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 시장은 물 부족 심화 및 환경 규제 강화, 각종 산업 발달에 따른 용수 이용량 증가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18년 800조 원 규모에 다다르는 ‘블루골드(Blue Gold)’ 시장이다. 이러한 물 시장의 최근 트렌드는 통합 솔루션 제공 요구와 민간 참여 강화이다.

고객들은 설계, 자재 조달, 시공 및 운영, 파이낸싱(Financing)에 이르기까지 경쟁력 있는 통합 솔루션 제공을 요구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특정 분야의 수행만 가능한 업체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Veolia, Suez, GE 등 글로벌 물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트렌드에 따라 활발한 M&A 및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적으로 수행 가능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민간 업체의 운전 및 자금 조달 효율성에 대한 신뢰가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민관 협력 모델이 개발되고 있으며, 글로벌 업체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러한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시장의 토털솔루션 제공업체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1990년대 초 국내에는 전무한 해수담수화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20여 개의 대형 플랜트를 공급해 왔으며, 원 모듈 공법 등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Thermal 분야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담수 회사인 Doosan Hydro Technology 인수 및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중동 RO 시장에 진입했으며, 안정적인 수행 실적을 바탕으로 최근 중남미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지역을 넓혀 가고 있다.

시장 확장 과정에서는 사우디 담맘, 미국 탬파, 영국 버밍엄 등 해외 지역에 R&D 센터를 설립함으로써 고객 밀착형 사업 전개 및 최신의 선진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로 세계 최초로 Thermal과 RO를 결합한 Hybrid 담수 모델을 개발하여 초대형 담수 Plant 시대를 열었으며, 해수담수화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한, 쿠웨이트에서 직접 설계 및 건설을 수행한 Shuwaikh RO 프로젝트를 다년간 운전하면서 O&M 사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근래에는 해수담수화 시장을 넘어 수처리 시장에 진입했으며, 영국의 Enpure사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공 신화를 이어 가고자 한다.

 

국내 물산업은 12조 원 규모로 세계 시장의 2.1%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이 90% 이상 완료된 성숙된 시장이다. 국내 시장은 과거 정부 주도로 설계, 건설, 운영이 모두 분리 발주되어 다양한 분야의 역량 내재화를 이룬 물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

이후 도입된 민영화 프로젝트 또한 단순 운영만을 위탁하는 BTO(Build-Transfer-Operate, 수익형민자사업), BTL(Build-Transfer-Lease,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국내 기업의 역량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세계 기업들은 파이낸싱에서 설계 및 건설과 운영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고객에게 보다 책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전 과정에서의 경험을 향후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프랑스 Veolia의 경우, 100여 년 전부터 자국 시장 내 상하수도 시설의 설계·시공·운영을 모두 자체 수행함으로써 글로벌 물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축적했고,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특히 자국 시장이 성숙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으며, 연 12조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임으로써 국익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국내 물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Veolia Water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25% 수준인 3조 원인 점을 볼 때 국가 차원에서 얼마나 큰 기회를 잃고 있는 지 통감하게 된다.
 

 

 

국내 물 기업을 설계·시공·운영·파이낸싱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통합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BTO, BTL 등 단순 위탁 운영 모델이 아닌 신규 시설 투자 등을 포함한 플랜트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BOT 등 장기 양허계약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단순 위탁 운전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랜트를 운영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 측면과 고객 가치 전달 측면 모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 전자와 달리 신기술 공법 적용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권한과 유인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실적 확보 및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고객들은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결과로 이어져 민관이 윈-윈(Win-Win)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국내 물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물산업만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수처리 세계 시장은 해외 업체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으며, 글로벌 업체들은 지분 투자를 통해 신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물기업들은 대부분 연 매출액 3천억 원 미만의 규모로 프로젝트당 수천억 원 대의 투자 금액을 조달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1조 3천억 원 규모의 물 펀드를 조성하여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도레이(Toray), 히다치(Hitach), 메타워터(Meta Water) 등 자국 업체의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비단 자국 기업의 수출 지원뿐만이 아닌 안정적인 투자처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물 펀드를 활성화하고 ODA 자금 중 일부 비중을 수처리 프로젝트에만 활용하는 등 해외 물 시장 개척을 위한 재원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