된 내용, 수질의 관리 방안, 토지 이용 계획 같은 내용을 첨부하면서 지속가능한 물 관리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연재해대책법」에 ‘우수유출저감시설’의 정의가 2004년에 추가됐고, 이에 앞서 환경월드컵을 위해 2001년도에 ‘수도권 내 빗물 이용’ 관련 법률이 「수도법」에 추가됐다. 이후 이 법률을 「물 재이용 촉진법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이동시켜 ‘중수도’, ‘하·폐수처리수의 재이용 시설’ 정의와 합쳐서 「물 재이용 촉진법」으로 재정립했다. 또한 환경부에서 수질 관리를 위한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국토해양부는 지속가능한 신도시에서 침수를 예방하고 각종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계획기준을 정립했다.

분산형 빗물관리시설 설치 고려

특히 2010년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재해와 물관리 분야가 실질적으로 함께 수립·실행됐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후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물 재이용 산업을 선도하는 법률이 만들어졌다.

건축 분야에서도 「녹색 건축물 조성 지원법」으로 변모되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져 건축과 관련해 물관리가 중요해졌다. 또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친수구역의 활용에 관한 특별법, 조성지침이 만들어져, 수질과 홍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친수구역 유역 도시개발계획이 중요시됐다.

최근 하수관의 기능이 한계에 이르면서, 발생원에서 관리하는 하수도 저류사업이 「하수도법」에 추가로 법률화됐고 그에 따른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도시공원 부분에서도 소공원과 어린이 시설을 대상으로 한 저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올해 6월, 도시 및 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와 설치기준을 규제하는 규칙이 제정되면서 전 세계 최초로 계획 단계에서 자연물순환 회복과 저영향개발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규칙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도시, 군 계획시설은 빗물 순환을 보전·복원하고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및 수해방지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빗물 유출이 발생하는 지점 또는 인접지역에 우수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분산형 빗물관리시설 설치를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 빗물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분산형 빗물관리시설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사진은 포천시시설공단에서 설치한 빗물이용시설.

교통 관련 도로의 경우, 빗물관리시설 설치를 통해 투수성·배수성을 잘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녹지나 광장과 같은 공공용지의 경우 바닥 높이보다 낮게 우수관리시설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식수대를 거쳐 저류, 여과, 침투가 진행될 수 있게 관리구조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생원에서 한 번에 우수관리를 해서 하수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혹시 모르게 유입될 수 있는 오염물질이 녹지대에 들어가면 영양물질로 활용될 수 있고 지하수로 들어가면 하천 건천화를 예방하고 증발산으로 재이용되어서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포괄적 물 순환 정책 조례 제정해야

올해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가 녹색 건축 인증으로 변모되면서 그 안의 수자원 관리 항목이 물 순환 항목으로 변화됐다. 그리고 세부 항목들은 아직 입법 절차에 있어서 연내에 수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물 순환 건전성, 물 이용 효율화 분류 항목이 추가됐다.

물 순환 건전성에는 우수 부하 절감대책과 큰 강에서의 수량 통합관리를 포함한 빗물 관리 평가 항목이 추가됐다. 물 이용 효율화 부문에서는 물 사용량을 모니터링, 통합관리하고 절수형 기기를 사용하며, 빗물과 유출지하수, 중수도와 하·폐수처리수를 동시에 연동해서 재이용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늦게 빗물 관리를 시작했지만 법제화 및 현장 적용에 있어서 물 순환 관리에 빨리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와 남양주시는 10여 년 전 수자원과 홍수관리를 융합한 빗물 관리 조례들이 만들어지고 통합 물관리와 물 순환 조례가 등록되어 세계적인 물 관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9개 지자체가 이런 빗물관련 조례를 가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경상도나 강원도 같은 물 압박 지역들이 이런 조례들이 없는 상황이다.

