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선진국에 비해 20∼30% 수준…1인당 물 사용량은 2∼2.5배 많아  
생산원가·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적정한 요금인상 방안 마련 필요 
 

 

지나치게 낮은 상수도 요금이 물 절약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9월20일 ‘상수도 요금수준과 요금산정 기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상수도 요금을 단순하게 원가 보상이나 물가안정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환경이나 미래투자를 위한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9월20일‘상수도 요금수준과 요금산정 기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보고서에서“상수도 요금을 단순하게 원가 보상이나 물가안정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환경이나 미래투자를 위한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수도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공급하는 광역상수도와 162개 지자체에서 공급하는 지방상수도로 이원화 돼 있다. 우리나라 상수도 요금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으로 덴마크의 7분의 1, 독일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 수돗물 1㎥당 요금이 가장 높은 곳은 정선군이 1천382.2원이고, 가장 낮은 곳은 군위군이 379.8원으로 그 격차가 3.6배에 이른다. 사진은 정선군 상수도관망.

그러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평균 279L로 영국(232L)·프랑스(139L)·독일(151L)·덴마크(114L)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방상수도 요금의 지역별 격차도 심하다. 수돗물 1㎥당 요금이 가장 높은 곳은 정선군(1천382.2원)이고 가장 낮은 곳은 군위군(379.8원)으로 격차가 3.6배에 이른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지나치게 낮은 상수도 요금이 야기하는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물절약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라며 “이는 물에 대한 과다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상수도 요금수준과 요금산정 기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93%로 OECD 회원국 평균 90%보다 높다. 그러나 2008년 환경부에서 실시한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응답이 1.4%에 그쳐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수장 시설 개선과 노후 관망의 현대화 등을 통해 수돗물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수도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상수도 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며, 재정 확보 방안의 하나로 상수도요금 적정화가 논의되고 있다. 특히 현행 상수도 요금 산정기준 및 유지관리 비용 등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요금수준 우리나라 상수도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공급하는 광역상수도와 162개 지자체( 특별시·광역시 7개, 특별자치도 1개, 시 73개, 군 81개)에서 공급하는 지방상수도로 이원화되어 있다. 즉, 광역상수도를 급수 받는 지자체는 113개이고, 미급수 지자체는 49개이다.

급수 받는 지자체 중 광역상수도만 단독으로 급수 받는 지역은 27개이고,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중복해서 공급받는 지역은 86개 지역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체 급수량의 48%는 광역상수도로, 52%는 지방상수도로 공급받는다. 우리나라 상수도 요금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으로,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덴마크의 1/7, 독일의 1/5에 불과하다.

또한 지방상수도 요금의 지역별 격차도 심하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수돗물 1㎥당 요금이 가장 높은 곳은 정선군(1천382.2원)이고 가장 낮은 곳은 군위군(379.8원)으로 그 격차가 3.6배에 이른다.

■요금산정기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1일 생산능력이 1만5천㎥ 이상의 지방상수도 시설인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지방공기업법 시행규칙」 에 따라 지방상수도의 경우 현행 투자보수율은 1년 만기 예금이자율을 감안하여 결정된다.

그런데 안전행정부 지역경제과에서 지방상수도 사업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투자보수율을 4.76%로 정하고 있어 규모가 작고 재정이 열악한 수도사업자는 원가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입을 요금으로 회수하고 있다.

광역상수도 요금과 지방상수도 요금은 물을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여기에서의 총괄원가는 △가장 싼 가정용 상수도 요금을 가장 비싼 상업용 상수도 요금으로 부과했을 때 징수할 수 있는 금액인 ‘기회원가’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로 이원화되어 있지 않고 일원화되어 합리적으로 관리될 때 징수할 수 있는 금액인 ‘경제적 외부성’  △수질오염 및 생태계에 영향을 최소한으로 해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인 ‘환경적 외부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적정원가와 적정투자보수의 합으로 계산된다.

이를 엄밀하게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총괄원가란 총괄 공급원가만을 의미한다. 또한 수돗물은 용도에 따라 가정용·일반용·업무용·영업용·욕탕용·공업용 등 6가지 종류로 분류하여 서로 다른 요금체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량의 62.9%를 점하고 있는 가정용은 전체 상수도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징수요금은 전체의 5.4%에 불과하다(2011년 기준).

▲ 수돗물은 용도에 따라 가정용·일반용·업무용·영업용·욕탕용·공업용 등 6가지 종류로 분류하여 서로 다른 요금체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량의 62.9%를 점하고 있는 가정용은 전체 상수도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징수요금은 전체의 5.4%에 불과하다. 사진은 서울 광암정수장 전경.

■ 요금결정 주체와 절차  광역상수도 요금과 댐 용수 요금은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한 ‘공공요금산정기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한 ‘수돗물 요금 산정지침’,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댐 용수 요금산정 규정’에 의거, 국토교통부장관이 ‘물값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여 결정한다.

