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도권 2천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을 금년 말까지 1급수로 개선키 위해 1998년부터 매년 2천500억 원을 쏟아 부어 하수처리장과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1급수 달성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팔당호 수질 개선을 위해 1999년부터 그동안 9조3천여억 원을 투자해 수질이 BOD 1.5ppm에서 현재 1.21ppm으로 개선되기는 했지만 당초 목표인 1급수(1.0ppm 이하)는 도저히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주원인을 “상수원 지역 난개발”이라고 지적했다.

 

 

팔당호 주변의 개발실태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경악스럽다. 녹지, 대지, 임야 할 것 없이 난개발로 대단위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섰다. 산 곳곳이 깎이고 잘린 채 누런 맨살을 드러내고 공사장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비만 오면 팔당호로 흘러 들어가 황토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변구역의 도로 양옆에는 음식점, 러브호텔, 유흥주점, 카페가 줄지어 자리를 잡아 도심의 먹자골목처럼 변했다. 저녁이면 러브호텔의 붉은 네온사인이 유흥가를 방불케 한다. 유흥음식점과 숙박시설은 1990년 2천819개에서 2004년 말에는 1만여개로 10년새 4배 가까이 늘어났으니 상수원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서도 축사, 농가창고 등으로 허가받은 뒤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한 공장이나 물류창고가 들어서 있다.

상수원 보호지역을 난개발 하도록 방치하는 나라가 과연 문명국가인가? 「한강특별법」은 한강 상류의 2천109㎢를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숙박업소는 400㎡, 공장은 1일 폐수 발생량 500톤 이상은 입주를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준농림지역에도 주택 외 일체의 음식정숙박업소 신축을 허가하지 않고 외지인의 준농림지 개발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거주 조건을 달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벗어난 지역도 양안 1㎞를 수변구역으로 지정해 공장, 음식점, 숙박업소, 축사 설치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 규제는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하천 상류 20㎞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렇듯 강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팔당호 특별대책지역’ 내에서는 마구잡이 개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편법을 동원하는 업자와, 세원을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지자체의 지역이기주의가 맞아떨어져 인·허가권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수질보호를 위해 거액을 풀고, 팔당호 주변의 지자체들은 그 돈을 받아쓰면서 인·허가를 남발하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가구당 평균 2천600원의 물이용부담금(톤당 130원 부과)을 내는 수도권 주민의 입장에서는 분노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식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원 지역의 각종 인·허가를 지자체에만 과연 맡겨야 하는지를 이번 기회에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시·군에 따라 일정량 이상의 오염배출총량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질오염총량제’를 한강유역에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이 제도는 낙동강 등 3대강 수역에서는 이미 시행해 효과를 보고 있다. 유독 한강 수역 지자체에만 시행 시기를 자율에 맡기고 있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런던의 템즈강은 한 때 악취 때문에 의회가 정회되고 국왕이 주관하는 국제행사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엄청난 재정투자와 정부의 지속적 관심으로 이제 끓이지 않고도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산악 오지(奧地)의 상수원 하천에까지 높은 철조망을 쳐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팔당호 수질개선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2015년까지 ‘한강 대권역 수질보전 기본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팔당호 관리부실로 인해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팔당호 주변 지자체 등의 반대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는 수질오염총량제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지원만 받고 오염원 관리에는 소홀한 지자체에 대해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상수원 오염과 훼손은 중벌로 다스리고 있다. 식수원 보호는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배철민 편집국장]