물 순환 기조를 개발 단계에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저영향개발(LID)은 개발이전의 수문학적 특성을 유지하거나 회복시키기 위해 강우 유출수를 최대한 발생지역에서 관리하는 토지개발 방식을 말한다. 친수구역 조성지침에는 하천 인근지역이기 때문에 홍수 및 수질오염 저감을 위해 우수의 침투, 저류, 물 순환 체계를 건전화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LID 활용…건강한 물순환 체계 구축

현재 개발 방식은 모든 녹지나 불투수면에 있는 우수를 빨리 관로를 통해 유수지로 내보내려고 하고 있다. 이는 범람보다는 재산·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침이다. 이와 반대로 발생원에서 지연·분산시키고 저류지에 침투시켜서 저영향 관리방식을 운영하는 것이 LID 기법이다. 그렇다고 하수도 사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발과정에서 소프트엔지니어링과 하드엔지니어링이 잘 협력해야 한정된 예산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개발해 나갈 수 있다.

발생원에 위치한 녹지·도로·건축물들이 기능화되고 분산 설치돼야 저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LID(저영향개발)의 취지이다. 각각의 시설들은 성능이 기존의 집중된 단일시설에 비해 덜 하지만 분산되어서 다양한 목적으로 설치가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연계됐을 때 운영 효과가 향상된다.

LID를 적용할 때는 통합 빗물관리로서 도시계획에 반영해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강우 자체의 용량을 줄여나가고 발생원에서 관리하는 한편, 다기능 경관시설을 조성·운영·관리해야 가장 저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운영·관리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참과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LID를 적용했을 때 물 순환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장착돼 있다. 특히 주차장, 공원, 녹지, 학교들이 굉장히 많은 강우를 관리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민간 부문 건축 같은 경우 공공 부문이 먼저 개발하고 그 이후에 산업으로서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첨두유출관리서 용량관리로 변모

해외 사례를 보면, 발생원을 관리하는 쪽으로 변모해나가고 있고 단순히 홍수 관리를 위한 첨두유출관리보다는 생태계와 강우량을 동시에 고려한 용량관리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모든 기반시설을 물관리 시설로 전환하고 녹지, 공원 등 경관시설들이 강우량이 많을 때 침수가 되도록 설계해 입체적 기능을 더했다.

일본은 도시를 개발하면서 하천 제방을 낮추고 오히려 체육시설들을 침수시켰다가 나중에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 방류하는 형태로 돼있다. 옥상, 각종 유수지 주차장에 저장시설과 조절 설비를 설치해 침수는 되지 않지만 유출은 1%, 방어는 99%의 LID 기반 구조를 설치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평상시에는 녹지공간이나 강우 시에는 단수가 돼서 하구에 있는 우수 저류조에 물이 쌓이고 나중에 다시 생활·편의 용수로 재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이처럼 빗물을 관리할 때 무조건 눈에 보이지 않도록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고 눈에는 보이고 일부 침수가 되지만 지혜롭고 입체적으로 관리해서 저비용·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산 지원하는 정책·제도 개선돼야

우리나라의 경우 체육시설을 이용해 빗물과 홍수관리를 동시에 하는 획기적인 사례를 가지고 있다. 치수를 하는 주체는 치수만, 이수를 하는 주체는 이수만, 오염관리를 하는 주체는 오염관리만 따로 하면서 홍수관리와 수자원 이용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물 순환 관리에 있어서 세계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현재 에코델타시티는 국내 최초로 계획단계서부터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LID 물 순환 관리를 적용해 예산을 절감했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도시공원 내 근린공원 및 어린이공원에 저류시설 설치를 허용, 현재 전국 19개 도시공원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해저감형 저류시설을 도시공원에 설치하고 유형을 생태형·운동시설형·지하매설형·복합형 등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원이 재해저감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환경부도 하수저류시설 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며, 소방방재청 또한 매년 2천억 원을 들여 우수유출저감시설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와 도시의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물 순환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회색 인프라가 녹색인프라 즉, 물 관리 시설로 변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행과 편견을 극복해 창의적인 물 사용 및 수요 관리를 가능케 하고, 강우 총량관리와 같은 시스템 변화 또한 꾀해야 한다.

여기에는 비용과 예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금 공제와 같은 정책·제도 등이 개선돼야 하고 더 나아가 국내 고유 기술을 육성하여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