반면, 지방상수도 요금은 ‘지방물가대책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 지방의회에서 의결한다. 따라서 광역상수도 요금은 전국적으로 동일하지만, 지방상수도 요금은 162개 지자체마다 다르다.

■ 요금수준의 문제점 지나치게 낮은 상수도요금이 야기하는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물 절약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물에 대한 과다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1인당 물 사용량은 프랑스의 2배, 덴마크의 2.4배나 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용수자원 대비 취수량이 40%를 넘는 유일한 국가다. 이는 환경유지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취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과다한 물 사용으로 인해 하수발생량을 증가시켜 환경 부담을 가중시키고, 물환경 보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낮은 상수도 요금은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자체의 상수도 분야 재정부족분을 지금까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충당했으나 이제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하수도 업무는 중앙정부가 환경개선특별회계에 의해 일부 재정보조를 하고 있으나, 상수도업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 고유 소관으로 분류되어 있어 국비투자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 요금산정기준의 문제점 우리나라 상수도 요금 산정기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경적인 고려와 미래세대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공공요금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는 형평성 원칙, 미래 기후변화에 대비한 비용 회수의 원칙, 자원 사용의 효율성 원칙 등을 상수도 요금 산정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나라 수도 요금 산정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공공요금은 전기요금처럼 중앙이 결정하는 11개의 공공요금과 지하철 요금처럼 지방이 결정하는 11개의 지방 공공요금이 있는데, 상수도 요금이 공공요금 중 가장 낮은 것도 특징이다. 국회가 요금을 결정하는 방송수신료를 제외하고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를 거쳐 징수하는 공공요금 11개 중 한 가구에서 지불하는 상수도 요금을 1로 보았을 때 전기요금은 3.5이며 통신요금은 10.1에 달한다.

■ 형평성의 문제점 우리나라에서는 상수도 요금이 지자체별로 달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도 요금의 수준은 자체 취수원의 존재 유무, 취수원 개발의 용이성, 취수원과 물 공급 지역과의 거리 및 지형적 요건, 정수처리 비용, 지역의 재정 상태, 수돗물 생산시설의 규모 및 개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2011년 말 기준 전국 상수도 요금을 살펴보면 산악지형이 많고 급수인구에 비해 급수구역이 넓은 곳일수록 생산원가의 현실화율이 낮은데 이는 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이다([표 3] 참조). 상수도 요금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는 지방세나 부채로 차액을 충당하고 있어 지방 재정 자립도를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의 규모와 재정자립도에 따라 상수도 보급률과 품질에 차이가 큰 것도 문제점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99.6%에 달하나 면(面) 단위 농어촌 지역은 평균 58.8%로 낮으며, 지자체 간 최고 4.5배 가량의 차이가 난다.

또한 상수도 보급률이 낮은 지역은 마을상수도나 지하수 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수질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 즉, 상수도 보급률이 낮은 지역의 주민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상수도 요금을 부담하면서도 안전하지 못한 급수를 받게 되는 역설적 구조인 것이다.

▲ 상수도 보급률이 낮은 지역은 마을상수도나 지하수 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수질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

■ 결정주체의 문제점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로 결정 주체가 나누어져 있음에 따라 물 절약 유도와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수행하도록 한 「수도법」 제12조(수도사업의 경영원칙)의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지방상수도별로 요금을 결정하는 방식은 미래 용수량 예측불가로 인한 물 낭비와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광역상수도는 총 생산능력 대비 56.9%에 불과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체 지방상수가 존재하고 광역상수도를 공급받는 지자체는 광역상수도의 배분계획량을 과다하게 요청한 후 정확한 용수량 예측 없이 비상용수로만 활용하기도 한다.

■ 개선방안 첫째, 원가 시스템 합리화를 통해 적정한 요금인상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상수도요금도 다른 공공요금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서비스 원가, 물가상승률 및 기타 원가 변동요인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간 수도요금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수도 서비스는 국민 모두가 누려야할 보편적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급격한 요금 인상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국고지원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업종별로 구분되어 있는 수도요금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비사업자인 가정용은 누진제 요금을 채택하고, 사용량별로 부과되고 있는 비가정용은 단일요금을 설정하되 환경적 비용을 반영한 요금 산정기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수돗물에서 조류발생으로 인한 맛·냄새 유발 사고, 마을상수도의 우라늄·라돈 검출, 초·중·고 급식소의 노로바이러스 원인균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발생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 수돗물에서 조류발생으로 인한 맛·냄새 유발 사고, 마을상수도의 우라늄·라돈 검출, 초·중·고 급식소의 노로바이러스 원인균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발생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국가적으로 수돗물 공급의 안정화와 안전 확보를 위한 상수도의 역할은 증가하고 있으며 노후시설 급증으로 전면적 시설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상수도 요금을 단순하게 원가 보상이나 물가안정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환경이나 미래투자를 위한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