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와 바닷물이 섞일 때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새로운 발전방식이 미국 예일대학(Yale University) 메나헴 에리메니치(Menachem Elimelech)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인류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중에서 기후변화와 온난화 같은 문제는 화석연료에 편중되어 있는 인류의 자원 소비구조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문명의 발전을 지속해 나아가기 위해 재생가능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풍력, 조력, 태양광, 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재생가능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보다 다변화된 에너지원 발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날 때처럼 염수(소금물)와 담수가 서로 섞일 때 조력과는 다른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을 잘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지구에 대부분을 차치하고 있는 바다가 바로 염수의 무한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스타트크래프트(Statkraft)사"라는 업체는 이와 같은 원리를 발전 방식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미 이를 적용한 파일럿 발전설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적 규모에 적합한 발전효율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에리메니치 연구진이 개발한 프로토타입 장치는 반투과성막(semipermeable membrane)을 사이에 두고 염수와 담수가 흐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반투과성막은 용액 속에 녹아 있는 용질 분자는 투과시키지 못하지만 용매 분자만 투과시키는 막이다. 때문에 반투과성막을 사이에 두고 염수와 담수가 흐르면 담수가 염수 쪽으로 이동하면서 염수 쪽에 압력이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농도차에 의한 삼투현상 때문에 벌어진다. 식물의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는 현상이나 배추를 소금에 저리면 배추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삼투현상에 의한 것이다.

에리메니치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는 삼투현상에 의해 염수 쪽에 축적된 압력을 이용해서 발전기에 연결된 터빈을 회전시켜서 전기를 생산한다. 삼투압에 의해 형성되는 압력을 이용해서 에너지 생성 및 회수하는 방식을 ‘압력지연삼투(pressure-retarded osmosis; PRO)’라고 하는데, 해수담수화설비 등의 에너지 회수설비에 활용되고 있다. 노르웨이 스타트크래프트사의 파일럿 발전설비는 반투과성막 단위면적당 1와트(1W/m2)의 삼투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산업적 규모로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는 60W/m2 수준의 삼투압력을 만들어낸다. 이는 스타트크래프트사의 장치에 비해 수십 배 가량 높은 발전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MW의 발전용량이면 백여 가구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즉, PRO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백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노르웨이 스타트크래프트사는 백만 제곱미터의 반투과성막이 필요한 반면, 에리메리치 연구진의 장치는 그것의 육십분의 일 정도면 된다.

연구진은 고농도 염수를 이용해서 새로운 발전방식의 출력을 보다 높일 계획이다. 만약 연구진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해수담수화설비에서 발생되는 고농도 염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PRO 방식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는 50바(bar)에 이르는 높은 수압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 수준의 압력이면 반투과성막이 찢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반투과성막이 고압에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투과성막에 두 겹의 직물을 덧대서 강도를 보강하고 보강층이 염수 쪽을 향하도록 배치해서 반투과성막이 압력에 영향을 덜 받도록 설계했다.

현재 연구진이 제작한 프로토타입의 발전 장치는 3N 농도의 염수로 테스트를 마쳤다. 현재 수준이라면 kWh당 200~300원 수준의 발전비용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환경과학과 기술 레터(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 저널 온라인 속보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